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라. 죽음과 마주서면 그것을 알 수 있다.
애플 컴퓨터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최고 경영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2005년 6월 12일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114회 졸업식에서 연설 했습니다. 헤네시(John Hennessy) 총장은 잡스를 소개하면서 잡스는 스탠포드 대학의 창립 이념인 불굴의 정신력과 창의성을 구현하고 있다고 칭찬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졸업생에게 자신의 인생에서 3개의 전환점을 이야기 합니다.
인생의 경험들은 훗날 연결 된다
첫째 이야기는 점의 연결에 관한 것입니다. 여기서 점이란 우리가 하루하루 수행하는 일입니다. 당신은 학교에서 자연 과학사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말에는 동호회에 나가 축구를 합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점입니다. 점들은 아무 연관이 없이 서로 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들이 나중에는 서로 연결될 수 있다고 잡스는 말합니다. 무언가를 하고 있는 그 당시에는 하나 하나의 일이 다른 것들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모르지만, 지나고 나면 그것들을 의미 있게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잡스는 리드(Reed) 대학에서 서예 과목을 청강한 사례를 듭니다. 수업을 들을 때에는 그것이 자신의 인생에 어떻게 활용될지 전혀 몰랐고, 그냥 재미있어서 수강하였습니다. 그로부터 10년 후 매킨토시 컴퓨터를 디자인할 때 그는 수업 내용을 회상하여 컴퓨터의 서체를 아름답게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지금 하는 일들이 미래의 인생에 의미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활용성이 불확실한 것들은 마지 못해서 하거나 대충 합니다. 철학과 학생들은 존재론이 필수 과목이라서 수강하기는 하는데, 그 과목이 인생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몰라서 소극적 태도로 강의를 듣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점들은 훗날 과거를 돌아보며 연결하는 것이니, 나중에 활용될 것이라고 믿고 모든 일들을 열정을 갖고 수행하라고 충고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
둘째 이야기는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것입니다. 이 충고는 오해의 여지가 많습니다. 좋아한다면 아무 일이나 해도 될까요? 술을 좋아한다고 늘 마시고, 도박을 좋아한다고 자주 하고, 시골에서 한가하게 노는 것을 좋아한다고 그렇게 하기를 잡스는 권유하지 않습니다. 그는 커다란 일(great work)을 할 때 진정으로 즐거울 수 있으며, 정말 좋아할 때 커다란 일을 할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커다란 일은 잡스가 직접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래 세 번째 얘기를 고려하면 각자에게 중요한 일입니다.
잡스는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면서 동시에 커다란 일 즉 중요한 일을 하라고 충고합니다. 좋아하는 일과 커다란 일(중요한 일)은 일치 할까요? 사람들은 자신에게 중요한 일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시시한 일을 좋아하기도 하고, 중요한 일을 싫어하기도 합니다. 도박은 시시한 줄 알지만 끊지 못하고, 운동은 자신에게 중요한줄 알지만 싫어하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일과 중요한 일이 다르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술 마시고 노는 즐거운 일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취업공부 같은 중요한 일을 해야 하나요? 잡스는이런 고민이 없습니다. 그는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라고 믿는 듯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잘 모릅니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과 중요한 일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어린 나이에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그래서 나이 20살에 애플을 창립하고, 10년 후 거기서 쫓겨나서도 넥스트와 픽사를 창업합니다. 인생의 이른 시기에 자신이 정말로 사랑하는 일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잡스는 행운아입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만약 당신이 좋아하는 일과 중요한 일을 아직 찾지 못했다면 계속 찾아야지, 아무 데나 안주하면 안 된다고 잡스는 경고합니다.
죽음 앞으로 진군하라
세 번째 이야기는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 그리고 중요한 일을 발견하는 방법입니다. 잡스는 열일곱 살 때 "하루하루가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산다면, 언제가 제대로 살았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게 될 것이다." 라는 구절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그 후로 아침마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하려던 일을 할 것인가?” 그는 죽음 앞으로 다가가서 하루하루를 비춰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그는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 다시 말해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냅니다.
꼭 오늘이 인생의 최후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몇 달 후든 몇 년 후든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은 인생에서 결정을 내리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임박한 죽음 앞에 마주 서면 타인의 나에 대한 기대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떨어져나가고 나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만 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잃을 것이 많아서 새로운 도전을 망설일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인생의 유한성을 깨닫는다면 다시 말해 언젠가는 내가 죽고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다는 점을 알게 되면, 잃을 게 있다는 생각에 갇혀 주저주저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잡스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충고합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한정돼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기성 이론(dogma)에 사로잡히지 마세요. 기성 이론의 덫에 걸리면 타인의 사색활동에서 나온 결과물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됩니다. 여러분 내면의 목소리가 타인의 시끌벅적한 의견 때문에 들리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세요.”
우리는 대체로 전통이나 사회의 요구에 맞추어서 살아갑니다. 자신이 자유롭게 결정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부모나 전통의 지시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개인은 사회로부터 조종당하는 인형인 것입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인간 유형을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세인”das Man이라고 부릅니다. 내가 이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이미 사회의 이상이며,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이미 타인이 권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인의 인생은 진정하지 못한 존재(das uneigentliche Sein)입니다. 진정하지 못한 세인의 존재 방식은 잡스의 말대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시간은 낭비하는 것입니다.
죽음을 향한 존재가 진정한 나를 발견한다.
타인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잡스는 매일 아침 죽음과 마주서서 하루의 계획을 비춰보며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는 매일 자신의 죽음 앞으로 다가갑니다. 이것을 하이데거는 “죽음을 향한 존재”Sein zum Tode, 또는 “죽음 앞으로 전진하기”Vorlaufen in den Tod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죽음을 생각하며 거기에 머무른다는 의미가 아니라, 죽음이 임박하다고 상상하여 시시한 일들을 걸러내고 자신에게 고유한 행동을 발견하기 위한 목적으로 죽음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늘 새로운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의 당산은 은행원이지만 미래에는 회계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인생에게는 늘 새로운 가능성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하이데거는 인간의 존재(삶)를 “존재 가능”(Sein-können)이라고 규정합니다. 그런데 대체로 존재 가능은 진정한 존재 가능, 즉 나에게 고유한 가능성은 아닙니다. 내가 은행 업무를 마치고 밤에 공부하여 회계사가 될 가능성은 진정한 나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라기보다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회계사를 좋은 직업이라고 평가하니까, 나는 그것이 되려고 결심하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이 어떤 가능성(존재-가능)을 결단한 듯하지만, 사실은 사회가 결정한 것입니다. 대체로 인간의 존재-가능은 진정한 존재 가능이 아닙니다. 내가 진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죽음 앞으로 전진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을 잡스는 매일 아침 활용하고 있습니다.
죽음은 고정관념을 파괴 한다
죽음을 향함으로써 우리는 이미 타인에 의해 규정된 고착적 사고로부터 벗어나 내면의 음성을 듣고 진정한 자신의 과제를 발견합니다. 잡스의 창의성은 이런 자세에서 나왔을 것입니다. 당신의 정신 속에는 사회에서 생산된 수많은 이론과 의견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것을 당신이 끄집어내면 그것은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잡스는 죽음과 마주서서 사회의 고정적 사고를 파괴하고 진정한 자신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을 따라가면 “커다란 일”을 수행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진정한 자신만의 고유한 일이고, 그래서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잡스는 연설에서 하이데거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죽음의 가치에 대한 잡스의 생각은 하이데거의 견해 그대로입니다. 죽음은 우리의 진정한 가능성을 우리에게 열어서,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해 줍니다. 잡스는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단순히 말하지 않습니다. 그는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충고하며 그것을 죽음과 대면하여 어떻게 발견하는지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얘기합니다. 1927년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Sein und Zeit)에서 진정한 삶을 발견하는 방법을 얘기하였고, 잡스는 1972년부터(17살 때부터) 실제 인생에서 그것을 실천하였습니다. 죽음 앞으로 전진 하여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다면, 우리는 진심으로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