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의 우물우물- 열한 번째 긷기
새벽 6시 50분. 요란한 알람소리에 잠에서 깬다. 오늘도 느지막이 알람을 끄는 윗집 사람의 기척이 옷방과 욕실을 넘어 내가 누운 침대까지 당도한다.
예전에 살았던, 첫 월세가 700달러가 채 안 된 50년 넘은 아파트는 누가 복도를 지나가기만 하면 그 발소리에 맞춰 바닥이 진동했다. 아이가 한 명 뛰어가도 얇디얇은 유리창은 셀로판지처럼 파르르 떨렸다.
그곳과 이곳의 집들은 벽돌이나 콘크리트보단 나무판자로 지어진다. 자연재해가 덜한 만큼 자재 가격도 덜어내려는 집 짓는 사람들 덕에 이렇듯 울림이 강한 집들은 우후죽순 생겨난다. 토네이도나 강추위를 걱정할 필요 없어 다행이지만, 남이 맞춰둔 알람에 억지로 눈을 뜨는 건 가끔은 고역이다.
윗집 사람의 발소리가 멎고 마침내 고요해진 아침.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캐롤라이나의 지저귐이 자욱한 안개를 뚫고 들려온다. 이건 더 잘 들리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나는 종잇장보다 조금 두꺼운 유리창 너머 숲을 바라본다. 그렇게 또 하루가 시작된다.
#무해함일기 #CQ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