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랑 싸운 후기
사건은 어제 발생했다. 발단은 평범했다. 내가 하지 않은 것(내 책임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일)을 가지고 나의 직장 상사인 명희 씨(가명)가 내 탓을 했고, 나는 평소에도 느껴 왔던 그의 '내 책임은 1도 없다'라는 태도에 기분이 상해서 과거에 그의 잘못으로 일어났지만 그가 책임지지 않은 일을 추궁했다. 결국 함께 지낸 1년 4개월 간 쌓였던 일들을 서로 토해냈고 (말)싸움은 지저분하게 끝이 났다. 그 뒤 퇴근 전까지 우리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늘 쓰려는 이야기는 나와 그 사이의 싸움의 원인이나 그간 쌓였던 감정 이야기가 아니라, 직장에서 상사와 싸우면 어떤 기분인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스스로 자문자답 인터뷰를 해보았다.
A. 원래 싸우려고 작정했던 건 아니라 처음엔 좀 흥분되고 손이 부들부들 떨렸는데, 막상 지금까지 쌓였던 것을 직접 이야기하고 나니까 속이 후련했어요. 그리고 나보다 윗사람한테 대들었다는 불안감과 자부심(?)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후 시간 내내 서로 말을 안 했더니 불편하긴 하더라고요. 한 공간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직장 생활인지라 싸우고도 따로 있을 수 없다는 게 최대 단점인 것 같아요.
A. 굉장히 찝찝했어요. 사실 퇴근 직전에 죄송하다고, 다음부터는 조심하겠다고 말을 하고 나왔거든요? 그런데 "내가 아직 기분이 안 좋아서 뭐라 말을 못 하겠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나왔는데 어쨌든 사과를 안 받아줬으니까 싸움이 끝난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집에 가서도, 다음 날 출근할 때까지도 자꾸 싸운 게 생각나고 '내가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A. 한숨 푹 자고 일어났고, 출근하면서 단골 카페 사장님한테 위로도 받고 다른 동료 직원에게 제 입장을 공감받으니 괜찮아졌습니다. 확실히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직장에서만 완전히 풀 수 있는 것 같아요.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직장 동료가 제 이야기를 들어주니 마음속 앙금이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A. 글쎄요, 또 감정이 쌓이면 싸우겠죠. 일단 내년이 되어 인사발령으로 서로 떨어지게 되길 기원할 따름입니다. 그때까지는 최대한 조용히 기분 맞추면서 살려고 합니다. 아무리 싫은 사람이라도 직장 상사니까, 제 필요에 의해서라도 기분을 맞춰 주는 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도 결재는 받아야 제가 일을 하지 않겠어요?
저번에 어떤 브런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내용은 '왜 우리 팀장님은 별로고, 다른 팀장님은 좋아 보일까?'였다. 심하게 공감하면서 읽었었는데, 정말 맞는 말 같다. 물론 브런치 글의 내용은 인간 자체가 아닌 직장에서의 위치(포지션) 때문에 자신의 팀장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고 했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그냥 인간이 별로라서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직장 생활의 장점은 그 사람과 일로서 만나지 않으면 영원히 만날 일이 없다는 점이다. 물로 반대로 일적으로 엮여 있으면 매일 얼굴을 봐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그렇게 정신승리와 합리화를 반복하며 나는 오늘도 가지 않는 시계를 바라보며 자판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