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청년마을, ‘오히려하동’ 김완준 청년 이야기
“하동에서 청년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도 원래 하고 싶었던 일들이어서 함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다시 돌아온 하동에서 ‘차’에 대한 지식과 보고 들은 차 이야기들을 통해 하동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하동의 아름답고 역사가 깊은 ‘다원’을 널리 알리는 꿈을 품고 일상을 살아갑니다. 아버지와 함께하는 다원 “도재명차”를 운영하고 있는 김완준 청년입니다.
Q 어떻게 ‘오히려하동’에 오게 되셨나요? 원래 어디서 머무셨어요?
저는 관광을 전공했어요. 대학 졸업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 전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시도해 보고 싶어서 2년 동안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어요. 그 기간 동안 SNS을 통해서 하동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게 되었어요. 다른 지역의 청년들이 하동에 와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는 모습과 그에 따른 결과물들도 보니 같이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이렇게 활동하고 싶었지만 혼자라서 섣불리 시도해보지 못했거든요. 근데 다른 청년들이 먼저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같이 한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관광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해외여행을 좋아하시는 아버지와 인도에서 요가를 공부하셨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중학생 때 인도로 배낭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여행을 좋아해요. 성인이 되고 자연스럽게 여행하면서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분야로 관광을 생각하게 되었고 관광과에 진학을 했어요. 지금은 하동에서 다른 진로를 찾아 아버지와 같이 ‘차’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만 차를 활용한 관광 상품을 만들어 운영하는 방향으로도 생각하고 있어요. ‘오히려하동’ 청년들을 만난 후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많아져서 차와 관광을 함께 활용하는 사업이 점점 구체화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Q 다양한 차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장소가 있을까요?
하동에는 차 농가가 100여 곳이 있고 ‘다원’(차를 만드는 곳)이 40여 곳이 있어요. 다원마다 차 맛도 다르고 개성이 다양한데 보통 잘 모르고 SNS에서 유명한 장소만 주로 가요. 그래서 보다 다양한 다원 체험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저희 집 차실 옆에 아버지께서 사랑방 기념으로 만드셨던 빈 공간이 하나 있어요. 제가 하동에 오면서 아버지와 같이 숙소를 운영하고 다음 날 옆 차실에서 차를 마실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대부분의 고객들이 서울 또는 외국에서 오신 분들이에요. 100분 중에 100분이 너무 좋다고 하시면서 하동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모르셨다고 하세요. 다원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홍보 쪽으로 많이 취약하셔서 관광객들이 잘 모르고 방문을 못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홍보를 저희 같은 젊은 청년들이 많이 도와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여기 방문하시는 분들은 어떤 부분을 보고 오시나요?
여러 이유가 있으시겠지만 대부분 숙소를 보시고 힐링하러 오세요. 저희 집도 숙소만 보고 오셨다가 차 마시는 체험을 처음 경험해 보고 가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차가 테마로 된 여행을 하러 오시는 분들은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하동에 차로 된 좋은 소스들이 이렇게 많은데 잘 알려지지 않아 그저 관광, 힐링 용도만 보고 오시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죠. 너무 알리고 싶어요.
Q 친구들을 보면서 다양한 사업을 같이 해볼 수 있겠다 하셨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하동에서 행정의 도움을 받아 다원들을 연락해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는 청년이 있어요. 그 청년이 코로나 시기에 몇 차례 진행했고 올해 제가 그 청년을 알게 되어 ‘차’로 잡은 여행상품을 개발하는 일을 하게 되었어요. 누군가가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저는 같이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차 마시러 가자는 이야기는 항상 커피 마시러 가자고 하는 것보다 무겁고 어려운 느낌이 있잖아요. 다원에서는 ‘팽주'(烹主, 차를 우려 주는 사람)가 차를 소개해 주고 따라주지만 차를 처음 산 분들은 어떻게 우려야 하는지 모르실 거예요. 전화나 인터넷을 찾아보기 불편하니까 이런 어려움을 쉽게 풀어보면 어떨지 ‘오히려하동’ 청년들과 이야기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차 샘플과 차에 대한 설명이 있는 이야기 카드를 함께 넣어 패키지로 구성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이런 생각은 옛날부터 많이 했지만 예쁜 디자인, 홍보 그리고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방식 등의 부분이 저를 포함한 하동에 있는 농민분들의 전공이 아니다 보니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힘들었어요. 이와 관련된 회사도 하동에 없어서 항상 온라인으로 타 지역 회사와 소통해야 했는데 ‘오히려하동’ 청년들이 회사를 차림으로서 오프라인으로 소통하며 도움을 많이 받는 계기가 되었어요.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참여한 마을 중에 하동은 정말 청년들이 필요한 지역인 것 같아요. 청년들이 밖으로 나가는 이유가 도시 경험을 하고 싶어서도 있지만 ‘회사가 없어서’가 가장 커요. 가장 회사가 필요하고 청년이 들어와서 일을 많이 해야 되는 곳이 군 단위의 지역이거든요. ‘오히려하동’ 청년마을을 계기로 많이 생겨나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도 가지고 있어요.
Q 차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요.
옛날 하동 사람들은 끓는 주전자에 홍차, 똘배 그리고 사카린을 넣는 ‘고뿔차’를 만들어 감기 걸렸을 때 약 대용으로 많이 드셨어요. 저도 어렸을 때 접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차는 녹차나무, 홍차 나무 등 여러 가지 나무로 만드는 줄 아시는데 사실 하나의 찻잎으로 6종류의 차를 만들 수 있어요. 차의 다양함을 알려드리고 고객분들이 좋아하는 기호에 맞춰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안내해 드리고 싶어요.
사실 현대인들에게 커피보다는 차가 가장 필요해요. 워낙 빠르게 움직여야 되는 사회이니 오히려 한 템포 쉬어 갈 수 있는 차 마실 여유가 필요한데 제가 봤을 때는 커피를 더 많이 찾는 것 같아요. 근데 요즘 서울에 차를 다루는 카페가 생기면서 트렌드가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긴 해요.
Q 오히려하동 프로그램 참여하셨을 때 어떤 부분이 좋으셨나요?
프로그램을 통해서 하동에 소통할 수 있는 장이 생겼다는 것이 너무 좋아요. 하동 인구 조사로는 읍에 1천 명 정도의 청년들이 있다고 통계상으로 나와 있어요. 하지만 진짜 제대로 머리 맞대고 소통하는 청년들은 ‘오히려하동’ 청년들뿐이고 저도 진지하게 ‘차’라는 주제를 가지고 소통할 수 있는 친구가 이 청년들 밖에 없어요. 그리고 직접 겪어보니 청년들의 전공 분야가 다 다르고 하동에 있는 농가들에게 정말 필요한 역량들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었어요. 청년마을 프로그램으로 이렇게 청년들이 올 수 있음에 너무 감사하고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통해 하나 둘 정착한다면 우리가 ‘인구 소멸을 막을 수는 없어도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동은 정말 장점이 많은 지역이에요. 청년들이 요식업으로 창업을 하거나 ‘다른파도’처럼 회사를 차렸을 때 도시에서 보다 더 튀고 특색 있어 보일 수 있어요. 그래서 시작하고 싶다면 경쟁자가 많은 도시에서 하는 것보다 오히려 하동이란 블루오션에서 시작하는 것이죠.
Q 오히려하동이 지역 청소년들을 향한 마음도 갖고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청소년들이 미래의 청년들이잖아요. 그래서 청소년들이 하동에 정착할 수 있도록 계기 또는 기반을 깔아주는 게 저희 청년들이 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가까이에서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그 친구들이 저희 나이가 되었을 때 좀 더 파급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만으로도 그 친구들이 더 자연스럽게 고향에 남거나, 떠나더라도 돌아올 수 있는 마음이 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하동에서 일상은 어떤가요?
처음 하동에 내려왔을 때는 해외 생활에 대한 향수병이 있었어요. 하동은 할 일도 많이 없었고 여기 왜 다시 내려왔나 싶은 그런 마음을 겪기도 했어요. 근데 ‘오히려하동’ 청년들을 만나면서 ‘내가 하동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구나’를 느끼게 되었고 지금은 이런저런 일들을 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지금 카페 공사를 하면서 바쁜 것도 있지만 그게 없었다 하더라도 이 청년들과 소통하며 할 수 있는 것을 더 많이 만들어서 충분히 바쁘게 지냈을 것 같아요. 하동에 있는 자원들을 잘 활용해서 관광 상품 등 만들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고 고민하면 할수록 계속 생겨나요.
제가 만약 디자인을 전공해서 서울과 같은 도시에 가서 디자인 회사에 취직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한정되어 있잖아요. 여기서는 이런저런 일들을 선택해서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들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요. 하동은 언제나 청년들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고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Q 카페를 언급하셨는데 어떤 카페를 공사하고 계시나요?
하동에는 한옥집이 많은데 제가 그중 하나를 구매해서 리모델링하고 있어요. 실내에서 여러 음료를 판매하고 마당에서는 한 달에 한 번 혹은 보름에 한 번씩 ‘차’ 관련 행사를 진행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안에서 차 마시는 것과 밖에서 밤공기와 함께 차 마시는 것, 또 어느 도자기에 마시는지에 따라 차 맛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차’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이런 활동들로 인해서 하동의 차가 많이 홍보되었으면 좋겠어요.
Q ‘오히려하동’을 한마디로 한다면?
‘오히려하동은 혁명이다’
이런 센 단어를 쓰고 싶을 만큼 하동에서 아무도 시도하려 하지 않았던 것들을 도전하며 나아가는 ‘오히려하동’을 저는 혁명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 또는 꿈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현재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도재명차(荼在名茶)” 브랜드는 씀바귀 ‘도(荼)’자를 사용하여 ‘옛날 전통차’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최종적인 목표는 저희 브랜드를 차 대기업으로 성장시켜서 하동의 차를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는 것이에요.
하동 차는 대기업 차 브랜드들과 차별점이 있어요. 특히 하동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첫 차를 심은 시배지(식물 따위를 처음으로 심어 가꾼 곳)에요. 그리고 경사진 곳에 야생차로 심어져 있어 기계가 아닌 할머니들이 직접 손으로 차 밭을 가꾸시고 솥에 덮는 옛날 전통 방법으로 차를 만드세요. 그러다 보니 하동 차는 고급스러워서 세계 시장에 고급차로 수출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요즘은 K-Pop 열풍도 있으니 그게 오히려 더 강점이 되지 않을까 싶고요.
제가 호주 ‘퍼스’(Perth)라는 지역에 있었어요. 호주가 커피로 유명하지만 퍼스 지역에는 스타벅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하나도 없어요. 전에 들어왔지만 개인 카페의 개성이 워낙 강하고 인기 있어서 버티지 못하고 나갔다고 해요. 저는 하동에 있는 차 다원들이 퍼스의 개인 카페와 같다는 생각을 해요. 차 밭에 따라 차 만드는 방법, 맛, 재배 환경이 다 다른 강점을 가지고 있으니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 개인적인 목표는 하동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 제주도처럼 만들고 싶어요. 제주도는 카페나 게스트하우스가 많아서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한 달 살기를 하지만 하동이나 다른 지역을 보면 오히려 비용을 제공해 주며 한 달 살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젊은 백패커들, 타지 청년들이 ‘내 돈 내산’으로 하동에서 직접 살아보고 정착까지 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은 청년들이 하동을 직접 보고 피부로 와닿을 수 있도록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