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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 Apr 22. 2024

살고 싶었다

아침에 눈 뜨는 게 두려웠던 나날을 보내면서도

차마 스스로 삶을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이어가고 싶었고,

그래서 그 이유를 찾는 일이 간절했다.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지, 왜 살아야 하는지,

힘든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런 걸 찾아 읽으며 버텼다.


그렇게 읽어 내려간 글들은 실제로 큰 힘이 되었다.

막막함과 두려움을 조금씩 걷어낼 수 있었고

살아야겠다는 용기와 삶의 의지를 되새겼다.


사실 학교 선생님을 비롯해 내게 도움을 주려는 분들이

따듯한 손길을 내밀어 주시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고마운 분들에게 나는

쉽사리 마음을 열지도, 기대지도 못했다.


가장 믿고 의지해오던 가족들에게 기댈 수가 없었고

그로써 오는 상실감과 허망함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그 무렵 엄마가 들려준 꿈 이야기가 결정적이었다.

사채업자들이 집을 때려 부수고 나를 성폭행했는데,

그걸 지켜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꿈.

너무 충격을 받아 며칠이나 머리에 맴돌았다.


머릿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틈날 때마다 날 괴롭혀서

어느 순간에는 엄마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혼자 꾸고 넘겼어도 될 악몽 이야기를 왜 나한테 굳이?

내가 힘들어할 거라는 걸 알았을 텐데 대체 왜?

그런데 그런 끔찍한 꿈을 쭉 혼자 안고 앓았다고 하면

엄마가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살기 위해, 누군가에게 나눠 덜어내야 했나 보다.


그치만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딱히 나아지지도 않았고,

되려 그 꿈에 사로잡혀 힘들어해야 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비극이었다.


슬픔을 나누면 줄어든다는 말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질 때면

나 때문에 같이 힘들어해야 하는 사람, 또는

내 슬픔에 관심도 없는 사람, 으로 분류하게 되어

목 끝까지 차올랐던 하려던 말을 그냥 삼켜야 했다.


혼자 헤쳐 나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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