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청년마을, '밭멍' 손태원 청년 이야기
어릴 때부터 환경문제에 유독 마음이 많이 쓰였던 손태원(에코) 청년은 문제 해결의 뿌리를 농업에서 발견하고 ‘밭멍’ 청년마을에 오게 되었다.
“저는 진짜 자연이 궁금해서, 자연이 좋아서, 그러한 마음으로 농사를 짓고 싶어요.”
10평 남짓 텃밭으로 시작해 ‘밭멍’의 나뭇잎 밭을 경험하며 자급자족 라이프를 위해 할 수 있는 다양한 생활방법들을 터득한 그는 ‘밭멍’의 대표(호미)와 함께 공동체를 만들어 퍼머컬처를 널리 알리고 함께 지구를 살리는 농업을 실천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다.
Q. 귀농에 결심이 섰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다니던 회사가 좋았어요. 회사의 직원들 모두 너무 선하시고 저를 인정해 주시는 분위기라 좋았어요. 하지만 다양한 것들을 해보지 못하고 정해진 일만 해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어느 날 문득 회사 분들을 쭉 둘러봤을 때 제가 되고 싶은 어른의 모습을 가진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를 많이 동경했어요. 어떤 문제가 일어나거나 필요한 것이 생기면 직접 만들고 노장의 노하우로 해결하는 모습이 너무 듬직하고 어른스러워서 제가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이런 어른이 되어야지!’ 싶었어요. 근데 저희 회사 사람들을 봤을 때 회사라는 조직 내에서는 많이 인정받고 능력 좋은 사람들이지만 회사라는 틀을 빼고 본다면 내가 원하는 어른의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 조직에 계속 남아 있다면 내가 결코 우리 할아버지와 같은 어른이 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겠구나’해서 결심이 섰던 것 같아요.
지금 퍼머컬쳐가 그런 부분과 가까운 것 같아요. 친환경 자급자족이 환경적으로 긍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결국은 자급자족하는 것과 좋은 가치를 위해 살아간다는 건 한 사람으로, 그리고 한 어른으로 올바르게 성장한다는 부분에서 저는 필요하다고 봐요. 진짜 어른인 거죠.
Q. 자연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제가 어릴 때부터 그런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초등학생 때 친구들이 간식을 먹고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면 제가 그 쓰레기를 다시 주워서 주머니에 꽂아 넣었어요. 그리고 학교에서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는 영상들을 봤을 때 마음이 아파서 하루 종일 생각나곤 했어요.
환경 문제에 ‘내가 행동해야겠다!’ 결심했던 계기는 해병대 시절 청정지역 백령도 밑 대청도라는 작은 섬이 있었는데 일반 주민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온갖 쓰레기들이 해안가로 밀려와 항상 쌓여 있었어요. 저는 자연이 아름다운 그 섬이 너무 좋았는데 계속 쓰레기가 쌓이는 걸 보면서 쓰레기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느끼게 되었어요. 혼자 그때부터 조금씩 쓰레기를 줄여 나가며 친환경을 추구했고(제로웨이스트를 실천했고) 전역하고 대구에서 수달을 지키자는 의미의 ‘안녕하수달’ 쓰레기 줍기 모임을 운영하며 직장 생활하면서까지 꾸준히 활동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며 기후 변화 등 더 많은 환경 문제들을 알게 되었고, ‘내가 하고 있는 이 쓰레기 줍는 행동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더라고요. 좀 더 그 문제의 뿌리로 들어가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공부하다 지금 현대 농업의 문제점을 알게 된 거예요.
그때 다큐멘터리와 책을 보며 영감을 많이 받았는데 자연과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던 농업이 생산성을 추구하다 보니 가장 자연을 직접적으로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거를 보고 우리의 환경문제가 되고 있는 유통 등 다양한 산업이 결국 먹거리에서부터 시작을 하니 ‘저기가 뿌리다!’라는 유레카를 얻었죠. 그래서 대구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집에서 15분-20분 거리에 있는 ‘도시 텃밭’을 10평 정도 임대받아 이것저것 심기 시작했어요. 과연 내가 농사를 진짜 좋아할까?를 보려고 했어요.
Q. 자신만의 텃밭을 가꾸며 설레고 재미있었던 부분이 궁금해요.
퇴근 후, 그리고 주말마다 오가며 밭을 관리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야근하기 싫어서 일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처음으로 퇴근이 기다려졌어요. 다른 텃밭을 보면 한 가지만 심어서 농사처럼 지으시는데 저는 이게 재미있어서 하는 거니까 콩, 수박, 오이 등 다양하게 20가지 정도 키웠어요. 그때 ‘내가 좀 더 해봐도 되겠다’ 확신이 들었어요. 또 마트에서 채소를 사면 포장지 쓰레기가 나오는데 내가 키운 농산물을 바로 요리해 먹으니 쓰레기가 나오지 않아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정답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채소들이 생각보다 빨리 자라서 매일매일 모습이 달라요. 농사일하면 힘들고 지루할 거라고 주로 생각을 하는데 저에게는 ‘놀이’ 같았어요. 회사에서는 큰 기계부품이 된 느낌이라면 밭에서는 제가 모든 것을 관장하고 행위 하나하나가 영향을 주니까요.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지만 쓰레기도 줄고 자연스럽게 채소들의 유통과정에서 발생되는 탄소들도 줄어드니까 만약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텃밭을 가지고 먹는 것들을 자급자족하기 시작하면 모든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이거다!’ 확신이 들어서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죠.
Q. 퇴사를 하고 우프WWOOF(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 유기농가에서 일을 도와주는 대신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 중 하나)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우프 경험은 어땠나요?
아직도 그 날짜가 기억나요. 2020년 12월 31일에 퇴사를 하고 2021년 1월 2일에 바로 집에서 나왔어요. 딱 하루 쉬고 부모님께 인사드린 바로 다음 날 배낭 메고 우프를 떠난 거죠. 우리나라에 한 50군데 정도 우프 호스트 농가가 있는데 대구에는 없었어요. 그래서 제일 처음에 ‘김해 스마트팜’ 딸기 농장을 갔었고 그다음으로 ‘구례 화엄사’도 갔다가 이후엔 여러 곳을 옮겨 다녔죠.
경험은 호스트마다 다 달라요. 가지고 계신 생각부터 농사법까지 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시골에서 우스갯소리로 농부가 100명이면 농사법도 100가지라고 그렇게 얘기를 하거든요. 그분들은 공부를 한 게 아니라 다 체득을 해서 본인만의 방법을 터득하신 거예요.
제가 경험한 것 중 하나는 스마트팜이에요. 스마트팜 시스템은 정말 편해요. 버튼 하나로 온도와 습도가 조절되고 열매도 예쁘게 자라요. 제가 머물렀던 농장에서는 주기적으로 갈아주며 순환되어 재사용하는 양액을 제외하고 일부는 흘려보내고 있었고 그 양액이 강으로 흘러가게 되었을 때 녹조가 생기는 것을 발견했어요. 점점 늘어나는 인구를 위해 기능적인 측면에서 스마트팜이 분명히 좋은 대안이지만 많은 양의 에너지를 계속 써야 하는 등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많아 저에게는 답이 아니었어요.
Q. 그렇다면 밭멍은 어떻게 오게 되신 건가요?
저는 한 농가당 한 달씩 12군데를 가보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영월의 우프 호스트 중 한 곳에서 ‘우프 코리아’와 협업한 ‘팜가드닝 프로젝트’를 했었어요. 팜가드닝은 농장과 정원을 합친 개념이고 그와 관련된 교육을 해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농장에서 2주 동안 교육을 받고 일주일 동안 다른 농장에 가서 실습을 해야 했는데 그때 실습했던 농장이 밭멍이에요. 우연히 왔지만 어떻게 보면 또 우연이 아닐 수도 있죠. 결국 비슷한 결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만난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산이 보이고 강이 보이는 이런 영월의 자연 풍경이 안정감을 주어 제 마음에 쏙 들었어요. 그리고 영월의 기후도 마음에 들었어요. 나중에 지역을 정할 때 ‘여름은 여름답고 겨울은 겨울 다운 곳에서 살고 싶다’고 했거든요. 겨울을 나기 위해서 봄 여름 가을에 준비를 해야 되는 그런 삶을 살고 싶었어요. 영월은 사계절이 뚜렷해서 적합했죠.
또 저희 대표님(호미)과 나뭇잎 밭을 걸으며 청년들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고 싶은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감동과 설렘을 주더라고요. 그리고 지금은 천 명도 안 사는 작은 마을이지만 농사를 짓고 친환경 창업을 도전하는 청년들이 모여 함께 지속가능한 삶을 사는 꿈을 함께 꾸게 되었어요.
저도 자급자족하는 삶을 꿈꿔왔지만 혼자는 불가능해요. 이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같이 모여야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막막하고 고민되었는데 호미 님도 그 꿈을 꾸고 있어 든든하고 기대가 되었어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함께 하면 많이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 밭멍에 남기로 선택하게 되었어요.
Q. 공무원에서 농부로 간다고 했을 때 가족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당연히 반대하죠. ‘왜 굳이 좋고 편한 직장을 놔두고 고생하려고 하냐’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제가 부모라도 그렇게 말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설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가 가꾸는 텃밭을 자주 보여드렸어요. 그러고 제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니 부모님도 조금씩 마음을 열어 결국 허락해 주셨어요. 사실 저희 부모님이 전라도 완주 시골 출신이시고 이전 세대부터 농사를 지으셨거든요. 힘든 걸 아셔서 반대를 하셨던 것 같아요.
저는 흔히 농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걱정을 기반으로 밭이 생산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기존의 농업문화처럼 생산하는 공간으로만 받아들인다면 고생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까지 그래 왔기 때문에 고생의 서사가 생긴 것 같아요.
사실 이 밭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되게 많거든요. 예를 들어 밭 한가운데 있는 평상에 앉아 명상을 하거나 밥을 먹을 수 있고, 밭일을 하다 캠핑을 할 수도 있는 건데 ‘이 밭은 오로지 나의 일터다. 내가 여기서 뭔가를 생산해서 앞으로 먹고살아야 된다.’ 이렇게만 보면 너무 힘든 농사가 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저희 부모님에게 말씀드렸어요. “내가 하려는 일은 엄마가 봐왔던, 어른들이 해왔던 농사가 아니고 재미있고 지구와 환경에 도움이 되는 좋은 농사이니 한 번만 지켜봐 달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응원해주고 계세요.
Q. 현재 밭에서 어떤 재미있는 것을 하고 계신가요? 자급자족 라이프도 궁금해요.
현재 한 2천 평이 되는 밭에 작물이 마흔 가지 정도 심겨 있어요. 일반적인 밭은 한 가지 작물만 심어서 똑같이 뿌리고, 솎아주고, 거두고, 약 치고 하며 재미가 없는데 여기는 매일매일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어요.
‘오늘은 여기 벌레가 많이 먹었네 그럼 여기 옆에는 뭘 심어야 될까?’ 이런 고민을 해보고, ‘저쪽은 잘 자랐는데 여기는 또 안 자라네?’, ‘저쪽은 지대가 낮아서 물이 너무 고이나?’ 등 이런 것들도 생각하니까 지루할 틈이 없어요. 전에 도시에 있을 때는 주중에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니까 항상 ‘이번 주말 재밌게 놀아야지!’라는 다짐을 하는데 막상 주말이 되면 할 게 없어서 심심했거든요. 여기에서 한 번도 그런 감각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여기는 마치 실험소 같아요. 일로서 받아들이지 않고 나중에 나만의 농사를 위해 실험한다는 느낌으로 도전해보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요. 급하게 일만 하고 들어가서 실내에 앉아 있는 것보다 밭에 나와 있으면 보이는 것들이 많고 이런저런 아이디어들도 떠올려요. 그늘이 빨리 지는 공간을 발견한다면 ‘어떤 습한 걸 심어보지?’ 멍하니 앉아서 고민해요. 해 넘어가는 것도 가만히 보고 있기도 하고요. 저는 이렇게 자연이 궁금해서, 자연이 좋아서 하는 마음으로 농사를 지어야 진짜 땅을 이해할 수 있고 쉽게 지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퍼머컬처에는 12가지 원칙이 있는데 제일 첫 번째가 ‘관찰’이에요. 농사를 지으려는 땅을 먼저 알아야 하는 거죠. 그리고 오랜 시간을 밭에서 보내야지 어떤 땅인지 정확하게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청년마을 프로그램을 할 때에도 참여 청년들이 밭에 와서 최대한 일처럼 느껴지지 않게 일을 하더라도 왜 하는지 정확하게 알려주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고구마는 순이 많이 달리면 양분이 분산되고 크게 못 자라니까 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이유를 모르고 따면 힘드니까 작은 일 하나를 하더라도 우리는 이유를 다 설명해줘요. 그러면 사람들이 조금 더 의미를 가지고 참여를 하더라고요. 저희는 이유 있는 농사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현재 자급자족 라이프는 주로 먹거리에서 이뤄지고 있어요. ‘밀’과 ‘포르투갈 케일’로 만든 빵과 케일주스로 아침을 시작하고, ‘폐 팔레트’로 만든 닭장과 땅 ‘냉장고’에서 계란과 당근을 가져와 ‘배추’로 김장한 김치와 함께 점심을 건강하게 먹을 수 있어요. 오후에는 ‘허브’티와 ‘바질 페스토’ 또는 직접 만든 ‘어스(Earth) 오븐’으로 피자를 구워 간식타임을 갖고 저녁에는 ‘고추장’과 ‘콩’으로 요리를 만들어 먹어요. 식사가 끝나면 자체 순환 시스템으로 다시 밭에 뿌려주는 ‘퇴비장’에 음식물쓰레기를 해결하고 볏짚을 단열재 삼는 ‘스트로베일 하우스’에서 낮잠시간도 가질 수 있어요.
Q. 지역 주민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시나요?
사실 어른들 눈에는 소꿉놀이처럼 보일 수 있어요. 근데 저희가 작년부터 팜파티 같은 행사들을 하기 시작하면서 청년들이 동네에 자주 보이니까 어르신들이 많이 좋아하셨고 그 이후로는 많이 응원해 주셨어요. 이런 일들을 겪고 나시니 그래도 이렇게 해서 사람들이 오는구나를 아시고 이해가 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뒤로는 저희도 청년들을 더 많이 데리고 와서 다 같이 마을 구경을 가기도 하고 그랬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자연농법이 사람 그리고 지구한테 좋다는 걸 아는데 ‘이 가치를 어떻게 사람들한테 알릴 수 있을까?’ 항상 고민되었어요. 혼자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옳은 일이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해야 영향력이 생기는 거잖아요. 그러다가 영월에 한 우프 농장을 경험했는데 농사도 지으면서 한 팀씩 민박을 같이 운영해요. 좀 특별한 게, 항상 아침 식사를 그날 밭에서 수확하고 요리해서 손님들과 드세요. 그리고 어느 날 손님들을 밭에 모시고 나가서 직접 경험시켜 드렸는데 ‘이 농사는 어떻게 지은 거예요?’ 여쭤 보시더라고요. 호스트님이 땅을 갈지 않고 약도 안 치고 친환경적으로 농사 지어 맛있을 수밖에 없다고 답을 드리는데 체험을 통한 궁금증 유발과 질문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연농법에 대한 가치가 전달되었어요.
저는 거기서 가능성을 봤어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가치들을 하루 지내면서 직접 수확하고 먹어봤던 복합적인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전달해준 거잖아요. ‘저렇게 하면 조금 느리더라도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전달해줄 수 있겠구나. 나도 해야지!’ 마음먹게 되었어요. 그래서 가까운 목표로 농사를 지으며 머무르는 손님들과 같이 농장에서 수확한 걸로 바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팜투테이블’ 공간을 운영하고 싶어요.
그리고 자연 농법을 청년들에게 재미있게 알려줄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게 저의 궁극적인 목표예요. 일본에 청년대상으로 하는 자연농학교가 있어요. 공동체인데 수업과 실습만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숙소에 모여서 밭에서 난 음식을 차려 놓고 소소하게 자연농과 농사에 대한 철학을 나누며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요. 우리나라에도 그런 수업과 모임이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재미있는 모임이었으면 좋겠어요. 철학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친구 집에 놀러 오듯이 편하고 방법론적인 것들을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곳 말이에요.
또 충주에 한 프랑스 농부님이 계신데 작은 알자스를 운영하시면서 사과 농사와 와인을 만드세요. 좋아서,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해서 어떤 일에 몰두해 진짜 나의 일로 만들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건 취미로 하는 것과 정말 다르고 어려운데 그분은 이루셨어요.
제가 퇴사까지 해서 이렇게 이루어 내려고 하는데 절박함이 없으면 안 되잖아요. 내가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것도 있지만 결국은 궁극적으로 친환경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절박함이 있으니까 계속하는 거죠. 퇴사를 생각보다 빨리 했던 것도 과학자들이 얘기하기로는 지구가 이렇게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기까지 이제 7년밖에 안 남았다는 얘기 때문이거든요. 그 말을 들으니까 마음이 급해지고 이렇게 쓰레기만 줍는다고 해결이 될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Q. ‘밭멍’ 혹은 청년마을이 나에게 준 경험은?
밭멍과 청년마을은 저한테 진짜 실험을 할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에 ‘행복한 실험소’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양한 것들을 실험하고 부딪혀볼 수 있는 그런 장을 만들어준 게 밭멍이고 청년마을 지원사업이어서 감사하죠. 저만의 계획들이 많이 있었는데 밭멍에서 직접 해보면서 많이 깨닫게 되었고 많이 필터링이 되었어요.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계획들을 더 확실하게 다져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밭멍만의 힘으로 부족한 것들이 청년마을로 많이 메꿔지는 것 같아요.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어떠한 매개체를 통해서라도 모으는 게 진짜 어려운 일인데 청년마을이라는 큰 사업이 있어서 그걸 통해서 밭멍에 청년이 모이고 있어요. 저는 점점 더 많은 청년들이 이곳을 알아봐 준다는 게 제일 가치 있는 일인 것 같거든요. 그리고 그 사람들이 저희에게 큰 힘이 되고 그 어떤 것보다 저희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시골에 살면 가장 큰 특권이 내 밭을 가꿀 수 있다는 거예요. 얼마 안 되는 텃밭에서 다 자급자족하기는 어럽겠지만 정서적인 안정과 소소한 즐거움을 주고 계속 이 시골 생활을 유지해 나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해요. 제가 도시에 있을 때 그 10평 텃밭 가꿔 봤던 게 저한테 많은 영감과 도움을 줘서 퇴근하는 게 즐거웠던 것처럼요. 그래서 그 특권을 꼭 놓치지 않고 작은 규모라도 밭을 가꿔보라고 권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