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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드리 Jun 18. 2024

호두과자는 죄가 없는데

 물결치듯 쏟아지는 비의 소리와 기말고사의 무게감 때문인지 오늘 저녁은 비를 핑계 삼아 버스가 아닌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며 호두과자를 드시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손님. 저녁 식사시간을 놓쳐서 호두과자를 샀는데 따뜻하네요. 하나 드세요."


 갑작스럽게 호두과자를 받아 들고 얼굴이 빨개졌다. 호두과자를 보며 커다란 코끼리가 밟고 지나가는 것처럼 심장이 쿵쾅 두근거렸다.  호두과자만 물꾸러미 바라보자 택시 기사 아저씨가 말했다.


"요즘 세상이 무섭죠. 나쁜 호두과자 아니에요. 저도 승객이 주시는 음료수는 잘 못 마시게 되네요. 호두과자는 죄가 없잖아요. 드셔보세요. 달콤합니다. 요즘은 호두과자에 슈크림도 넣네요."


"네. 호두과자는 죄가 없죠. 저도 대학원 끝나면 배가 너무 고픈데 따뜻하네요. 감사해요."


"일도 하고 공부도 하세요. 대단하세요. 저는 공부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거든요."


"칭찬해 주시니 아이가 된 것 같네요. "


"칭찬해 드려야죠. 중요한 일 하시는데요. 호두과자 4개 남았어요. 2개씩 나눠 먹고 힘내요"


"아이고 고맙습니다"


"나눠먹는 게 정이지요"


 낯선 택시 기사 아저씨와 이야기를 잘 나누지 않았는데 오늘은 호두과자 때문이었을까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택시 기사 아저씨 말에 호두과자를 받아 들고 한입씩 베어 먹었다. 도착할 때까지 차마 다 먹지는 못했다. 선의로 건넨 호두과자를 뉴스에 나온 무서운 일들이 생길까 봐 걱정한 내가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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