어린이집 선생님이라면 후들후들 떨게 만드는 평가제를 준비하게 되었다. 2달 동안 머릿속에는 온통 평가제 생각뿐이었다. 평가제는 관찰자가 방문해서 하루동안 우리를 평가하는 날이다. 평가제 날을 위해 작업용 바지를 입고 뱀처럼 기어 다니며 바닥을 닦고 빙하처럼 쌓인 서류를 나무늘보처럼 꼼꼼히 체크하며 매일을 어린이집 일 생각뿐이었다. 창고 정리를 하며 급하게 뛰어다니는데 몽이 할아버지가 하원하러 오셨다.
다시 창고로 가서 정신없이 정리를 하고 쓰레기를 들고 나와 봉투를 묶는데 할아버지께서 차에서 초콜릿을 가지고 나오셨다.
"이거 먹어봐요. 힘들 때 달달한 거 먹으면 힘나요. 몽이가 조금 먹어버렸네"
"몽이 주시죠. 이런 거 받으면 안 되는데 오늘은 감사히 받을게요.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말씀대로 저 초콜릿 먹고 힘낼게요."
"슨생님 꼭 먹으면서 일해요."
할아버지는 낙엽이 많이 쌓이는 가을에도 우리 어린이집 마당도 가끔 쓸어주시며 늘 힘내라고 말씀해주신다. 초콜릿을 하나 먹는 순간 차가웠던 몸이 달고나처럼 따뜻하게 녹아든 기분이었다. 선생님들과 하나씩 잘라 초콜릿을 나눠 먹으며 힘내보자고 서로 응원해주었다. 늘 힘내라고 말씀해주시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선생님들에게도 매일 우리 조금만 힘내보자고 말해보았다. 인사처럼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힘든 사람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할아버지를 통해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