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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Apr 23. 2024

어쩌다 다이어트가 시작되었다.

어쩌다 다이어트(1)

  이주 전이었다. 회사에서 야근을 하며 후배와 저녁을 사 먹었다.


"뭐 먹을래?"

"당연히 돈까쓰죠!"


역시나 남자들끼리 밥 먹는다고 하면, 메뉴는 거의 고정되어 있다. 제육 아니면 돈까쓰, 순대국밥, 부대찌개... 오늘은 후배가 돈까쓰가 당기는 날이었던 것이다. 뭐, 물론 나도 이런 메뉴들을 좋아해서 후배의 메뉴 선정에 동조했다.


"난 치즈 돈까쓰."


세트메뉴라 냉모밀도 함께 나왔다. 배가 너무 고파서 후배와 난 메뉴가 나오자마자 아무 말 없이 허겁지겁 먹었다. 돈까쓰를 한 입 베어 물자 속에 가득히 차 있던 뜨거운 치즈가 쭈욱 늘어져 나왔다. 눈과 입이 모두 흡족했던 식사였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너무 급하게 먹은 탓일까 소화가 잘 안 되고,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체했나 생각하고 하루, 이틀 버텨보았지만, 증세는 더 악화되었다. 명치가 쓰리고 소화불량에 배에 가스가 가득 찼다. 게다가 감기 몸살까지 같이 와서 몸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병원에서 약을 지어오고 회사에는 반차를 냈다. 처방받은 약을 먹고 며칠 푹 쉬었더니, 감기 몸살은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도 속 쓰림과 소화불량은 남아있었다. 음식을 먹지 않으면 속이 괜찮았지만, 배고파서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여전히 속 쓰림과 소화 불량으로 고통받아야 했다.



  증상이 나타난 지 일주일이 넘어서야 다시 병원에 갔다. 지난번엔 몸살약 위주로 처방받아서 효과가 별로 없었던 듯싶었다. 증상을 말하자 의사가 청진기를 내 배에 갖다 대며 진찰을 하기 시작했다.


"배에 가스가 가득 차서 힘드셨겠는데요?"

"네, 명치도 타는 것 같고요, 소화도 잘 안되네요. 내시경 같은 거 해봐야 할까요?"

"내시경 하면 위염이나 위궤양 증상이 나올 거예요. 일단 위장약 처방해 드릴 테니, 일주일 드셔 보시고 경과를 지켜보죠."

"네 알겠습니다."


위염은 내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겨우 치즈 돈까쓰에 위염이 걸리다니. 타고나길 위장이 건강해서 아무리 음식을 빨리 먹고 많이 먹어도 그리 탈이 나지 않았었는데, 역시나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으니 소화기관도 늙어버린 모양이었다. 게다가 요새 일이 잘 안 풀려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도 분명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38살이란 나이는 이제 노화를 인정하고 몸과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 나이였다. 건강을 위해 어릴 적 무리한 식사와 생활 습관을 고칠 필요가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말씀하셨다.


"맵고 짜고 단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시고요. 당연히 술, 커피, 아이스크림은 안됩니다. 기름진 음식도 조심하시고요."


내가 평소에 즐겨 먹던 것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저걸 못 먹는다면, 도대체 그럼 난 무얼 먹고살아야 하는 것인가. 결국 난 '속이 편안한' 음식들을 찾아 헤맸다. 다행인 건 위만 문제가 있었고, 장은 괜찮았다.



  174센티, 85킬로. 나의 현재 몸상태였다. 운동은 몇 년간 꾸준히 해왔지만 식단 관리는 하지 않았더니, 이 모양이 되어 버린 것이다. 살을 빼겠다는 마음도 별로 없었다. 육아 후에 먹는 맛있는 음식과 술로 육아 스트레스를 간단하고도 빨리 날려 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위염에 걸려버렸고, 병을 빨리 낫기 위해서는 강제로 식단 관리를 해야만 했다. 어쩌다 다이어트가 시작된 것이다.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거 10킬로만 빼 보자.'


나는 건강에도 좋고 속도 편안 음식들, 예를 들면 고구마, 바나나, 계란, 닭가슴살, 밤, 생선 등을 찾아서 먹었다. 외식을 할 때면 쌀국수나 김밥 같은 것들을 먹었고, 커피와 콜라 대신 보리차를 마셨다. 물론 이 모든 음식을 먹기 전에 처방해 준 위장약을 먹었다. 비타민, 오메가 3 같은 영양제와 유산균도 먹었다. 이렇게 먹은 지 3일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속 쓰림과 소화 불량 증상은 사라진 것 같았다. 일단 약을 처방받은 게 일주일 치니까 일주일 간은 약과 함께 식단 조절을 해 볼 참이다. 위염이라는 게 감기처럼 한 번에 싹 낫는 게 아니라고 하니 말이다. 일주일 뒤에 몸무게가 얼마나 빠져 있을 것인가 벌써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1차 목표는 174에 75킬로다. 위염에 걸린 김에 나의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는 이렇게 시작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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