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우린 알지.
우직한 바보 같아 보여도 알고 보면 지구력대장인 거 나는 알지.
울 딸은 언제나 입버릇처럼 말하지.
“난 머리가 좋은 게 아니야. 노력을 하는 거야. 내가 욕심이 많은 걸 어떻게 해. 노력해야지.”
“난 뽑기 운 이런 건 없는 것 같아. 횡재수말이야.”
“왜 그런 생각을 했어?”
“울 공주님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엄마가 다았는데 말이야.”
“초등학교5학년여름방학 기억하지?”
“수학기초를 다져야 된다고 선생님께서 제일 기초적인 단계부터 되어있는 문제지를 싹 다 풀어오라고 했잖아.”
“진짜 그 무더운 여름에 딱 앉아서 무식하게 풀었지.”
“문제지가 그게 몇 권이었더라?”
“에이 엄마는 그걸 또 얘기하고 그래. 난 하기로 한건 꼭 한다고. 부족하다는데 해야지 뭐.”
물론 그때 문제지를 무식하게 풀었다고 수학의 기초가 탄탄해진건 아니었다. 그래도 그걸로 자신이 해낼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이 생겼고 그 뒤 더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언제나 예의 바르고 똘똘한 넌 선생님들의 이쁨을 받았잖아. 꾀를 부릴 줄 모르다 보니 시기하는 애들도 있었지만 말이야. 그래도 항상 넌 네가 믿는 가치관을 믿고 나가는 멋진 아이야.
코로나가 터지고 줌이라는 화상수업이 처음 생겨서 선생님들도 당황하고 한참 어수선할 때도 카메라 앞에서 반듯하게 앉아서 선생님과 눈 마주치고 대답도 잘해서 선생님들이 널 보며 수업했다고 하셨잖아.
엄마도 줌 해보니까 까만 화면 앞에서 이야기한다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
화면이 켜져 있어도 줌화면에서 대화하는 건 정말 쉬운 게 아니었으니까 선생님들께서 널 기억하실만하지.
코로나로 줌으로만 수업이 되던 시기에 수업에는 들어왔으나 음소거와 화면을 끄고 딴짓을 하는 아이들이 늘어났었다. 분명 수업시간인데 삼삼오오 모여서 놀러 다니며 미용실을 간다거나 자신에게 필요한 학원수업과 과외를 받으러 다니는 아이들마저 생겼다.
너무나 그런 일상들이 당연하다던 그때… 학원선생님께서도 강남모학교 애들은 학교 수업은 거의 듣지 않고 자기 공부만 한다고 당장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것을 권하시며 착하다며 마지못해 칭찬 비슷하게 하셨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도저히 우린 이해가 안 되었다. 줌이어서 자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확인이 어렵다고 자신의 필요에 의해 행동하는 모습들이 과연 옳은 것인지말이다. 그렇게 아이는 성실하고 올곧게 생활해서 학교 선생님들께 많은 사랑을 받고 입시를 준비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보지 않는다고 모를 거라는 건 얕은 생각이다. 사람의 진심 어린 모습은 다 느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