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행을 떠나는가?
여행은 외부의 탐험이면서 내면의 탐사
영화 ‘여인의 향기’ ‘버킷 리스트’ 보면
변혁이나 자유 등 다면적 함의 잘 드러나
‘어디로’ 여행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말은 넘치지만, ‘왜’ 여행해야 하는지 대해서는 거의 듣지 못한다. 여행 산업은 ‘어디에’에 초점을 두고 여행을 홍보하여, 공항의 안내소나 여행사의 홈페이지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정보는 아름다운 도시나 문화적 명승지 같은 것뿐이다. 그런데 여행의 이유와 가치를 이해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 이해가 깊을수록 여행의 경험을 개인적 욕구와 잘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의 의미는 추상적 주제이므로 직접 사유하기는 힘들지만, 영화를 소재로 생각하면 쉽다.
단순하게 여행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의 이동을 가리킨다. 그러나 그러한 단순한 설명은 여행 경험의 본질을 포착하지 못한다. 여행은 모험, 탐험, 변혁을 상징하는 복잡한 교향곡이다. ‘여인의 향기’ ‘버킷 리스트’와 같은 영화의 내러티브는 이러한 상징성을 훌륭하게 예시하여 여행의 다면적 의미를 드러낸다.
인류는 원시 시대부터 탐험을 시작하여, 우리는 대양을 가로질러 우주로, 그리고 자신의 의식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버킷 리스트’는 불치병에 걸린 두 남자 에드워드와 카터의 여정을 따라간다. 이들은 죽기 전에 자신의 소망을 성취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스카이다이빙을 하며 그들은 두려움에 맞서고, 에베레스트에 오르며 높은 산맥의 적막함을 느끼고, 인도의 타지마할을 방문하여 장엄한 건축 속에 사랑의 상징을 보고, 중국의 만리장성과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여행하며 고대 건축의 위대함을 목격한다.
여행은 외부 세계를 탐험하는 것만이 아니다. 저명한 여행 작가 피코 아이어는 “우리는 마음과 눈을 열기 위해 여행한다”고 말했다. 내면의 여정은 ‘여인의 향기’에서 인상적으로 묘사된다. 군대에서 사고로 실명하여 은퇴한 프랭크 슬레이드 중령은 세상에 대한 울분으로 가득 차서, 추수 감사절 기간 자신을 돌봐 주는 고등학생 찰리 심스와 함께 뉴욕으로 여행한다. 이 여정은 외부적 탐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중령은 형네 집을 찾아가 싸늘한 그들의 시선을 통하여 자신의 무가치한 상태를 확인하고, 차 안과 호텔에서 찰리는 중령과 대화하며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자신을 본다.
여행에는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날 때, 우리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빛 속에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잘 모르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전에 알지 못했던 자신의 측면을 발견하고, 유연하고 용감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발전시킨다. 이렇게 여행은 도전을 기꺼이 수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변화를 촉진한다.
여행의 변혁적 잠재력은 두 영화에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버킷 리스트’에서 부유한 사업가 에드워드는 물질적 소유를 능가하는 가족의 가치를 배운다. 생의 마지막 순간 에드워드는 오랫동안 소원하게 지내던 딸과 화해하며 귀여운 손녀의 뺨에 키스한다. 그러고는 “이 세상 최고 미인과 키스한다”는 버킷 리스트를 지워 버린다. ‘여인의 향기’에서 프랭크는 앞이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탱고를 추고 페라리를 몰며, 찰리는 자살하려는 프랭크를 설득하여 생의 의미를 일깨워 준다. 도전적 경험은 개인의 성장을 촉진한다. 의미 부재의 암흑 속에서 절망하던 프랭크는 다시 삶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찰리는 프랭크의 변화를 통하여 거꾸로 격려를 받으며 소심한 소년에서 순수하고 용감한 청년으로 진화한다. 이 점은 학교의 상벌위원회에 찰리의 보호자 자격으로 참석한 프랭크가 찰리의 행동을 옹호하는 장면에 잘 나타난다. “친구를 밀고하지 않는 오늘 찰리의 침묵이 옳은지 그른지 저는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위원 여러분께 이점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찰리는 자신의 미래를 사기 위해서 어느 누구도 팔지 않았습니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의 진로를 계획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목적지 선택, 이동 속도, 머무를지 앞으로 나아갈지 결정하는 것은 모두 여행자의 손에 달려 있으므로 여행 과정에서 우리는 인생의 장악력을 확인한다. 이러한 자유는 두 영화에서 잘 드러난다. 신체적 장애 때문에 제약된 삶을 살아온 프랭크는 자신의 운명을 책임지는 인간이 되고, 에드워드와 카터는 질병으로 상실했던 인생의 고삐를 다시 거머쥔다. 주인공들의 여정은 환경적 조건이 그들의 삶을 좌우하는 것을 거부하는 해방이며 자율성의 선언이다.
요약하면, 두 영화는 캐릭터의 변화하는 여정을 압축하여 여행의 다면적 의미를 나타낸다. 영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여행은 외면과 내면의 탐험이며, 개인적 변화의 촉매제이자 자유의 상징이다. 우리는 이러한 영화적 내러티브의 렌즈를 통해서 여행의 깊은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부산일보. 2023-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