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마이데이 Sep 14. 2023

엄마 대학 가면 맘대로 할 수 있어 좋은줄 알았어

고3이 다시 시작된 줄 알았어..


“엄마 다들 대학가서도 왜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지.”


“나한테 장학금 얘 긴하지 말아 줘!!! 진짜 다들 너무 열심히 해!!!!”


“왜?? 그 정도야? 아직 시험기간도 아니잖아”


“응!!! 지금도 이런데 시험기간되면 더할 거야. 이건 고3이 다시 시작된 것 같아.”


“에이… 너  그때만큼은 아니다. 그 정도로 하면 너 너무 힘들 거야.”


“맞아!!! 공부 안 하니까 허리도 안 아프고 머리도 안 아프고 공부는 몸을 아프게 한다고!!!”


아무래도 좋지 않았던 허리는 고3 내내 아팠고 한의원과 정형외과를 다니며 자세를 교정하고 달고 살던 두통도 결국은 장시간 앉아있다 보니 자세가 안 좋은 게 원인이었다. 고등학교 내내 아프던 병은 졸업과 대학입학 후 다행히 나았다.


물론 완전히 싹 나은 건 아니지만 그때처럼 병원을 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는 아니었다.


어쩌면 심리적인 압박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주변에서 생기부가 아까우니 반수를 꼭 해보라고 권유하셨지만 우린 더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물론 엄마마음에 아쉬움이 남지 않는 건 아니지만 또 입시스트레스를 받으며 현생을 꾸려 간다는 건 정말 극도의 에너지를 필요한 일이다.


대학만 가면 무언가 드라마틱한 일이 생길 줄 알았겠지만 오히려 스스로의 삶을 꾸려나가 함을 통감하며 허둥되기 일쑤다. 시간표도 내가 짜야하고 교수님의 정보도 스스로 알아내야 하고 그밖에 대외활동과 졸업 전에 어떤 것들을 해야 될지 직접 알아보고 계획을 세우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버린다고 한다.


누구나 2학년엔 꼭 휴학을 해야 후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몇 날며칠 고민을 하더니 2학년 마치고 휴학할 결심과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나에게는  부족한 계획하고 실천하는  능력.  알고 보니 슈퍼 J!! 따님..


자신도 꽤나 빡빡한 생활을 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주변을 보면 학생회활동부터 동아리와 잦은 스터디모임 등… 정말 어떻게 하루하루를 사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학점 챙기고 스펙을 위한 자격증과 봉사 등…. 정말 치열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이다. 물론 그 가운데는 입학과 더불어 자유를 만끽하며  정신없이 노는 것에 올인하는 친구도 있다. 요즘은 sns가 발달해서 굳이 알고 싶지 않아도 스토리에 오라오는 일상만 봐도 그들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사는지 실시간으로 중계를 받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무심하고 싶어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우리가 반수를 진작에 포기한 이유 중 하나이다. 모든 sns를 끊고 다시 입시를 준비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 본다고 안들릴이야기도 아니고 반수 해서 진짜 가고 싶은 곳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쉬움으로 준비하며 한해를 또 치여가며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 때는 말이야 반수가 없었는데 말이다. 요즘은 아니 코로나 때부터  반수가 거의 옵션이 된 것 같다.


자신이 지망한 대학에 우선 하나라도 입학을 하고 난 후 반수를 준비하며 대학생도 입시생도 아닌 생활말이다. 또 그렇게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우린 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맛있는 것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입시를 치르다 보면 뭔가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어쩌면 재수생들이 현입시생보다 더 고지를 차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일 년쯤 뒤에 시작하더라도 또다시 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에 우린 박수를 보낸다. 선생님들께서 아무리 생기부 아깝다고 말씀을 하시고 일 년 정도는 긴 인생에 잠시라고 말해도 우리에게는 다시 입시를 하며 보낼 시간보다는 지금 현재에 충실하며 소신껏 삶을 꾸려가는 게 맞다고 말이다.


입시라는 인생에서 가장 큰 언덕을 넘어 한 단계 성장을 했고 대학이란 곳에서 자신의 삶에 주도적인 주인이 되기 위해 열심히 짱구를 굴리고 있지만 난관은 항상 나타나는 것 같다. 그 와중에 제일 중요한 건 흔들리지 않는  나의 가치관이다.


모르는 것 투성인 대학이라는 곳에서 찐어른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중이다.


 누구의 삶에 이러쿵저러쿵 말할 순 없다.


다만 누군가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내가 뒤쳐질 거라는 불안감에 따라쟁이가 되고 있는 건 아닌지… 포노사피엔스가 인건 아닐까…. 스스로에게 꼭 물어봐주었으면 좋겠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무엇이 정답인지 반백년을 살아온 나도 당황스러운걸 말이다.


어릴 때 엄마가 타먹던 인스턴트커피는 진짜 너무나 유혹적인 향이었다. 엄마가 커피에 에이스를 찍어서 드실 땐 침이 꼴깍 넘어갔다. 엄마는 “이건 어른이 되면 먹는 거야.”라고 에이스만 주셨다. 너무 궁금한 맛이었다.


언젠가 고모가 엄마 몰래 남겨서 준 커피의 맛은 달달함 그 자체였다. 왜 엄마가 못 먹게 하나..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어른이 된 나의 피는 커피라고 말할 정도로 달고 살지만 그때 생애 처음 맛본 커피의 맛이 단연 최고로 맛있다고 말한다.


그때의 커피가 특별히 무언가 달랐던 건 아니다. 처음으로 먹어본 거였으니 특별한 것이라…


우리는 어른으로 계속 성장 중이다.


어른이 되면 무엇인가 특별한 게 있는 줄 알았는데 내게 주어지는 책임이라는 무게가 더 크게 다가오는 나날들의 연속이다. 그래도 어떠한가? 우리는 인생을 주도적으로 끌고 간 힘이 있지 않은가?


우당탕탕하고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그것 또한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나를 믿고 또 나아가보자. 알겠지?

작가의 이전글 엄마 아르바이트구인란에 가족 같은아르바이트생을 찾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