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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테시아 Dec 30. 2022

고양이 입양보내는 우리의 대처방법

고양이 열두 녀석과 살아가기

두 번째 출산 이후 지인들로부터 본격적으로 입양 문의가 들어왔다.

첫 출산 때부터 금전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일부 업자(?)들도 있었지만.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엄마아빠가 혈통서가 있다는 이유로

상업적인 가치를 따지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지인들의 문의도 대부분 무시를 했다.

하지만 아내가 심각하게 입양에 대해 말을 걸어왔다.

큰집 사촌언니가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고 계속 조른다는 것이다.

처음 출산 때부터 줄곧...

사촌언니댁이야 집도 크고 돈 걱정 없이 사는 사람들이라 

아이가 그 집에 가는 것도 좋은 선택 같았다.

무엇보다 그들의 성품도 좋은 사람들이랑 고려해 볼만 했다.

아내와 충분히 대화를 하고, 휴일에 집으로 초대했다.

사촌언니 부부가 왔다. 2달 즈음.

우리는 조건을 말했다. 

1. 입영하려면 두 아이를 입양할 것. 아이들을 키워보니 한 녀석보다는 

두 녀석이 뛰어놀며 지내는 모습이 많이 좋아 보였다. ---- 외롭지도 않고.

2. 고양이들이 필요한 사료, 물그릇, 화장실, 모래, 캣타워 등 우리집에서 사용하는 것들과

똑같은 것을 사용할 것. --- 아이들이 바뀐 집 환경에서 최대한 잘 적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

3. 한 달 동안 매주 일요일에 우리집에 와서 2시간씩 입양할 아이와 놀기 

--- 새로운 부모에게 낯설지 않고 좀더 빨리 익숙해지길 바라는 마음

4. 가장 중요한 예방 접종이 끝나는 생후 3달 후 입양 가능.

그들 부부는 좋다고 했고,

매주 오후에 집에 와서 입양할 아이들과 친해졌다.

하필이면 내가 속으로 많이 예뻐했던 아이를...

그래도 그 아이는 안 된다고 할 수 없지 않는가.

다른 아이들한테 미안하게 말이다.

언니네는 방 하나를 아예 고양이 방으로 만들고 있었다.

우리집에서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것으로 준비를 다 했다.

캣타워도 훨~~씬 좋은 것으로 많이많이.

마음 속으로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떠나는 날이 되었다.

충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우리도 같이 떠났다.

뒷자리에 앉아서 아이들을 안고...

그들이 사용했던 쿠션이면 장난감을 같이 가져갔다.

낯선 집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많이 힘들어 했다.

우리는 서너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

현관문을 닫고 집으로 향하는 길.

오직 한 마음이었다.

우리는 잊고, 좋고 넓은 집에서 많이많이 행복하길...

그후 명절 때나 그 집을 방문하면 아이들이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우리 아이들보다 특식도 더 많이 먹고,

물론 더 이상 우리를 알아보지 못하는 게 조금은 서운했지만.

잘 지내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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