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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Go쥬니의 다락방 Aug 18. 2022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보는 이를 물드는 영화





올해 극장에서 상영한 영화들 중 최고의 걸작으로 생각하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 대한 감상입니다.


영화를 보고서 느낀 저의 개인적인 생각을 보여주는 글이기에 읽기 전 앞서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영화에 대한 댓글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


(스포일러가 있으니, 영화를 보신 분만 보시길 권장합니다.)






왜, '해준'은 '서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을까?




영화 내에서 해준은 자신이 형사라는 것에 대한 굉장한 자부심이 있는 인물이다.


또한, 해준은 모든 것을 알맞게 정리하는 것이 몸에 베일 정도로 철두철미하고, 청결하며, 감정보다는 이성적인 사람으로 표현이 된다.



불면증이 있는 해준을 재우기 위해 서래가 오는 장면 이전에도, 자신이 누운 침대 옆 협탁에 있는 삐뚤어진 책들도 각을 맞춰서 정리를 하고,


상사가 꾸짖는 사무실에서도 상사의 신발이 닿은 책상도 티슈를 닦으며, 절에서 삐뚤어진 접혀진 이불도 각을 맞추는 사람이다.






또한, 항상 자신이 입고 다니는 12개의 주머니가 달린 코트에는 항상 정해진 자리에 정해진 물건들이 넣어져있는, 굉장히 꼼꼼하고 어찌보면 강박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렇게 꼼꼼하고, 이성적이며, 자신이 하고 있는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가지고 있던 인물이 어떻게 자신이 '붕괴'되면서 까지도


서래에게 빠지게 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Reason.1]



영화 내에서 해준은 말한다.


"내가 서래 씨 왜 좋아하는지 궁금하죠? 아니, 안 궁금하댔나? 그래도 말하겠습니다. 서래 씨는요 몸이 꼿꼿해요, 긴장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똑바른 사람은 드물어요, 난 그게 서래 씨에 관해 많은 걸 말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해준이 서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서래의 '꼿꼿함'이다. 왜, 해준은 서래의 '꼿꼿함'에 이끌린 것일까?


'꼿꼿함'이란,


사람의 자세나 서 있는 사물이 굽지 않고 곧다.


사람의 마음가짐이나 성격이 곧고 굳세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어떠한 타인에게 더 호감이 가고 끌리게 되는 것 일까.

사람은 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보다는 비슷한 성향의 사람에게 더 끌린다는 연구가 많다.


누군가에게 매력을 느끼게 하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공통점에 있다.

'해준'은 '서래'를 보면서, 자신과 굉장히 닮았다는 말의 대사를 많이 한다.






예를 들면, 죽은 '서래'의 남편인 '기도수'를 보여주기 위해서 '해준'은 두 가지 방식을 제안한다.

말로 들을 것인지. 사진으로 볼 것인지.

'서래'는 이 선택의 과정에서 사진으로 보는 것을 고르고, 이를 보고 '해준'은 단호한 모습이 자신과 똑같다 생각하고 관심을 보인다.


이처럼 자신과 닮아 있는 '서래'를 보고서 더 호감이 갔을지도 모른다.




[Reason. 2]



또한 대인관계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극명하게 보여준다.

바로 '해준'과 그의 아내인 '정안'의 관계와 '해준'과 '서래'의 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양상을 보여준다.



전반적인 영화에서 '해준'과 '정안'의 관계는 '육체적인 관계'를 대체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석류', '자라' 등의 소재는 '육체적인 관계'를 유지시켜주는 요소이다.

또한, 대사 중에서 "섹스리스 부부 중에 오십오 프로가 이혼한다는데 괜찮냐" 라는 대사와 "섹스가 고혈압이나 심장병에 좋다고들 하잖아. 최근 연구 보니까 인지 능력 향상에도 그렇게 좋다네?" 라는 대사와 정안의 대사인 "난 그런게 필요해. '지금 당장' 육체적으로 당신을 강렬하게 소유하는 거." 라는 부분을 통해서 이 둘의 관계는 '육체적인 관계'가 주를 이루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그에 비해, '해준'과 '서래'의 관계는 '정신적인 관계'를 주로 보여준다.

이 둘의 관계에서 직접적으로 두드러진 육체적인 씬들이 거의 없다. 마지막에 있는 키스신을 제외하고는 접촉이 없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준'은 '서래'와 많은 것을 나눈다. 자신만 알고있던 코트의 주머니 속 물품들을 능수능란하게 찾아서 사용하는 '서래'를 보며, 자신에게 관심을 주고 있다는 기쁨과 함께 정신적인 케어를 받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해준'은 영화내내 극심한 불면증을 가지고 있는데,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데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수면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를 '서래'는 자신의 숨에 해준의 숨을 맞춰서 숨을 쉬라고 행동하며, 해준에게 있어서 제일 심각했던 문제인 불면증을 해결해준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만드는 데 있어서, '육체적인 관계'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관계' 이기 때문에, '해준'은 '정안'과의 관계에서 결핍을 느끼고 '서래'와의 관계를 쌓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정안'과의 관계가 정신적인 부분 역시 케어를 했다면, 이 영화는 진전이 없었을 것이다.








영화의 제목은 왜, '헤어질 결심'일까?



영화에서 '헤어질 결심'이라는 말이 딱 한 번 나온다.



이포로 배경이 옮겨지며,  또 다시 '서래'의 주변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이를 보고 흥분한 '해준'이 왜 또 자신의 근처에서 살인 사건을 저지르고 담당으로 배정이 된 것인지. 자신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인줄 알고, 부산에서와는 다르게, 냉정한 형사의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서래'에게 질문을 한다.


"왜 그런 남자하고 결혼했습니까?"


이를 듣고 '서래'가 "다른 남자하고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했습니다." 라는 대답을 하는데, 이 때 딱 한 번 나오게 된다.


그렇다면, 연인 간의 관계에서 '헤어질 결심'을 하기 위해 어떠한 행동을 할까?


보통 그 관계에서 나온 것들을 지우거나 없애는 식으로 행동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진을 지우거나 받았던 선물들을 버리는 등의 행동을 하며 그 사람과 '헤어질 결심'을 한다.


즉, 관계를 통해서 만들어진 '부산물'을 없애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정적인 관계를 끊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것이 긍정적인 관계를 위해 즉, 서로를 위해 헤어지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영화에서는 '서래'의 관점에서 '헤어질 결심'의 의미를 중점적으로 둔다.

'서래'는 자신으로 인해 망가진 '해준'을 위해서 헤어질 결심을 하고 결국 자신의 존재를 없애는 행동을 한다.

이를 통해서, 영원히 자신을 기억하길 바라는 '해준'에게 미제 사건이 되고 싶은 자신의 마음과 자신으로 붕괴되어 버린 '해준'의 마음을 다시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헤어질 결심'을 한다.


이러한 '서래'의 마음이 영화의 큰 틀을 관통하기에 영화의 제목을 '헤어질 결심'으로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 데 빠뜨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




영화 내에서 가장 여운이 남는 대사였다.


처음 이 대사를 들을 때는, 그저 '해준'과 '서래'의 약점들이 잡혀있는 핸드폰을 처리하라는 직설적인 뜻으로만 이해를 했던 터라 딱히 크게 와닿지는 않았는데, 두 번째 관람할 때는 사뭇 다르게 들렸다.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을 생각하면서 이 대사를 들었을 때는 단순히 서로에게 독이 되는 약점을 처리하라는 것이 아닌,



'사랑한다.' 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대사였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 외국인인 '서래'가 '해준'이 처음으로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 데 빠뜨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라고 말한 장면에서 이를 자신에게 '사랑한다'라고 말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더 감정선을 자극했다.


그리고 이를 '해준'을 향한 자신의 마지막 말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서 인상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서래의 스마트 워치에 녹음된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서 몰아치는 바닷가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참으로 마음을 후벼파는 장면이었다.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자신을 지극히 생각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담은 이 대사는 영화에서 제일 좋았던 명대사였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저 '사랑한다.'라는 말 대신, 상대가 사랑한다고 느낄 수 있게 표현해야겠다라고 다시금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배우들



두 배우의 다방면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다. 박해일, 탕웨이 두 배우 정말 좋았다.









보면 볼 수록 느끼는 것이 달라지는 이런 영화가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 이런저런 많은 경험을 하고 이 영화를 보게 되면 또 다른 감상이 나올 것 같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보는 그 날. 이 감상을 다시 추가해야겠다.


(2022.08.16 기준, 2회차 + 각본집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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