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열두 녀석와 살아가다
파양을 맞아 집으로 돌아온 아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몇 달 동안 잘 견디더니,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몰려왔는지.
구토와 설사를 반복적으로 했다.
그 아이들에 관한 글을 추후에 쓰기로 하고,
병원에 가서 피검사와 초음파, 항문 검사 등등
할 수 있는 검사를 다 끝내고
의사로부터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한시름을 놓았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일주일 동안에는
매일 링거를 맞자는 의사의 말에
그러자고 했다.
첫날 링거는 5시간.
사람과 달리 혈관이 작고 약한 아이이기에
수액이 들어가는 시간도 길다.
매일 피검사를 하고 링거를 맞고.
아이가 힘들 만큼 빨리 회복되기를 기도했다.
새벽마다 여리디 여린 아이가 구토를 할 때마다
마음이 여간 아픈 게 아니었다.
3일이 지나니까 조금씩 안정적 찾았다.
링거를 맞으면서도 조용히 자고 있는 녀석을 보니까,
내가 다 링거를 맞으면서 회복하는 기분까지 들었다.
조금 여유가 생기자, 병원의 건넌방의 케이지가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왜 병원에 빈 케이지가 저렇게 많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바로 든 생각...
예상치 못한 이별을 하고 떠난, 어떤 냥이의 케이지였다.
아이를 떠나보낸 입장에서,
몇 시간 전까지 저 케이지 속에 자식 같은 냥이를 넣어왔던
그 어떤 사람은 차마 저 케이지를 도로 가져갈 수 없었던 것이다.
이별의 흔적이자,
죽음의 증언.
저 케이지 속에 냥이를 병원으로 데려오면서
가슴 졸였을 그 누군가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렸다.
그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