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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재 Nov 24. 2022

좋은 결혼 상대를 고르려는 사람에게

고르긴 뭘 골라


"공자님 말씀에,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한 자는 산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난 인자한 사람이 아닙니다."

(해준의 ‘이 여자, 뭐지?’ 표정)

"난 바다가 좋아요"

해준이 저도 모르게 “어, 나도.” 라고 중얼거리자 ―                  (p.37-38)


영화 <헤어질 결심> 각본 / 정서경, 박찬욱 / 을유문화사



어제 직장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여자 주인공 서래(탕웨이)가 한 대사를 가지고 각자의 생각을 들어보게 됐다. 질문은 이거였다. "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 동료들은 각자 산을 좋아한다, 바다를 좋아한다 각자의 이유를 대며 대답했다. 그런데 한 후배가 이렇게 대답했다. "산에서 보는 바다가 제일 좋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 나서 생각이 들었다. '이건, 결혼 이야기로 바꿔 이야기할 수 있겠다.'


결혼 상대로 '산'같은 사람(인자한 사람)과 '물'같은 사람(지혜로운 사람) 중 누가 적당할까? 물론, 인자하면서 지혜로운 배산임수형 사기캐 말고, 현실적으로 둘 중에 하나를 갖춘 사람을 고르라면 말이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나는 '물'같은 여자 또는 '산'같은 남자와 결혼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즉, 남자라면 지혜로운 여자를, 여자라면 인자한 남자를 만나라고 권해주고 싶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우선, 시댁과의 관계가 문제가 된다. 시댁 식구들과 며느리와의 관계는 꽤나 복잡하지만 결과적으로 상하 관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며느리는 시댁과의 접촉이 있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 그 스트레스는 누가 풀어줘야 할까? 바로 시댁 출신인 남편이다. 인자하게 배우자의 속상한 부분을 들어주고 보듬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게 쉽지 않은 이유는 남편 쪽에서는 '내가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욕도 먹고 사과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자기가 하지도 않았는데 욕먹고 사과하는 게 쉬운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래, 내가 시댁에서 태어난 것 부터가 내 잘못이다.'라고 마인드컨트롤한다면, 불가능한 것도 없다. 속이 넓다면, 속이 넓어지려고 노력한다면 할 수 있다. 


또한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지혜로운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 좋다. 남녀를 막론하고 소비 관념은 차이가 있겠지만 생활에 필요한 살림을 꾸려나가는 데에 있어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현명하게 소비할 줄 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명하게 소비할 줄 아는 여자가 배우자라면 와이프의 소비에 인자한(별 관심 없는) 남편은 "어 그래~ 사~ 뭐 필요하니까 사겠지~"하며 살림을 위해 돈을 쓰는 여자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준다. 만약 소비 하나하나에 태클을 걸고 따진다면 돈을 쓰는 사람은 눈치가 보이고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처음에 나왔던 동료들과의 이야기로 풀어보자면, 나도 후배처럼 '산에서 보는 바다'를 좋아한다. 내가 산이고, 와이프가 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명한 와이프를 보며 인자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 나도 제일 좋다.


사실 배우자로 어떤 사람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다. 지혜로운 여자, 인자한 남자가 되어야 결혼하고 나서 배우자와 트러블이 적고 서로에게 만족하게 된다. 스스로가 지혜롭지 않고 인색하다면 그것부터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그런 덕목을 요구하는 것보다 우선 아닐까. 물론 이것도 다 알 수 없는 게 이런 것들은 결혼해 봐야 제대로 할 수 있다. 상대방이 현명한지, 인자한지 어떤지 결혼 전에는 TV에서 보이는 남의 집처럼 넓어 보이고 좋아 보인다. 실상 결혼해 봐야 아는 것들이다. 결론은 고르긴 뭘 골라,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자. 좋은 결혼 상대를 고르기 전에, 좋은 결혼 상대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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