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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Oct 04. 2022

어른이 되길,,잘했다

이곳이어서 다행이다



지난해 이곳으로 이사 온 세화 씨  그녀는 반갑게도 나와 동갑이었다

주말마다 오는 세컨드 하우스였지만 자연을 좋아하는 그 부부는 일을 마치고 주중에도 씨앗을 뿌리고

상추, 토마토, 고추를 텃밭에 키우며 진정 농사일에 진심인 농부처럼 성실하게 땅을 일구었다

순수하고 때 묻지 않는 그녀 메이컵을 하지 않는 그녀는 해를 가리려는지 선글라스가 머리 위에 얹혀 있었다

몸빼와 토시 그리고 선글라스 뭐 어때

"언발란스하잖아 "


동갑이라는 이유로 쉽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고 커피를 마시고 일이 없을 때는 식사도 하며

집에 반찬들과 과일을  나누며 친하게 오가며 지냈다


그러다, 올해 초 건강검진에서 남편의 병을 알게 되었다

세화 씨는 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듯했다 내심 마음은 아프고 힘들었겠지만 내색 없이 농막과 집과 병원을

오가며 무던하게 남편의 간호를 하는 듯했다 건강에 자신한 남편이 건장하고 남자답던 남편이

아이들 아빠가 믿어지지 않는다며 하늘을 보며 한 숨을 짓기도 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던 그녀에게서

두 계절이 지나고,,

예쁜 꽃이 피어나는 그 계절  남편은 하늘에 별이 되었다며 연락이 전해졌다




눈물을 글썽이며 입술을 꾹 다문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떠나지 않는다

순간에 최선을 다했지만 한번 시든 꽃처럼 우리의 삶도 그런가 생각되니

마음이 더 아려 오는 듯했다  그녀는 내게 이곳을 정리하지 않고 계속 오겠다고 했다


"아파트를 가도 남편이 생각나고 이곳에 와도 남편이 생각날 테고

남편이 늘 좋아했던 이곳을 정리하고 싶지 않아,

사실   뭣 보다 여기 친구가 있기에 더 가고 싶지 않네"


내가 참 좋은 이웃이었다고 했다

'내가 누군가에 좋은 이웃이 구었구나 위로와 힘이었구나'

어찌 보면 오지랖일까 싶게 병환으로 힘들었을 그녀에게  몸에 좋다는 오미자나 곡식 가루, 반찬을 건네며

늘 힘내라고 용기를 주었다   응원한 게 전부인데,,


다행이다,,

이곳이어서 다행이다



그러기에  주변에 사람들이 참 많은 걸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좋은 이웃이라는 것이 마음을 쏴 하게 했다 다시 피어오를 수 없지만 처음과는 다르겠지만 그녀에게 소중한 이웃으로 친구로 ,,

어쩜 영원히 아파할 것 같은 그녀에게 울고 불고 한다면 그녀는 더 아파할 것이다

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남들에게 얼마나 위로의 사람이었을까


살면서 배우자가 세상을 먼저 떠난다는 것 얼마나 힘들고 견딜 수 없는 슬픔일까,,

그녀는 남편을 아주 괜찮은 사람이라고 했다

만약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그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장례식에 조문을 하러 온 남편의 친구와 후배에게 전해 들은 남편의 학창 시절 이야기가

그녀에게 너무도 감동으로 다가왔나 싶었다

아파왔던 만큼 앞으로의 삶이 그녀에게 더 아름다운 삶이기를 바라본다


가슴에 맺힌 아픔과 시림  다 알 수는 없지만 절실하게 헤어짐의 고통을 느낄 듯하다

손도 잡아주고 안아주고 함께 눈물 흘렸지만 가장 아픈 이별이라 생각된다

지난 그녀의 사랑이 남겨진 아이 둘에게 서 찬란하게 빛나길 바라본다

그렇게 나는 50이 다 되어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




어른이 되길 잘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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