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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내 가수의 가사 한 줄, 더 이상 못 산다고?

뮤직카우에서 산 소중한 한 조각, 산산조각 나면 어쩌죠

매달 입금되니까 좋니?


윤종신, 선미 등 유명인이 등장하는 음악 저작권투자 플랫폼 뮤직카우의 광고 카피다. 작년 누적 회원만 91만 명 이상에 이르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던 뮤직카우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4월 20일 금융당국이 뮤직카우의 상품을 ‘증권’이라 규정하며, “자본시장법상 규제에 적합하게 판매되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어 관련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며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는 조각투자 스타트업들도 고민에 빠졌다.



조각투자가 뭐길래? 


조각 투자는 건물이나 예술품 등 개인이 혼자 투자하기는 부담스러운 고가의 자산이나 현물을 지분 형태로 조각내어 다른 사람들과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법이다. 뮤직카우 역시 대표적인 조각투자 서비스 플랫폼으로, 음악 저작권에서 나오는 수익을 받을 권리를 조각내서 거래하는 곳이다. 

뮤직카우의 사업구조를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뮤직카우에셋이 저작권 원보유자에게 : 대금을 주고, 저작권을 양도받는다.

 뮤직카우에셋이 저작권협회에게 : 저작권을 신탁하고, 저작권 사용료 받을 권리(=수익권)와 저작권료를 받는다.

 뮤직카우가 뮤직카우에셋에게 : 대금을 지급하고, 저작권료 받을 권리와 수령한 저작권료를 받는다.

 회원들이 뮤직카우에게 : 조각을 사고, 저작권료 분배받을 권리와 저작권료를 받으며 시세차익으로 수익을 챙긴다.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은 뮤직카우는 ‘음악저작권’ 자체를 사고 파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뮤직카우에서 거래하는 것은 저작권에서 나오는 수익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즉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이다. 즉, 자신이 가진 조각만큼의 ‘저작권’을 갖게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조각만큼 저작권에서 나오는 ‘수익을 요구할 권리’를 갖게 된다고 이해해야 한다.



뮤직카우의 운명은?


뮤직카우가 '증권'으로 분류되었다고 해서 뮤직카우 서비스가 바로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뮤직카우는 왜 '증권'으로 분류되었을까?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증권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낮은 경우를 확인해보면 증권성의 큰 결정 요소는 실제 소유권의 분할 여부와 투자자가 소유권을 직접 사용, 수익, 처분할 수 있는지의 여부인 것으로 보인다. 뮤직카우의 경우 실제 소유권이 아닌 수익권을 분할했기 때문에 증권으로 인정된 것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현행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모두 준수하며 해당 증권을 발행할 수밖에 없다. 뮤직카우처럼 투자계약 증권으로 판명나면, 현행 조각투자 플랫폼들은 자본시장법상 불법영업행위로 철퇴를 맞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영업 정지 조치를 내리는 대신, 금융당국은 뮤직카우에게 6개월의 유예기간을 주고 다음과 같은 7가지의 선결조건을 내렸다. 


✔ 도산위험 대책 수립 

✔ 투자자 예치금융 실명 계좌 설정 

✔ 투자자보호 및 정보보안 설비와 인력 확보 

✔ 청구권 구조 등에 대한 적정한 설명자료와 광고약관 수립 

✔ 청구권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을 분리 

✔ 분쟁처리절차 및 투자자 피해보상체계 마련

✔ 금융감독원 확인 및 증권선물위원회 승인 전까지 신규영업 및 광고 불가


위와 같은 내용을 적용하여, 유예기간이 끝나는 10월 19일까지 사업구조를 변경하고 추후 증권선물위원회의 승인까지 나면 계속 정상적으로 영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때까지 신규 청구권을 새로 발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뮤직카우는 신규 청구권을 경매로 파는 '옥션'과 기존 청구권을 유통하는 '마켓'을 운영해왔는데, 현재 금융당국에서 뮤직카우를 대상으로 7개의 선결조건을 내건 만큼, 뮤직카우가 모든 조건을 이행할 때까지는 ‘옥션’에 신규 청구권이 올라오지 않게 되는것이다. 



다른 조각투자 플랫폼들의 운명은?


금융위원회는 4월 28일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그 전까지는, 여타 조각투자 플랫폼 업체들도 뮤직카우에 내려진 선결조건의 적용을 받았다. 위 7개의 조건들이 금융당국이 업계에 던지는 사실상의 규제 지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4월 28일에 본격적인 가이드라인이 공개된 후, 모든 조각투자 플랫폼들은 이 가이드라인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이번에 공개된 가이드라인은 증권성 판단 기준 8개, 그리고 투자자 보호 원칙 6개를 담고 있다. 자본시장법과 동등한 수준의 규제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 서비스를 시행 중에 있는 많은 조각투자 플랫폼들이 이제서야 공개된 가이드라인을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가이드라인에서는,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는 규제를 준수하기 어려운 경우를 위해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에 따른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명시하고 있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 받으면 2년간 한시적으로 조각투자 증권을 발행, 유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더라도 다음의 6가지 핵심 투자자 보호 체계는 반드시 갖춰야 한다.



✔ 투자 판단에 중요한 사항을 투자자가 오인하지 않도록 설명자료와 광고의 기준, 절차 마련 및 약관, 계약서 교부

✔ 예치금은 외부 금융기관에 별도로 예치, 신탁하고, 도산 시 투자자에게 반환

✔ 사업자의 도산 위험과 투자자 권리 절연

✔ 증권 예탁 또는 예탁에 준하는 권리관계 관리, 확인 체계 마련

✔ 물적 설비와 전문 인력 확보

✔ 분쟁처리절차와 투자자 피해 보상체계 마련




조각투자 플랫폼 규제,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재테크에 대한 관심과 함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조각투자시장. 뮤직카우의 증권성 인정과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보면, 금융당국은 새로운 형태의 조각투자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로부터 투자자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을 주요한 목표로 설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금융당국은 뮤직카우의 신규 청구권 발행은 금지되지만, 이미 발행된 저작권료 청구권은 이번 규제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거래가 가능하게 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이전에 투자한 기존의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에게 때늦은 조치를 취한 것뿐이라는 비판 여론이 있다. 반면,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한 정책을 오히려 조각투자 플랫폼 업계가 환영하고 있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조각투자 플랫폼 시장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금융당국의 제재가 신사업자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 기존 사업자들에게는 호재라고 판단하는것이다. 




이번 금융위의 결정과 규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새로운 부작용들도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조각투자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고자 했던 신사업자들이 이번 규제에 따라 진입장벽이 높아져 사업을 시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뮤직카우처럼 제한적으로 규제를 적용받게되는 기존 기업들과 이번 가이드라인 신설 이후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전면적으로 받게 될 새로운 플랫폼 기업들 간에 규제가 상이하게 적용될 수 있어 차별을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증권성 판단시 사업 부문별로 사안에 따라 개별적인 판단이 도입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투자자에 대한 보호와 조각투자 플랫폼 산업 육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둘 다 잡을 수 있도록 규제 가이드라인의 보완과 더불어 객관적인 기준과 제도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SHERPA in Yonsei

류재원, 서한울, 이가인(이상 4기), 김영주, 이현지, 최서연(이상 5기)

sherp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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