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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Oct 04. 2022

[나의 파라다이스] 그렇게 시골쥐가 되어간다.

03. 시골쥐가 된다는 것




적성검사나 MBTI 검사를 해보아도 ‘외향적인 사람’으로 나오는 나에게 큰 고민 중 하나가 인간관계였다. 심지어 사주를 보러 가서도 인간관계에 대해 물어볼 정도이니 그 부담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가 어렵다. 어릴 때부터 타인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늘 주변과 발 맞춰 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성격이다 보니 섣불리 누군가에게 곁을 내주지 않게 됐다. 대도시에서 살다 시골로 오니 인간관계에 대한 걱정은 더욱 좁고 깊게 다가왔다. 시골에선 사람들의 시선이 몇 다리 거치지 않고 곧장 나와 내 주변에 닿았고 그들은 자신들이 겪은 경험을 토대로 나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의식하지 않고 행동한다고 해도 사돈에 팔촌까지 줄줄 외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다.


술보다 커피를 좋아하고 수다보다 사색을 좋아하는 외향성 인간의 돌연변이와도 같은 나에게 뚜렷한 목적 의식 없는 술자리는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시간과 체력이 아까워 결이 맞는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쉬이 나의 여유를 내어주지 못했다. 또한 30대가 되고 나에 대한 정립이 견고해지며 타인에 대한 기대감이 자연스레 사그라들었다. 우정이나 연애를 합쳐 ‘사랑’이라고 한다면 이 주제는 조금 더 곱씹어 주제로 삼고 싶다. 자주 사람이 밉지만 결국 사람을 좋아하는 나의 가장 아이러니하고 복잡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타인과 관계를 맺기  나는 내가 무얼 먹고  해야 좀더 탄탄해지고 건강한 사람이 될지 궁금했다. 부정적인 기운을 나누어주는 사람이고 싶지 않았다. 하여 일을 마치고 직장인 스위치를 끄는 법을 찾고자 무던히 노력했다. 한결같으면 정말 좋겠지만  가지 일을 매일 반복하다보면 금세 지루해졌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택하는 필라테스 등도 나에겐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스트레스가 극심할  되레 에너지가 고갈되는 느낌에 집중이 되지 않아 시간을 오히려 버리는 느낌이 났다. 그러나 운동은 여전히 내가 집착하고 있는 분야라 홈트레이닝이라도 꾸준히 하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여기서 여행과 책은 예외였다. 특히 서너 장을 읽더라도  책을 읽고 잤다. 혼자서 하는 취미를 바라던 나에게 아직도 유일한 선택지는 독서뿐이란  자존심 상하고 웃기지만 이를 포기할 생각도 없는  사실이다. 여행의 경우엔 자주는  가는  현실이나 일상을 보내는 동네라도 새로운 시각으로 보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야 나는 일상을 소풍처럼 즐기고 포장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골의 사계절을 보며 느낀바, 조금  발전한 시골 옆에 있는 ‘위성시골 워낙 열악해 마을에서 축제라도 열리면 모든 사람들이 1 내내  축제에 대해 말하고 외지인들이 싫다곤 하지만 누구보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도 소도시에서 열리는 축제에 마을 사람들의 참여도가 높다는 평이 있는데 내가 보기엔 우리나라 시골도 일본 못지않게 자신이 딛고 있는  위에서 펼쳐지는 일들에 관심이 . 이건 서울에선 갖지 못했던 시각이었다. 당연히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지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애착이 . 이런 점으로 미루어보아 서울이 아닌 시골에선 배울  적을 거라던 나의 어린 생각을 다시 한번 수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직장인 스위치를 끄는 방법을 제대로 찾지 못한  나도 모르는 사이 경계 없이 일상을 보내다 보니 결국 지병이 고 말았다.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없어 그나마 더 나은 지역으로 버스를 타고 가며 생각했다.


‘나는 대체 이곳에서 무얼 하고 있으며, 적응을 하고나면 과연 행복한가? 나의 진정한 파라다이스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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