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청년마을, '광광스토리지' 박상아 청년 이야기
나를 진심으로 대해주고 고민을 함께 해주는 어른들, 그리고 공동체.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고 싶어 주체적으로 변한 청년.
모두 태백 청년마을, 광광스토리지에서의 경험입니다. 자신의 관심사를 마음껏 펼쳐보고 시도하며, 실패해도 괜찮은 놀이터 같은 곳이라 오히려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의류 리폼(패션), 영상 편집, 기획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즐겁게 배워가고 있는 박상아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Q 왜 태백이라는 지역을 선택하셨나요?
저는 전북 완주에서 왔어요. 작년 완주 청년마을 분들과 교류할 기회가 생겨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 시기에 군대에 있어서 참여를 못했어요. 제가 전라도에서만 살았는데 전라도는 바닷가 지역으로 높은 산이 없어요. 여행 다닐 때 태백을 경험했는데 높은 산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지역을 고민할 때 제가 살던 곳과 반대되는 환경을 원했고 강원도권에서 가장 지대가 높은 태백을 선택했어요.
Q 청년마을에서 어떤 활동들을 했나요?
완주에서는 같이 모여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활동들을 했고 다른 지역 탐방을 다니며 지냈어요. 그때의 경험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어요. 그걸 통해서 청년마을을 알게 되었고 다른 지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태백 ‘광광스토리지’ 청년마을에 와서는 광부 작업복 리폼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대표님이 제가 할 수 있는 것들 안에서 시도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1년 반 정도 재봉학원에 다녔던 것이 떠올랐어요. 저와 잘 맞았던 기억이 있어서 결국 이 재능을 활용해 리폼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어요. 한 달 동안 옷을 3벌 만들었어요. 치마와 점프수트 그리고 여러 주머니를 달아서 저만의 새로운 옷을 만들기도 했어요.
광광스토리지의 세은님이 패션 전공이셔서 조언과 격려를 많이 받을 수 있었어요. 그분의 안목 덕분에 더 깔끔한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한 공간을 활용해 전시회를 열어 만든 옷들을 전시했는데 마을 주민분들이 아직까지도 방문해 주세요.
Q 태백에 좀 더 오래 머물 결정을 내린 이유가 궁금해요.
제가 8월에 태백에 와서 지금 약 4개월째 머물고 있네요. 내년까지 지내볼 생각이에요.
이렇게 오래 머물게 된 이유는 대표님과 깊은 대화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대표님과 새벽 5시까지 얘기한 적이 있는데 삶에 대한 여러 질문을 해 주셨고 대화 가운데 여러 실질적인 조언, 직접적인 대안이 되는 루트 그리고 어떻게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말씀해 주셨어요. 지금까지 저에게 이렇게까지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생각이 들었죠, 여기 청년마을 분들과 함께라면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요. 그래서 더 지내게 되었죠.
현재는 프로그램이 끝나서 여러 가지 일들과 대표님께서 맡겨 주신 과제 몇 가지를 해 나가고 있어요. 그리고 영상 편집, 기획서 작성하는 법도 배우고 있어요. 제가 지금까지 기획, 창작하는 일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이 있었고 바라 왔던 일들이어서 하나 둘 펼쳐 나가는 것들이 너무 재미있어요. 무엇보다 무한으로 지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여기서는 실수하더라도 괜찮겠다는 믿음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 있어서 마음 편하게 할 수 있고 과정 자체가 즐거워요.
Q ‘공동체에 진심인 청년’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계세요. 공동체는 상아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아버님이 ‘식구’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먹을 ‘식(食)’’에 입 ‘구(口)’. 거창한 단어가 아니라 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이라고 이해하고 있고 한 명 한 명 구분 지어서 공동체를 생각하는 것이 아닌 저와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을 모두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공동체는 살면서 어쩔 수 없이 항상 속해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사회로 나와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니 자기 자신을 중요시하고 공동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더라고요. 근데 저는 제가 속해 있는 공동체를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 공동체의 의미라고 생각해 지금 광광스토리지 공동체에서도 그렇게 실천하고 있어요.
Q 광광스토리지가 지역 분위기를 바꾼 것을 본 사례가 있을까요?
태백 지역 보면 다 각자 할 일 알아서 하고 모이는 분위기가 아니에요. 하지만 ‘광광스토리지’ 청년마을이 모일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저희가 ‘작은 영화제’등 마을 주민분들이 같이 모일 수 있는 장을 만들기도 하고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관계를 이어 나갈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청년마을이 아니라면 이런 일들이 생기지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이를 경험하는 주민들은 태백이 고령화 지역이어서 그런지 손자처럼 항상 환대해 주시고 하나라도 더 주려고 하세요.
Q 태백 광광스토리지 청년마을에 머물며 생각의 변화가 있었을까요?
전에는 무언가 선택하고 활동할 때 소극적이었고 주변에서 제안을 받아 활동하게 되었는데 여기서는 먼저 말을 하게 되고 행동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장 큰 변화는 제가 주체적이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Q 태백에서 앞으로의 꿈과 계획을 공유해 주세요.
콘텐츠를 기획하고 창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데 이 일들을 잘 해내서 ‘1인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청년마을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기획하는 과정의 영상, 디자인 등 부분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이번에 진행 예정인 폐의류로 난간을 꾸며보는 ‘장난감’(장성, 난간, 감성 입히기)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서 패션 쪽 재능을 취미로 가져가려고 해요.
Q 광광스토리지를 한마디로 표현해 주세요.
‘놀이터’ 같은 곳이에요. 마음껏 부담 없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입니다.
Q 청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적응하기 위해 주체적으로 움직이게 되고 거기서 오는 원동력이 저에게 큰 성장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아직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고 계시다면 지역에서 활동해보는 경험이 삶의 방향성에 대해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관심사나 취향이 비슷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이니 관계 속에서도 배울 것들이 많아요. 청년마을에서 제가 꿈꾸는 저의 10년 뒤 모습의 분들을 만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