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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마이데이 Oct 12. 2023

괜찮아, 괜찮아

"엄마, 속이 너무 울렁거려."

“엄마, 나 너무 힘들어. 학교에서 지금 집 가는 길인데 속이 울렁거려.”



아침 일찍 수업이 있어 학교로 간 아이에게 톡이 왔다. 평소라면 20분이면  오는  길이었지만  마지막 환승 후 속이 울렁거려  집으로 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황급히 아이가 있는 지하철로 달렸다.  아이는 이미 얼굴색이 노랗게 변해있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속이 울렁거린다는 아이와 함께 지하철 3 정거장이면 되는 그 길을 한정거장씩 내려 화장실을 가며 두 시간의 사투를 벌이며 병원까지 갔다. 진짜 119를 부를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내과에서는 신경과를 가보라고 했다.  수액을 맞고 한숨 자고 나더니 배가 고프다며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 했다.

왜 그리도 아팠을까??

몇 달 전부터 그렇게 고민하던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이틀 후 그만뒀다.

그걸 본인 스스로 받아 들 일수 없었다고 한다.

어떻게 한 달도 못하고 그만둘 수 있냐고 말이다.  무엇하나 허투루 하는 게 없는 아이였기에 아르바이트도 심사숙고하며 른 곳이었다. 갔다가 이상하거나 안 맞을 경우 그만둬도 된다는  이야기에도 자신은 그렇게 하루 만에 도망가는 빌런이 아니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본인이 이틀하고 그만둔 게 도저히 받아 들 수 없었다는 거였다.

나는 다른데.. 난 그렇게 책임감 없는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옛날에 나였다면 무조건 일단 참아야 된다고 했을지 모른다. 다들 졸업식 때 개근상은 다 받고 졸업하지 않았나? 회사 다닐 때도  아파도 가야 하고 집안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일단 출근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했던 그때 그 시절말이다.



처음 매장을 준비하며 아르바이트생들이 하루 만에  그만둔 썰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만둔다는 말도 없이 안 나오고 문자로 계좌번호 찍어 보내는 아이들… 출근해서 도망가는 이야기…황당하다고 생각했는데 매장오픈과 동시에 그건 약과였구나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후로는 그만둔다고 해도 잡지 않게 되었고 세상 쿨한 쿨병 걸린 사람이 되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데 어찌하겠는가..

그렇게 나는 익숙해진 일들이 아이에게는 절대로 자기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고 그걸 하는 자신이 너무 싫었다고 한다.



나 또한 젊은 시절  아이들은 예쁘게 꾸미고  엄마는  힘들게 택시를 잡는 모습을 보며 나는 저러고 다니지 말아야지. 외출할 때 목 늘어지고 무릎 나온 바지.. 정말 대충 질끈 묶은 머리까지... 그러지 말자라고 말이다.

혼자 얼마나 나의 시선으로 그녀의 모습을 재단했던가… 그러나 나는 얼마나 내가 오만했는지 살아가며 알게 되었다. 아이와 외출이 얼마나 준비해야 될게 많으며 아빠가 항상 동행이 되지 않을뿐더러 운전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예전의 나는 내가 정해 놓은 잣대로  혼자 무언의 틀을 잘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는 그렇게 하나하나 내가 맞다고 했던 것들이 깨지며 세상일에 있어서 절대적인 건 없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아닐 거라고… 나는 다르다고 말하는 게 때론 얼마나 자신을 힘들게 하는지 말이다. 그래, 아직은 어리다. 아직은 너만의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다만,  너에게 향하는  빡빡한 잣대로  널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는 네가 가장 먼저 안아주고 토닥여 줘야 할 존재이니까 말이다.

"요니야,  널 안고 토닥토닥해 주며 말해줄래? 괜찮아, 괜찮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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