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책의 저자 피에르 불(프랑스)은 말레이시아의 열대림에서 엔지니어로 활동했으나, 2차대전이 터지자 통신장교가 되어 싱가폴에서 일본군에게 대항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인도차이나 반도의 게릴라전에서 프랑스의 비시정부(친-나치)에 포로로 붙잡혀 강제노동으로 복역하던 중, 사이공에서 탈출하여 영국특수부대에 합류했다고 알려져 있지요.
작가는 프랑스인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미국은 태평양 전쟁-진주만 공습(1941) 때문에 일본인에 대한 트라우마가 더욱 컸을 듯 합니다. 특히베트남 전쟁(1955~75)이 발발한 다음인 1963년에 이 책이 나왔기에, 동양인을 미개하다며 비하?했다가 뒷통수 맞은 것에 대한 공포감이 은연 중에 녹아있을 거라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1968년에 처음 개봉한 영화 자체는 당시 미국사회에 팽배했던 냉전과 미국-소련 간 우주경쟁(+대륙간 탄도미사일/핵군비경쟁+α국뽕)에 따른 군사적 긴장, 그리고 60년대흑인 인종차별과 관련된 민권/반전운동을 표방한 듯 합니다.
전 이번 <혹성탈출 : 새로운 시대>가 줄리어스 시저의 로마공화국 다음에 세워진 제국주의를 근현대사에 빗대었단 인상을 받았는데요. 최근에 이슈화되고 있는 다인종/다문화/다종교 사회에서 미국이 정치적으로 어떠한 목소리(speak?!)를 내야할지를 다루는 듯 했습니다.
참고로 로마제국은 태양신 솔을 숭배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천황의 시조?인 태양신 아마테라스를 숭배했으며 독일 나치의 SS친위대는 검은태양 슈바르체존네를 상징으로 삼았었구요. 이러한 배경에서 이 작품이 미국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 흰머리수리가 아닌, 과거 로마제국과 나치의 상징이었던 검독수리를 등장시켜서 이름마저 태양이라 붙여준 건 꽤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더군요. 솔직히 겉으로 드러난 상징이 무슨 죄가 있겠어요. 내막, 즉 실제로 뜻/행하는 바가 더 중요하겠죠.
(feat.토트넘과 같은 상징/치킨 아니었냐며 鳥롱받는 한화이글스팬 ㅜㅜ)
한편, 트레베이선이 읽던 책 <커트 보니거트>란 인물은 독일계 미국인으로 2차대전 당시 기계공학 전공자라 자주포 운용병이었는데요. 나중에 정찰병으로 활동하다 독일군 포로가 되어 죽을 뻔 한 뒤, 종전 후 시카고대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면서 SF/블랙코미디 장르의 반전소설을 썼다고 알려져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책은 전쟁포로 시절 목격한 드레스덴 폭격을 모티브로 쓴 <제5 도살장>이라고...
(둘은 외모가 판박이인데 그 속은 과연?)
개인적으로 후속편에서는 인간/유인원 간의 정치/외교전 혹은 정보/첩보전으로 판을 벌릴 거 같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한 영화커뮤니티에서 커트 보네거트가 쓴 또다른 책인 <타이탄의 세이렌>과 노아가 건드린 토성 모빌에대한 글을 봤더니, 확신이 좀 사라지는 군요.
May be...... 흠?
그나저나 메이는 트레베이선을 보고 유인원의 앞잡이라며 엄청나게 분노했었습니다. 우리나라 관객들은 아무래도 이 때 일제시대 친일파가 바로 떠오를듯 하네요. 그런데, 어라? 우리나라에 이런 포스터가?
요즘<파묘>에서 해/日 모양의 조선총독부를 보며 경례를 외치는 장면이 담긴 영화나, <키메라>처럼 "태양이 자꾸 우릴 따라와~" 라 말하는 다소 정치역사적인 영화에 연이어 꽂히게 된 듯한 묘한 기분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일(work)이 다가 아니건만 왜 이렇게 정치적센스가 없냐"고 한소리를 들어서 그런가봅니다. 아놔~ 의사소통/일만 하면 되지, 판까지 꼭 짜야하나? ㅜㅜ 말을 안하면 숨겨진 속내를 잘 캐치하지 못하는 눈치력 부족한(나이답지 못한?) 리트리버형 인간인데, 겉으로 보이는 대로 다 믿지는 말아야겠다며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