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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동KimLawdong Nov 29. 2022

개업할 결심

2. 앞선 분들의 발자취를 좇다

형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어머니와 통화를 하고, 뜬금없이 사내변호사 채용 공고를 찾아보다가, 마침내 '개업'까지 의식이 흘러갔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그날 밤과 다음 날 새벽에는 거의 잠을 못 잔 것 같습니다. 희망찬 생각보다는 아무래도 부정적인 쪽으로 생각이 많이 흘렀습니다. 망하면 어떡하지, 잘못되면 나와 아내와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유니온(*아이를 부르는 애칭입니다.)은 어떻게 되는 거지, 담보대출금을 갚지 못해 결국 집에 근저당권에 의한 임의경매가 들어오는 건가, 기저귀랑 분유가 다 떨어지면!!! 아내가 육아휴직 중이라 더 불안한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도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하면 사무실을 오픈할 수 있는 거지?


아침 이른 시간에 유니온을 돌보고 출근 준비를 하면서, 휴대전화로 변호사 사무실 개업과 관련된 이런저런 글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다 <Super 1인 변호사>라는 책이 소개된 기사글과, 대표저자이신 안현주 변호사님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jesunglaw)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몇 주 정도 지난 뒤에 쓰는 글이라 책 소개글을 읽고 안현주 변호사님 블로그에 들어가 본 것인지, 반대의 경로로 책을 알게 된 것인지는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책을 주문하고 안현주 변호사님 블로그 글을 순서대로 쭉 읽어나가게 됐습니다.


저는 통상 변호사 사무실 하면 생각나는 그런 공간에서 일을 했습니다. 변호사 개인마다 방이 있고, 방에는 큰 책상과 의자와 책꽂이가 있으며 방문 밖 공간에는 여러 직원 분들이 앉아서 사무를 보고 계십니다. 그런데 안현주 변호사님께서는 공유 오피스를 통하여 1인 변호사로 활동하고 계셨습니다.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고 놀랐고, 한편으로는 부담을 느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기존의 사고를 전환해서 콤팩트하고 가볍게 시작한다면 제가 가진 한정된 자원으로도 도전해볼 수 있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실제로 어떤 부분을 어떻게 준비해서 활용하셨는지,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새롭게 추진하고 바꾸어나가신 부분은 어떤 것인지 등을 자세하게 기록해두셔서 계획을 세우는 데에도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도 활동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하면 즐겁고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에 설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당시 아내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카카오톡 메시지라 구어체로 되어 있는 부분을 조금 다듬었습니다 ^^).


"솔직히 목표나 꿈같은 건 없었고, 변호사 되고 나면 전문직이니까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지 않나 생각했거든. 그런데 막상 되어보니까 일할 때 연구하고 하는 건 재미있긴 했지만, 다른 건 잘 모르겠더라고. 그런데 저 변호사님이 하고 계신 모습을 보니 변호사도 하시고, 사업가도 되시고, 또 작가도 되시고 하신 것 같아서..."



사실 이전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서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막연한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내도 제가 진짜로 다니던 사무실을 그만두고 진짜로 무엇인가를 할까, 반쯤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평소에 일을 하다가 지쳤을 때도, “일을 그만두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설렌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말하자, 아내는 이제는 진짜로 돌이킬 수 없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뒤에 이야기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지만, 아내는 제가 평소에 (진의 없이 반쯤 투정식으로)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면 거기에 대해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민을 해왔다고 하였습니다. 갑작스럽게 아무 계획도 없이 일을 그만둔 후 다시는 일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가족이 생계를 어떻게 유지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합니다. 제가 반 투정식으로 이야기한 것들을 아내가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앞으로는 마음을 드러낼 때 좀 더 “정확한” 표현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고정된 급여를 받을 때보다 불안정한 상황에 놓일 것이므로 아내와 원팀이 되어 속마음을 잘 소통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저의 투정과 뜬금없는 결심을 모두 이해하고 응원해주고 있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아무튼 저날 저녁 무렵부터 며칠에 걸쳐 <Super 1인 변호사> 책을 펼쳐서 조금씩 읽어보았습니다. 앞서서 '개업'이라는 길을 가진 여러 변호사님들의 진솔하고도 구체적인 경험담이 담겨 있었습니다. 온전히 낙관적인 내용으로만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도 적혀있었습니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세부적인 팁을 적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무엇보다도, 변호사라는 직업과 일에 관해 기존과는 다른 방향의 꿈을 꾸고 실천하시는 모습이 동기를 부여해주는 듯했습니다. 혼자서 고민하고 걱정할 때는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말로 감사하게도 소중한 경험을 나누어주며 먼저 걸어간 길을 공유해주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이후에 어떻게 해 나갈지는 온전히 저에게 달린 것이지만, 문을 열고 밖으로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앞선 분들이 새겨 놓은 발자취 덕분입니다.

출처 : Pixabay로부터 입수된 Gerd Altmann님의 이미지 입니다.



* 아래에 영감과 도움을 주셨던 분들의 블로그를 소개해둡니다. 혼자만의 생각으로 일을 추진하게 된 것이 아니기에, 어떤 분들께 도움을 받았는지 꼭 밝혀두고 싶었습니다.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제 앞가림도 힘듭니다.) 이런저런 정보를 찾고 계신 분들이 저처럼 도움을 받으실 수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 안현주 변호사 님 블로그 <자유롭고 유연하게> : https://blog.naver.com/jesunglaw

- 1인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시면서 직접 경험하시고 느끼신 내용들이 정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최초 개업을 위해 필요한 사무실 문제부터 시작하여 업무 도구, 사업자등록과 같은 세부적인 절차에 관한 부분, 직원 고용과 관련된 이야기, 마케팅에 대해 고민하신 내용들,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신 부분들 등등 정말 소중한 정보들을 아낌없이 공유하고 계십니다.


· H변 님의 <개업이 머에요> 티스토리 : https://heukbyun.tistory.com/

- 공유사무실 개업에 관한 글을 찾아보다가 H변 님의 티스토리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개업 후 고객 확보나 업무 영역을 넓히는 방법 등과 관련해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을 남겨두셨습니다. 특히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하여 적어두신 글을 보고 저도 이런저런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조언을 찾고 계신 분들이라면 큰 도움을 받으시리라고 생각합니다.


· 김마이너 님의 브런치 : 김마이너의 브런치 (brunch.co.kr)

-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1인 개업을 꿈꾸시는 변호사님들 중에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김마이너 님의 브런치 글들을 보면서 삶의 방식 자체에 대한 영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글을 읽다 보면 다른 방식의 삶이라는 게 멀리 있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가지게 됩니다.


· 양태용 변호사 님 블로그 <혁신가를 위한 양태용 변호사> : https://blog.naver.com/lawsejong

- "나는 어쩌다가 개업변호사가 되었는가?" 시리즈 글을 먼저 접하게 되었는데, 끝없이 도전하시는 용기와 추진력에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글을 정말 잘 쓰십니다. 내용이 깊이 있으면서도 무척 재미있어서 계속 클릭해서 읽게 됩니다! 글을 읽고 아내에게도 공유하였었는데, 아내도 "후루룩 다 읽었네"하고 감상을 남겼습니다.


· 김정민 변호사 님 블로그 : https://blog.naver.com/lawrahm

- 공유 오피스에서 개업을 생각하시는 분은 김정민 변호사님 블로그에서 "[소규모 개인사업자 시작 절차 - 2] 사업장 결정" 글을 읽어보시면 큰 도움이 되실 듯합니다. 저는 공유오피스 투어를 할 때 김정민 변호사님이 적어두신 체크리스트를 출력하여 가지고 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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