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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동KimLawdong Nov 06. 2022

개업할 결심

1. 고백하자면, 저는 삶을 관성으로 살아왔습니다.

<개업할 결심> 연재글은 제가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을 준비하면서 생각한 것과 그 과정을 기록한 글입니다. 제목은 박찬욱 감독님의 멋진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따온 것입니다.



- 긍정적인 면이든 부정적인 면이든 저를 저로 만드는 데에 큰 기여를 한 것은 '관성'이었습니다. 특별히 무언가를 간절히 원한다기보다, 달리 무언가를 간절히 하지 않아서 살아왔던 대로 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떤 일에 대해 동경을 느껴도 그 방향으로 움직이기보다는 동경이나 부러움의 감정으로 그칠 때가 많았습니다. 무언가 이룬 것이 있다면 ('운'의 가장 높은 기여를 제외한다면) '관성'이 주는 꾸준함에서 온 것이었고, 행동하지 못하고 이루지 못해 아쉬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 또한 '관성'이 주는 게으름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삶을 관성으로 살아왔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업을 해야겠다는 결심도 제 안의 어떤 이유에서보단,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 형이, 아는 분이 하는 법무법인에서 사람을 구하고 있는데 생각해보고 답을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말씀드린 것처럼 '관성형 인간'이었고, 다니고 있던 사무실에 대해 불만이 없었습니다(물론 급여를 더 주신다면 더 받을 용의는 언제나 있습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근무 시간이 짧고 자유로운 면이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래서 형의 제안(사실 저의 생각이 어떤지 묻는 단계에서 더이상 진척이 안 되었던 일이라 이걸 제안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도 사실상 거절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어머니 입장에서는 좋은 제안이니 일단 받아들여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신 듯했습니다. 저를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애쓰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좀 강하고 감정적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생각을 해보겠다고 하고 어머니와의 통화를 마쳤습니다.


하라고 하면 더 안 하려고 하는 이상한 성격(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함께 해주신 주변의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엉뚱하게 변협 취업정보센터에 들어가 ‘사내변호사’ 취업 정보를 검색해보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그렇게 괴이한(?) 행동을 하다가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저 먼바다 끝엔 뭐가 있을까”로 시작하는 가수 보아(BoA) 님의 노래를 떠올리면서 시간이 흘러서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상상했습니다. 대형 로펌 경력도 없고, 검사로 임용되거나 재판연구원에 임용되었던 것도 아니며, 곧장 송무변호사로 일을 시작하여 이미 법조 경력이 6년이 되어버린 저의 커리어가 결국엔 어디로 흐르게 될지. 그 끝에 있는 건 결국 사무실을 개업하는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맞이 해야 할 결말, 지금 하지 않고 피하는 게 어떤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Siggy Nowak님의 이미지 입니다.


그렇게 의식의 흐름에 따라 뜬금없이 사무실을 개업해야겠단 결심에 이르렀습니다. 세상을 제 손으로 바꾸겠다든가, 법조계에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거대한 다짐 같은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저라는 존재가 우주의 티끌 만한 존재이고, 저의 결심도 그냥 우주 속 티끌 같은 그런 결심이었습니다.




- 모든 결심이 꼭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사실 결심하고 지키지 않는 행동이 훨씬 많을 겁니다. 살면서 했던 결심을 다 지키고 실천하였다면, 저는 지금보다는 체지방률이 훨씬 낮은 사람이 되어있었겠지요.


마음으로 계획을 세울 때는 모든 게 그럴듯하고 멋지게 느껴집니다. 높은 목표를 세우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막상 해보려고 하면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습니다. 너무 모르니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모르는 채로 고민을 많이 하니 자신감이 사라지고 불안이 마음을 지배합니다. 활활 타오르던 결심이 실천의 단계에서는 태우다 버린 담배꽁초 불씨만큼 작아지고 마침내는 사그라들어버립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계획을 폐기하고 그냥 살던 대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곤 했던 것입니다.


내가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먼저 필요했습니다. 너무 낙관적일 필요도 없겠지만 내가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한다면, 구렁텅이 진창으로 가진 않는다는, 망해도 아주 망하지는 않는다는(^^) 자신감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당장 무엇이, 얼마만큼 필요하고 내가 가진 자원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파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가진 자원이야 제가 파악하면 되는 것이지만(없으면 금방 계산이 나옵니다.)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다른 분들의 경험에 기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번 해본 일이라면 어느 정도 가늠을 해볼 수 있겠지만 처음 해보는 일이라 아는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앞서서 사무실을 개업한 분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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