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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재 Apr 15. 2023

MZ세대가 버르장머리 없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당신은 머리가 없잖아요

직장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나이대가 부모님, 이모 뻘이다. 스무 살 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직장 상사나 선배라기 이전에 인생의 선배이다. 당연히 조심히 대해야 하고, 세대 차이도 감안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사람들에게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


'공과 사를 구분하라'는 말이 있다. 직장에서 적용한다면 공적인 관계와 사적인 관계를 구분하라는 뜻이다. 공적인 관계는 상급자-하급자, 동료 등의 관계가 있을 것이고 사적인 관계로는 상사지만 친구 거나 선후배지만 동년배인 그런 관계가 있다. 그런데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사람들은 조직에서 자신의 위치를 잊고 자위를 남용하거나 하급자를 인격적으로 무시한다. 사적인 관계로는 전혀 관계가 없지만 공적으로는 자신이 선임, 상사이기 때문이다.


SNL의 <MZ 오피스>를 보면 MZ세대들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몇 가지 발견할 수 있다.'맑은 눈의 광인', '에어팟', '퇴사' 등이다. 보다 보면 웃기지만, 이러한 풍자 뒤에는 MZ세대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불편함, 거부감 등의 비판적인 시각이 자리 잡고 있다. '맑은 눈의 광인'은 속을 알 수 없게 항상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 다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 상사에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솔직하게 말하는 MZ세대의 모습을 바라보는 상사의 시점에서 나오게 되는 말이다. '에어팟을 끼고 일해야 일의 능률이 오른다'라고 말하는 MZ세대의 모습도(실제로 이런 직장인이 어디에 있습니까?) 지나치게 과장된 면이다. '3시간 퇴사 컷' 장면도 나오는데, 잘못된 조직 문화와 하급 직원 대우를 두고 퇴사를 하는 개인의 '근성 부족', '책임감 부족'을 이유로 대는 것도 기성 새대의 일방적인 시선이다.


엠지(MZ)를 쥐 잡듯 하는 상사의 시점에서, 요즘 새로 들어오는 젊은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버르장머리가 없다. 왜냐하면 자신들은 20년 전에, 30년 전에 그렇게 편하게 회사를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말에도 일을 나오고, 직장 상사의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처사에도 복종하고, 비상식적인 근무 여건에서도 일을 해보았기 때문에 현재 젊은 신입들이 토로하는 '어려움'을 상대적으로 사소하게 보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20년, 30년을 근무해 온 기성세대들은 오랜 기간 부조리를 경험하고 내재화함으로써 스스로가 부조리에 관대해지고 말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정도 말은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아랫사람인데 이 정도는 눈감아 줘야 하는 거 아니야?'와 같은 생각을 하며 후배들에게 부조리한 언행을 하게 된다.


유튜버 과나의 '잘하는 집을 안 가봐서 그래'라는 노래에서 '너희들이 알고 있는 / 세상이 전부가 아닌데 / 내가 뭐 조금 가르쳐 주려고 하면 / 금방 꼰대라네'라는 가사가 나온다. 소위 '부장님'의 시점에서 쓰인 이 노래의 가사에는 '너희의 방식도 있지만, 우리(기성세대)의 방식도 있다. 그리고 우리의 방식이 더 옳고 정확하다.'라는 기성세대의 속마음이 담겨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가보지 않은 식당을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맛집을 찾아가는 MZ세대와 오랜 시간 골목을 누비며 입소문을 타지 않은 숨은 맛집을 찾아내는 부장님의 방식은 다르고 둘 다 틀리지 않다. 하지만 그렇기에 꽂히는 것, 자신이 생각해 낸 것에만 특별함과 정당성을 부여하는 부장님의 태도는 틀렸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못한다면, 그건 일을 못하는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직장에서 아랫사람에게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라고 말하는 상사를 보자. 오명희 씨(가명)는 50대 중반의 여성이며 매일 출근해서 일하지 않고 자기 자리에서 멀뚱멀뚱 앉아 있는다. 일은 거의 하지 않지만 팀에서 월급은 제일 많이 받아가는 그는 하루하루가 힘들다. 나이가 들면서 몸도 아프고, 승진도 후배들에게 밀려서 자존심도 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젊은 부하 직원이 일처리를 잘못했다. 업무에 대해 지적했더니 부하 직원이 못마땅한 듯 반응한다. 기분이 순간 나빠진 명희 씨는 외친다. '어디서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


직장은 사적인 모임이 아닌 공적인 조직이다. 누군가가 일을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공'이 들어간 직장과 직업(공기업, 공공기관, 공무원 등등)에서는 이러한 책임의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피해를 주는 사람이 자신의 악영향을 자각하기가 매우 어렵다. 한 마디로 자기가 또라이인 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신입 직원들이 퇴사를 하고, 맑은 눈을 한 채 영혼 없이 일하게 되고, 에어팟으로 귀를 막고 싶은 것이다.


MZ세대를 비판하거나 YOLO(욜로), 한탕주의로 바라보는 매스컴과 그 뒤에 있는 기성세대들에게 묻고 싶다. MZ세대는 정말 버르장머리 없는 세대인가요? 혹시 당신은 젊은 시절 부조리와 불합리함을 겪어서 아랫사람들에게 그것을 답습하고 있지는 않나요? 혹시 그 부조리를 없애는 멋진 부장님이 되고 싶지는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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