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본시장에서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강화 기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그간 벤처캐피탈 시장에서 ESG 도입에 대한 대응은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들어 LP들의 ESG 경영요구가 기업 규모를 구분하지 않고 증가함에 따라 2021년 ESG에 특화된 신생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탈 투자금액이 급증했다. 국내에서도 2021년 투자 의사결정 단계에서 ESG를 반영하는 벤처캐피탈이 일부 등장하고 있는 시점이며 투자가 사업 운용에 핵심 수단인 스타트업 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LP(Limited Partner): 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를 이른다.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LP는 정부기관이다. ex) 한국벤처투자(한국모태펀드), 한국성장금융(성장사다리펀드), KDB산업은행, 국민연금 등
ESG(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 기업이나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세 가지 핵심 요소이다.
그렇다면 ESG 벤처투자 표준 가이드라인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세계적 기준과 국내 ESG 기준의 일관성 높임 유엔 책임투자원칙과 해외 선진사례 바탕으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ESG 벤처투자 절차, 점검표를 마련
중소/벤처/스타트업 각 특성 고려해 수용 가능성 높임 펀드 운용사는 투자 포트폴리오, 전략 등에 맞게 제시된 표준을 일정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수정 제안할 수 있도록 설계
ESG 벤처투자의 자발적 확산을 위해 점진적 도입 추진 ESG펀드 통해 시범운용, 운용성과 토대로 국내 벤처캐피탈 업계와 스타트업계의 수용성 수준 검토, 이후 지속 보완하여 자연스러운 확산 유도
이는 2022년 7월 13일 수요일 ‘ESG 벤처투자 환경 조성 및 확산 정책 세미나’를 통해 발표된 내용으로, ESG 벤처투자의 수용성 증진과 자발적 확산을 위해 표준 가이드라인 시범적용 후 지속 보완하며 점진적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벤처캐피탈의 ESG 벤처투자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ESG정책 수립 및 ESG 투자심사 관련 심의기구를 설치 및 운영하는 <ESG거버넌스>, ESG 기준에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기업이 투자대상에서 배제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별도 ESG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여 실사결과를 분석하는 <ESG 실사>는 의무적용 사항이다.
이에 반해 ESG 적격 투자대상기업을 선별하는 <투자보고서>, ESG 투자에 필요한 내용을 투자 계약서에 반영하는 <투자계약서>, ESG KPls 설정 및 관리, 인센티브 등으로 경영에 관여하는 <피투자기업관여>, 벤처투자자가 ESG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출자자에게 보고하는 <모니터링 및 보고> 마지막으로 ESG 리스크 및 기회를 파악하여 ESG요소 향상에 대한 측정 및 평가를 하는 <ESG 평가>는 권고사항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은 이러한 ESG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며 실제 비즈니스에는 어떻게 적용해야할까. 스타트업이 이산화탄소 배출 관리, 이사회 다양성 등의 정책을 펼칠 수는 없다. 스타트업에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몇 가지 접근 방법이 있을 것이다.
1)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즉 지속가능발전목표와의 연계점을 찾는 것이다.
SDGs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국제사회와 유엔이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기후변화 대응 등 17개 목표는 ESG 영역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SDGs가 글로벌 차원의 가치라면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과제를 선정한 K-SDGs가 스타트업에 좀 더 구체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K-SDGs의 17개 목표, 119개 세부 목표를 통해 해당 스타트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실행 계획을 도출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자막을 제공하는 콘텐츠 번역 기업이라면 청각장애인을 포용하는 서비스를 펼치고 있으므로 양질의 교육(4번)과 불평등 완화(10번)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 진입이 어려운 콘텐츠 창작자에게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양질의 일자리(8번) 목표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2) 창출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ESG가 건강한 기업 구조를 강조한다면, 사회적 가치는 실제 창출하는 사회·환경적 성과에 주목한다. 콘텐츠 플랫폼은 다수의 기회를 만들어내고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콘텐츠의 확장은 지역·인종의 장벽을 낮추고,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사회적 가치는 선언에 그쳐서는 안되고, 실제 검증을 통해 효과성을 입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3) 자체적으로 중요한 ESG 정책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이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다.
먼저 핵심 이슈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ESG 기관이 제공하는 산업별 중대성 이슈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는 77개 세부 산업별로, MSCI는 158개 세부 산업별로 핵심 비즈니스에 중대한 리스크와 기회를 줄 수 있는 이슈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이 아니라도 자체적으로 주요한 이해관계자를 정의하고 이해관계자별 핵심 이슈를 도출하는 방법도 있다.
콘텐츠 스타트업 중에는 새로운 유통 과정, 계약 형태, 정산 규정을 만들어야 하는 기업도 있고, 다수의 콘텐츠 생산자와 협업을 하기에 공정성, 투명성이 중요한 기업도 있다. 이를 ESG 정책으로 자체 규범을 만든다면 리스크도 예방하고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4) 데이터 관리를 해야 한다.
데이터 관리는 ESG 경영의 필수 요소다. 유니레버는 2010년 USLP(유니레버 지속가능한 생활 계획)을 런칭하고, 2020년 및 2030년을 목표로 건강·위생, 환경, 삶의 질과 관련된 목표를 내걸었다. 이는 모두 73개의 세부 목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세부 목표에 따라 구체적으로 데이터 관리를 하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측정해야 관리할 수 있고,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핵심 ESG 이슈를 선정하고 이를 개선하려 한다면 데이터를 측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비재무적 가치를 구체적인 숫자로 나타냄으로써 이것이 기업 가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투자, 고객 유치 및 공급망 확보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스타트업 업계에 불고있는 ESG 열풍은 앞으로도 상당히 지속되고 또 강화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잘 파악하고 미리 대비하여 사회적 가치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 해야할 것이다.
SHERPA in Yonsei
이정원(5기)
sherpa@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