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롭테크 스타트업과 한공협의 갈등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와 기술(tech)의 합성어로, 실물의 부동산이 창출할 수 있는 밸류체인의 전반에 걸쳐 첨단 정보기술을 접목하는 개념을 의미합니다. 기존의 부동산 시장은 대표적인 오프라인 중심의 시장으로 디지털 전환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은 산업 분야 중 하나였지만 최근 팬데믹으로 인해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에 봉착하며 프롭테크의 성장세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인데요.
실제로 국내 프롭테크 스타트업은 2018년 20개에 불과했지만 2020년 130개, 2021년 7월 170개로 빠르게 증가했으며 블록체인 기반의 부동산 수익증권이나 3D 인테리어 서비스를 비롯한 새로운 시도도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태동기와 확장기의 경계에 위치한 국내 프롭테크 스타트업의 특성상 주거용 매물의 소개 및 중개서비스의 비중이 높으며 공인중개사 집단과의 갈등 역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프롭테크 스타트업과 공인중개사 집단간의 갈등은 일시 소강 국면을 맞이하는 듯하였으나, 10월에 접어들며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계기로 갈등이 재차 촉발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10월 4일 발의된 해당 개정안은 국민의힘, 정의당 의원 다수와 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까지 공동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린 초당적 법안으로도 주목을 받았는데요.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현재 약 12만명의 회원수를 보유한 최대 규모의 공인중개사 협회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한공협)’에 법정 단체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동시에 공인중개사로 개업하기 위해서는 한공협에 반드시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한공협의 회원 관리권한과 감독권한을 강화함으로써 허위매물과 무자격자에 의한 시장 교란행위를 억제하고 건전한 시장질서를 형성하는 것이 입법취지로 제시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반대여론이 제기된 이유는 개정안의 세부 내용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선 개정안은 한공협의 회원이 윤리강령을 위반한 경우 한공협이 직접 시∙도지사 혹은 등록관청에 행정처분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동산에 관한 시장 교란행위의 단속권을 한공협으로 위탁할 수 있는 권한도 명시하고 있어요. 특히 후자의 경우 시장 교란행위의 주체가 일반인인 경우의 단속권도 부여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죠.
한공협이 단수협회로서 법정단체화를 이루기 위해 규모 측면에서 2위의 협회인 ‘새대한공인중개사협회(이하 새대한)’를 흡수 통합하는 안건이 지난 10월 20일 한공협 임시총회에서 가결되며 전문직역 단체로서는 전례 없이 거대한 회원수 50만 규모의 협회 등장이 가시화된 가운데, 일체화된 이익집단이 ‘시장 교란행위’라는 불분명한 기준으로 시장 참여자들을 재단할 수 있는 정치적 교섭력을 지니게 되는 상황 자체가 영업의 지속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프롭테크 스타트업의 기본적인 입장입니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그 자체, 혹은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협력하는 공인중개사를 한공협이 지도∙감독의 명목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맥락에서 과거 대한변호사협회가 리걸테크 플랫폼인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9명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나 법규상의 제한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모빌리티 사업을 접어야만 했던 ‘타다’의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현재 공인중개사와 프롭테크 스타트업간의 협력관계는 이미 상당한 규모로 구축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부동산 매물을 VR∙3D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다방’의 서비스나 ‘반값중개’를 표방하는 ‘다윈중개’의 서비스 모두 일차적으로 매물정보를 제공하는 공인중개사의 참여가 없다면 지속될 수 없으며, 특히 최근 중개법인인 ‘온택트파트너스’를 설립하고 수입의 하한선을 보장하며 공인중개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한 ‘직방’의 경우 공인중개사와의 관계가 차단된다면 신사업의 추진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이에 프롭테크 스타트업 측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투명한 정보공개와 수수료 절감이라는 소비자 편익이 저해되고 중개 시장이 퇴행할 뿐만 아니라 공인중개사의 영업활동이 제약된다는 주장을 제기합니다. 추가적으로 한공협의 직영 중개 플랫폼인 ‘한방’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었습니다.
반면 한공협 측은 해당 개정안의 추진 목적이 현재의 부동산 시장에 상존하는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국민의 재산권을 두텁게 보호하는 것에 있기 때문에 프롭테크 스타트업이 영업 중단에 가까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에요. 기존에 단속권을 전담하던 지방자치단체가 인력과 예산상의 불충분으로 인해 단속 업무를 적절히 수행하지 못한 결과로 중개업이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 이르렀기에 협회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자정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인데요.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시장 교란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처벌 규정에 관해서는 사전에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하기에 협회의 전횡은 일어나기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개정안이 프롭테크 스타트업을 직접적으로 불법 서비스로 규정하지는 않았기에 ‘타다’ 사례와의 비교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입니다.
한공협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진정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지금까지 전개되어온 갈등의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분쟁에서 한공협이 공인중개사 측의 직업적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해왔기 때문인데요, 대표적으로 ‘다윈중개’가 ‘중개’란 명칭을 사용한 것이 유사명칭 사용과 불법광고 표시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검찰에 세 차례에 걸쳐 고발한 사례가 있습니다(‘다윈중개’는 세 차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추가적으로 한공협의 관계자들이 ‘집토스’에 대해 위장단속을 벌인 혐의로 형사상 유죄 처분을 받은 사례까지 고려한다면 개정안에 관한 프롭테크 스타트업 업계의 우려를 단순히 과도한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공인중개사법 제8조(유사명칭의 사용금지)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는 공인중개사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
제18조(명칭)의 제2항 개업공인중개사가 아닌 자는 “공인중개사사무소”, “부동산중개”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
가능성의 산업인 스타트업에게는 규제가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규제가 보장하는 자유는 혁신의 바탕이 되는 반면, 규제가 내포하는 리스크는 그 존재만으로도 혁신을 위축시키는 것인데요. 이러한 의미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규제의 명분과 목적만이 아니라 규제의 잠재적인 악용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나아가 기존의 사업방식을 고수하고자 하는 직역단체와 프롭테크 스타트업간의 갈등이 지속되며 소비자의 의견은 논의의 중심에서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소비자의 실질적인 선호를 반영하려는 노력 또한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프롭테크 발전의 분기점에 서 있는 지금, 브런치로 전해드린 갈등의 내용에 관한 독자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SHERPA in Yonsei
전상헌(5기)
sherpa@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