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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이애비 May 01. 2024

위염으로 다시 돌아본 생활습관

어쩌다 다이어트(2)

  위염을 거의 3주째 앓고 있다. 게다가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고 먹은 지는 2주 차가 되었다. 증상은 명치 속 쓰림, 복부팽만, 트림이고, 심할 땐 호흡곤란까지 겪었다. 주일치 처방받은 약을 다 먹고도 증상이 여전해서 병원을 다시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위염은 한국인의 전형적인 질병이라 여기는 듯 진찰도 거의 하지 않고는 물으셨다.


"약을 먹으면 증상이 좀 완화되나요?"

"네, 약 먹으면 좀 나아요."

"그럼 이 주 치를 더 처방해 드릴게요. 드시고 악화되면 다시 찾아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이주일치의 약을 처방받았다. 하지만 약은 그저 증상을 완화시켜 줄 뿐 위염을 완전히 낫게 하지는 못했다. 이리저리 검색을 해보니, 위염은 감기처럼 쉽게 낫는 질병이 아니었다. 처음 걸려본 위염이 나를 이리도 오래 고통스럽게 할 줄은 몰랐다. 위염이 왜 생겼는지 그 원인부터 찾아보았다. 한국인들이 자주 걸리는 질병 중 하나인 위염은 식습관과 직결된 원인들이 있었다. 이 모든 원인들이 나에게 해당되었다.


1)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 섭취

2) 급하게 빨리 먹는 습관

3) 먹고 바로 눕는 습관

4) 과식하는 습관


여기에 더해  술과 커피도 자주 마시는 게 문제였다. 어쨌든 난 근본적인 생활 습관 개선이 필요한 상태였다. 위염이 만성이 되지 않도록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위염에 좋은 음식들과 안 좋은 음식들을 찾아 가려서 먹기 시작했다. 위염에 좋은 음식들은 양배추, 브로콜리, 바나나, 감자, 옥수수, 생선 등이 있었고, 위염에 좋지 않은 음식들은 맵고 짠 음식, 고기, 신 과일, 유제품, 탄산음료 등이 있었다. 일단 양배추가 위염에 그렇게 좋다고 해서 생애 처음으로 양배추즙을 집으로 배달시켰다. 도착하자마자 하루에 한, 두포씩 먹기 시작했다. 바나나를 아침 식사 대용을 먹었고, 저녁에 출출할 때면 옥수수를 하나씩 먹었다. 식사와 함께 으레 마셨던 제로 콜라를 끊었고, 과일도 먹지 않았다. 대신 식사를 다 하면 미지근한 보리차를 마셨다. 빨리 먹지 않으려고 씹는 횟수를 세기 시작했고, 아이가 먹는 식판에 밥을 담아 먹었다. 아이가 그 모습을 보고 내게 말했다.


"아빠도 나랑 똑같이 먹으니까 좋다."

"응, 아빠도 이제 건강해지려고."


식사를 다하고 나서 아이와 함께 밖에 나가 산책을 했다. 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나는 자전거를 빠른 걸음으로 쫓았다. 네 발 자전거지만 생각보다 속도가 빨라 따라다니느라 덩달아 운동이 되었다.


  회사에서도 커피를 끊었다고 통보했다. 동료들과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두 잔씩 쭉 들이켜며 수다를 떠는 게 회사생활의 소소한 낙이었지만, 이젠 내 손에는 생강차, 밤꿀차, 녹차가 손에 들려 있다. 그것도 뜨거운 걸 식혀서 천천히 마시고 있다. 막상 커피를 안 마신다고 생각하니 생각보다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차들이 있었다. 옆에 있던 중국인 동료가 이런 내 모습을 보고는 엄지를 치켜 보였다. 중국에선 찬 음식과 음료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갑자기 따뜻한 차를 홀짝이는 내 모습에서 중국인이 된 듯 한 낯선 느낌이 들곤 했다. 심시간에는 회사에 건강식 메뉴가 따로 있어서 그걸 먹었다. 건강식 메뉴라고 해봤자 거의 닭가슴살과 샐러드 위주의 식단이었지만, 이렇게 식사를 하면 그나마 속이 편안했다. 마치 육식 동물에서 초식 동물이 된 것 같았지만, 위염만 완화된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여겼다. 그만큼 위염은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을 안겨주었다. 속이 쓰리면서 배에 가스가 가득 차서 호흡까지도 잘 안 되는 느낌이 너무나 거북했기 때문이다.



  평일 저녁에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이 있었지만, 위염 증상이 완쾌되지 않아서 모임을 나가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나 위염이라서 술 못 마실 것 같은데...'

'그럼 간단히 저녁만 먹든가, 아니면 날짜를 미룰까?'

'술 안 먹을 거면 모이는 이유가 없지!'

'그래, 맞아. 날짜를 미루자.'


결국 친구들은 나에게 2주 동안의 위염 회복기간을 주었고,  날짜를 다시 잡았다. 그때까지 꼭 나아서 술을 한잔 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예전처럼 마음 편히 들이붓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아무래도 위염이 다시 재발할지도 모를 걱정이 트라우마처럼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일이었다. 만병의 근원은 과도한 스트레스에서부터 오기 때문이다. 우선 꼭 해야 하는 일들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줄였다. 꼭 해야 하는 일은 결국 두 가지뿐이었다. 회사에서 맡은 업무, 그리고 집에서 하는 육아. 나머지 일들은 그저 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인 잡일이었을 뿐이다. 성우 학원을 그만두었고, 유튜브 활동도 잠시 접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주기도 줄였고, 친구들 모임을 미뤘다. 이렇게 나누고 나니 내가 지금 어디에 충실해야 할지 명확히 보였다. 역시 아프고 나면 가정에 충실하게 된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렇게 잡일들을 줄이고 생활을 단순화하고 보니, 다양하게 신경 쓰고 생각해야 하는 행위 자체가 줄었다. 그렇게 스트레스는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이제 삼십 대 후반의 나이가 되었다. 이십 대에 가졌던 생활습관이 이제는 더 이상 몸에서 버티지 못하는 듯싶다. 나이를 먹고 노화가 온 만큼 생활습관도 그 나이에 맞춰 바꿔야만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병을 얻고 나서야 그걸 깨닫는다. 나 또한 그랬다. 위염을 앓고 회사에서 받은 건강검진에서 '간 기능 저하'를 통보받았다. 이젠 몸이 나의 이십 대 생활 습관을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바꾸고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면, 몸은 다시 제 기능을 찾을 것이다. 한순간에 모든 걸 바꾸는 건 쉽지 않겠지만, 천천히 하나씩 바꿔 나가다 보면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추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딱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음식을 가려 먹게 되고 자극적인 음식을 못 먹게 되니, 삶의 의미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먹고 마시고 취하는 낙으로 지금껏 살아왔는데, 이젠 어디에 삶의 의미를 두어야 할지 고민스럽다. 오히려 음식을 제한하는 게 스트레스를 갖게 되는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해답은 건강한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 먹는 데 있다. 자극적이고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을 충분히 대체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삶의 의미를 두어야겠다는 생각도 어렴풋이 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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