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비아 Oct 04. 2022

변하지 않는 사랑

그 어떤 놈



식사를 마친 아버지는 신문을 접고 수첩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냥 모른 척했다 그렇지만 자꾸 눈치가 보였다

심란한 마음 뒤로 하고 아버지께서 늘 즐겨 드시던 커피 1 설탕 2 프림 1을  머그컵 가득 태웠다

 아버지께 살짝 붙어 앉아 툭 어깨를 밀쳐보았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칫!!!

청소기를 돌리며 커튼을 뒤로 젖히고 아버지의 알 것 같은 마음을 모른척하기고 했다



청소기도 돌리지 말고 방도 닦지 마 지금 뭐라도 하는 게 아깝다
시집 가면 얼마나 마이 하겠니,,


20년도 훨씬 넘은 그때의 일이다

아버지는 당신의  딸과 만나는 사람이 그 누구였더라도 무조건 마음에 안 들었을 것이다

그저 누구 집 놈이었을 거다 어떤 놈이고 대체,,

외동딸이라는,,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당연 그럴 테고,,


아버지,, 이럴 거면 언니나 동생 하나 더 낳으셨으면

좋았잖아요?


그때 그 시간 온도 습도가 기억난다

모직 커튼이 쳐져있고,, 엄마가 늘 손수 꽂으신 꽃꽂이 검은 수반의 알록달록 이름 모를 꽃들

봄이 오기 전 늘 스웨터를 짜서 우리에게 선물하신 다며 늘 털실을 자르고 풀고 하시던

엄마의 털실 빛바랜 바구니 , 꽤나 천천히 끓어오르는 전기 커피포트

두꺼운 아버지의 바바리가 한쪽 켠에 걸려 있고,,

왜 그랬나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딸을 보내는 것이 마음에 시려 의욕이 없이 몇 달을 그러셨는데,,


위로 오빠 둘 터울이 9살 7 살

그러다 보니 막내이기도 하고 딸 하나라 귀염과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

내겐 행운이고 감사의 제목이지만 부모님께는 서운함이었을 터,,

자식을 낳고 부모가 된 지 오래된 시간임에도 난 참 철없는 엄마인 듯하다


아침에 남편과 베란다에 앉아 커피와 샌드위치를 나누며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마도 아버지 기일이 다가와서 인가보다 이 시기가 되면 머리가 찌릿찌릿 아파온다

늘 마음을 다하지 못한 마음이 들킨 듯해서..

아직도 아버지의 모습은 선명하게 늘 내 배경으로 서 계시는 듯하다

아버지의 미소를 다시 볼 수는 없지만 ,,

남편이 말을 건넨다


"

그 어떤 놈 살아보니 어떻니?

나름 괜찮치!


뭐래,,

난  대답 대신  먼 곳을 바라보며 웃었다

난 늘 좋은 딸이고 싶었고 좋은 아내, 좋은 친구,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물론 좋은 며느리도,, 좋은 엄마, 좋은 옆집 아줌마까지

그래 울 남편 이만하면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지,,

키가 좀 작고 잔소리가 좀 있고 칼퇴근에 집밥 고수하는 남편이라는 것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누군가 내 뒤에서 말하는 듯하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아침 햇살을 쬐이며 멍하니 캠핑의자에 땀이 베이도록 앉아 있다

따가운 햇살 뒤로 곧 소낙비가 내릴 듯하다

변하지 않는 사랑

 

조금은 시리고 아프고 기쁜 길 그 길

누구에게나 그 길은 있을터

오늘따라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가 진하게 다가온다


곧 가을이 오겠지,,



















작가의 이전글 어른이 되길,,잘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