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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민석 May 19. 2024

문득, 단순한 행복



문득 뜬금없이 떠오르는 기억에 대한 기록.

퇴근을 하다가 갑자기 서러움이 몰려오던 날이었다. 이 세상이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싶은 순간에 문득 예전에 퇴근을 하다가 어묵을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언제였는지, 어디였는지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지하철역 앞 분식집에서 혼자 정장을 입고 어묵을 먹었던 기억이다. 

그날은 유독 힘 없이 퇴근하다가, 지하철을 잘못 타버린 탓에 난생처음 보는 역에서 내렸던 날이었다.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그날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상기하며, 조금 더 잘하지 못했던 순간을 후회하고 과연 앞으로는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하철까지 잘못 타서 난생처음 보는 곳에 내리게 됐다. 그 순간 세상이 나한테 왜 이러나 싶으면서 얼마나 짜증 나고 서럽던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싶었다. 집까지 다시 언제 가냐는 생각부터 또다시 내일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너무 안 좋았었다. 그렇게 혼자 화가 가득 나서 한숨만 푹푹 쉬고 있었는데, 눈앞에 어묵을 파는 분식집이 보였다. 그 순간 짜증 난다는 생각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저 어묵을 먹어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운명이 있다면 이런 걸까 싶을 정도로 어묵이 먹고 싶었다.

"그래 이건 운명일지 몰라, 잘못 내린 김에 어묵이나 먹고 돌아가자."라는 생각으로 어묵을 먹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일반 어묵, 다음에는 불어묵이라고 떡볶이 국물을 함께 주는 어묵을 먹었다. 불어묵을 먹으면서 혹여나 정장에 떡볶이 국물이 묻을까 싶은 걱정에 고개를 쭉 내밀고 엉성한 자세로 어묵을 먹다가 보니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그날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 어묵을 3개나 먹고 기분이 좋아져서 집으로 돌아갔다. 세상이 나한테 왜 이럴까 싶었다는 사람이 어묵 하나에 기분이 좋아지다니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한 거 같기도 했지만, 그만큼 단순하게 살고 있는 거 같아서 좋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들어 기분이 안 좋을 때면 저 때 당시 먹었던 어묵을 떠올리면서 생각한다. 이러다가 또 어묵 하나에 기분 좋아질 거면서 꿍해있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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