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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Oct 17. 2022

아프니까 다행이다

소낙비처럼 그렇게 콸콸  울고 싶다




오전부터 비가 내린다 초록비가 싱그럽게 예쁘게도 내린다 여름 한가운데 한소끔 끓어오르더니 

아직도 볕은 뜨겁다 이름 모를 풀꽃이 야생화 향이 그대로 고스란히 빛을 담는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오늘은 뜨거운 커피로 마음이 움직인다

나무를 바라보다 음악을 들으며 청소와 집안일을 할 준비 요이땅!

오늘의 내 기분은 맑음으로 정했다


커피를 내리는 사이 30년도 더 나이 든 검정 피아노를 바라보다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요 아이 울 아버지가 사주신 이사 때마다 들고 다니며  뗄 수 없는 우리 사이

빛도 바래고 조율도 엉성해져 예전의 음을 내지는 못해도,,

나의 히스토리에 늘 자리하는 요 아이 ,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17년도 더 넘어버린 시간이지만,,

난 늘 아버지의 걸음 , 냄새, 음성을 기억하고 있다 엄마랑 얘기를 나눌 때마다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고

울다가 웃다가


시집보내고 촘촘한 주택가에 자리한 우리 집 한 달을 울며 다니시니 동네분들이 다 알아버렸다

아버지 눈엔 아이가 아이를 가진 듯하셨을 듯하다

기뻐하시며 케이크를 들고 오시다 시댁 식구랑 함께 있는 모습에 문 앞에 두고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울컥한다

입덧으로 고생하며 밥을 제대로 못 먹을 때  평소 다니지도 않던  대구의 백화점과 마트를 다니시며

새콤한 풋사과와 딸기를 사 오셨던 날  그뿐이랴

어떤 기회에  티브이에 나온 내 모습에 두고두고 기억하며 친구분들과 지인들께 자랑거리로 여기셨던 분 



그분이 제 아버지입니다  삶이 그런가 보다 계실 때 몰랐던 일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그때 미처 알 수 없었던 일들  모든 문제에 해답을 알아버렸다

소홀했던 지난 시간 ,,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바쁘다는 이유로 전화도 짧게 통화하고

친구랑은 한 시간도 넘게 하면서 그뿐이랴,, 남편 한약 지으러 가던 날에 남편을 우선으로 챙기고

아버지 한약은 반재만 지으며 돌아온 내 모습을 회상한다 지갑에 카드를 내었다가 넣었다가

참 나쁜 딸이었다


                                     '난 정말 형편없는 딸인 듯하다'


돌아가실 때까지 내 걱정만 하신 아버지  평생에 끌어안고 가야 할 죄송함이라 엄마에게 늘 얘기한다  

그러면, 엄마께서 하시는 말씀

지금까지 잊지 않고 아버지를  기억하고 추억하고 아파하는 것도 엄마에겐

감사의 제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니까,,

아프니까 다행이다라고 그렇게 나직이 말씀하신다


어른이 되어 가는 거니까,,

아,, 이 말에 또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기억도 사라질까 봐 그러시는 듯하다

배가 시리다


이 여름 더위에 가슴이 조여 온다,,  나도 아이처럼 그냥 팍 한번 울어버렸으면 좋겠다


                '속 비우듯 시원하게 여름 소낙비처럼 그렇게 콸콸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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