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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아름드리
Dec 17. 2024
매콤한 짬뽕 굴 파스타
어린 시절, 엄마는 비릿한 바다 냄새를 품은 굴을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집으로 돌아왔다.
발걸음마다 가볍게 흐르는 콧노래가 겨울 마당을 지나 내 귀에 닿으면, 괜스레 인상을 찌푸리곤 했다.
비릿한 냄새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좋아하지 않는 굴을 좋아하는 엄마가 미웠던 걸까? 어린 나는
엄마의
행복
하나
를 영으로 만들고 싶어 했던 철없는 딸이었다.
엄마는 바다 가까이에서 살았었다. 겨울이면 엄마는 행복을 꺼내듯 굴을 사왔다.
마당 안쪽 수돗가에서 두 손을 호호 불며 굴을 씻던 엄마는 그득한 미소로 빨간 무채에 굴을 버무렸다.
젓가락 끝에 올린 굴 한 점을 입에 넣고 행복하게 웃던 엄마. 그 웃음을 보면서도 그때의
어린
나는 알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 나도 엄마의 나이가 되었다. 겨울의 찬바람이 불면 시장에서 엄마가 손에 쥐었던 그 검은 비닐봉지에 굴을 한가득 담아왔다. 굴이 풍기는 비릿한 냄새는 어느덧 엄마의 시간과 함께 스며들었다.
나도 모르게 발끝에 가벼운 리듬이 실리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주방으로 걸어간다.
엄마처럼 나도 겨울의 차가운 굴을 씻고, 굴전을 부치고, 매콤한 굴 파스타를 만든다.
한상 가득 차려진 겨울 밥상 앞에서 문득 깨달았다. 음식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었다.
음식은 기억이고 사랑이며, 누군가의 겨울이었던 것이다.
굴 파스타 한상이 나와 어렸던 엄마의 시간을 추억으로 선물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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