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너무나도 복잡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너무나 많은 얘기를 들으며 스스로의 삶과 비교한다. 불행의 씨앗을 키우는 건 내 주변에 다양한 레이더를 켜 놓는 것이다. 뉴스에서는 연신 대기업의 성과급 소식이 터져 나오고, SNS에선 연봉 순위를 매기며 본인이 다니는 회사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실시간으로 비교한다. 연봉뿐만이 아니라 복지가 어떠한지, 미래 경쟁력이 있는지, 회사 분위기는 어떤지 일일이 따져볼 수 있다. 다양한 조건을 비교 분석해 가며 최상의 조건을 갖고 있는 회사를 동경한다. 그렇게 회사를 엄격한 잣대로 선별하다 보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하찮게 느껴진다. 결국 이직 준비만이 답이 되어버린다.
회사 일로도 이리 복잡한데 재테크와 부업도 필수 조건이 되어버렸다. 다양한 콘텐츠의 홍수가 내 레이더에 걸려 들어온다. 당장 미국 주식을 하지 않으면 소외될 것만 같고, 당장 부동산을 사지 않으면 인생이 망할 것만 같다. 아직 정년이 한참 남았음에도 회사에서 잘릴 걸 미리 염려해야 하며, 부업을 하지 않으면 게으른 사람 취급을 받게 된다. 여러 가지 강요와 압박이 내 삶을 가득 채운다. 건강은 어떠할까. 종합비타민, 오메가 3, 밀크시슬 외에도 복용해야 하는 건강 보조제가 차고도 넘친다. 운동은 매일 해야 하고, 할 때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오히려 건강을 망치니 큰돈을 내고 트레이너에게 전문적으로 배워야만 한다. 취미도 마찬가지다. 골프나 테니스와 같이 요즘 유행하는 고급 스포츠를 배워야 하며, 취미 없이 그저 집에서 조용히 쉬고 있으면 왜 허송세월을 보내느냐 타박한다. 내가 원해서 하는 취미 활동도 이미 세상이 정해 놓은 것만 같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신경 쓰며 살아가고 있다. 세상이 정해놓은 수많은 답을 동시에 따라가려 하고 있다. 그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밀리면, 세상에 도태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조금 더 단순하게 살기 위해 난 <신경 끄기의 기술>이란 책을 집어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더 복잡한 미래가 가까워질수록 내 정신은 더 큰 혼란 속에 빠져들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전에 내 정신을 붙잡을 수 있는 방책이 이 책에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 책의 부제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나 자신이다. 내 인생에선 나 자신이 온전히 살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몇 가지 필요한 것들이 있다. 가족, 친구, 돈, 건강이다. 그리고 나를 나답게 살게 하는 자아실현은 덤이다. 이것들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다. 문제는 이 중요한 것들을 어느 정도로 남겨야 하느냐이다. 가족은 내 부모까지만 신경 쓸 것인가 아니면 내 친척들까지도 챙길 것인가. 친구는 십년지기 친구들만 신경 쓸 것인가 아니면 회사에서 만난 동료들까지도 챙길 것인가. 돈은 내가 죽기 전까지 먹고 살만큼만 있으면 될까 아니면 내 가족의 안위까지도 지켜줄 수 있을 만큼 벌어야 할까. 건강은 몸에 활력이 있는 수준이면 될까 아니면 외관상 보기 좋은 정도까지 끌어올려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을 얼마만큼 남기고 신경 써야 하는지, 그 외에 것들은 아예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지 의문은 계속되었다.
우선 신경 쓰고 말고를 논하기 전에 이 책에서는 받아들여야 할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1) 세상이 엉망진창이라는 것
2) 그래도 괜찮다는 것
18세기 유럽에서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된 자본주의 체제는 19세기 미국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미국은 자본주의를 등에 업고 국가경제를 눈부시게 발전시켰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다른 나라에 본보기가 되어 우리나라에까지 전파되었다. 20세기 이후엔 다양한 나라에서 자본주의가 고도화되었고, 현재까지도 우린 자본주의 체제가 확고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 세월에 걸쳐 살아남은 자본주의가 완벽한 체제로 볼 수 있는가는 다른 얘기다. 자본주의는 빈부격차와 여러 가지 불평등을 낳는다. 그리고 체제가 고도화될수록 이러한 부작용은 더욱 깊어진다. 자본주의에 소외된 이들은 병원비가 없어 서서히 죽어가거나, 패배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빈번해졌다. 하지만 뉴스는 자본주의의 눈부신 역사만을 보도하고 있다. 이처럼 세상에 완벽한 체제는 없다.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이런 불평등과 불공평과 불완전이 가득한 세상은 정말 엉망진창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엉망진창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어차피 엉망진창이라면, 내 삶이 미성숙하고 불완전해도 괜찮지 않을까.
우리는 좀 더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서 완벽은 남들이 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최근 소개팅에서는 '8 각형 남자'가 인기라고 한다. 키, 외모, 자산, 부모, 성격, 직업, 학력, 기타(종교, 흡연 )로 이 8가지 항목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건 노력해도 결코 채워질 수 없는 항목들이 있다. 키와 부모 그리고 성격은 노력보다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결코 노력만으로 8 각형을 채울 수 없지만, 우린 이 잣대를 근거로 '완벽한 남자'를 논하고 있다. 8 각형에서 하나라도 미달되는 순간 그 사람은 결혼시장에서 패배자로 인식된다. 마치 달리기 시합에서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려고 끊임없이 허우적대는 것과 같다. 동화에선 거북이가 이기지만, 현실은 토끼의 압승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달리기 시합이 아니라 수영 시합이라면? 여기서 배워야 할 교훈은 남의 잣대에 맞추지 말고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그걸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모든 걸 완벽하게 잘 해낼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평범한 존재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어떤 평가나 거창한 기대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이루게 될 것이다."
즉, 완벽을 버리면 자유가 찾아온다. 우리는 그저 유전적 욕망에 뒤흔들리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아무리 대단해 보이는 사람도 그 사람을 깊게 알고 나면 결점이 보인다. 그저 남들에게 완벽해 보이도록 힘겹게 포장을 하고 있을 뿐이다. 우린 이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삶을 세상이 정해준 잣대에 맞춰 끊임없이 포장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평범함과 결점을 받아들이고 자유로운 삶을 누릴 것인가.
성공이란 무엇일까? 반에서 매번 1등을 하던 사람이 이번엔 시험에서 2등을 한 학생과 반에서 매번 10등 밖에서 놀던 아이가 굳은 마음을 먹고 힘겨운 노력을 통해 3등을 했다면 어떤 학생이 성공한 것일까.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절대적인 목표치를 이루었을 때 성공을 말하는 사람과 성장을 동반한 성과를 이뤘을 때 성공을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전자는 결과론적 성공이고 후자는 과정론적 성공이다. 결과론적 성공에선 오직 '정답'만을 쫓는다. 이 답은 내 안에 있을 수도 있지만, 대게 사회적 압박 속에서 제시된다.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콘텐츠에선 이런 성공들이 보편화되어 있다. 누군가 '정답을 찾았습니다!'라고 외치면 대중들은 우르르 달려가 정답을 어떻게 찾았는지 배우려 한다. 그러나 정답으로 가는 길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 운도 따라야 하겠지만, 수천 시간의 단조로운 연습과 지루함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결정적인 정답을 구할 게 아니라, 오늘 틀린 점을 조금 깎아내 내일은 조금 덜 틀리고자 해야 한다."
과정론적 성공에선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것도 정답을 쫓기보다는 내가 몰랐던 점이나 틀린 점을 하나씩 고쳐가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고자 하는 것이다. 즉, 성장의 재미를 만끽하며 성취한다. 따라서 우린 사회가 정해준 정답에 최대한 신경 쓰지 않음으로써 인생 여정을 즐길 수 있다. 쇼펜하우어가 말했듯 인생은 고통이라지만, 고통 속에서 반복적인 희열을 찾는 법은 어제와는 다른 나를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그 행동이 모이면 결국 자유로운 나만의 성공을 이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