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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기사는 직원일까, 자영업자일까?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 주변에서는 연주자를 즉석에서 섭외하여 단기 공연 계약을 맺고 공연을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현장에서 공연을 하는 단기 연주자들을 ‘긱(Gig)’이라 불렀습니다.

 이 단어를 차용하여 오늘날 산업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사람을 구해 임시로 단기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형태의 경제 방식을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고 합니다. 또한 긱 이코노미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긱 워커(Gig Worker)’라고 부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배달의 민족, 에어비앤비, 우버 등의 배달, 숙박, 차량 플랫폼이 모두 긱 이코노미에 해당하는데요. 최근 크몽, 숨고와 같은 전문 프리랜서 매칭 서비스까지 등장하며 개념과 분야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긱 워커(gig worker)’를 ‘초단기 노동자’라는 우리말로 대체하여 선정한 바가 있으나, 의미 전달을 위해 본 글에서는 ‘긱 워커’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제공=픽사베이(pixabay)


자유라는 달콤함과 그 이면의 씁쓸함


“언제든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만큼”

 배민커넥트의 소개 문구입니다. 편한 시간에, 선택한 방식으로, 희망하는 만큼 일을 할 수 있는 긱 워커의 이점을 잘 나타내는데요. 고용주의 명령에 따라 정해진 출퇴근 시간에 지정된 장소에서 일하는 전통적 임금 노동자와 대조되는 특징입니다. 이러한 긱 노동의 유연성은 참여의 장벽을 낮춰 여러 주체의 긱 노동 진입을 가능하게 합니다.

 긱 워커의 자유는 불안정성을 수반하고 있다는 어두운 면도 존재합니다. 긱 워커는 회사에 고용된 직원으로 인정되지 못하고 독립계약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는 연장· 휴일근로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고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로부터 보호 받지 못하는 등 근로자로서 권리를 누리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긱 이코노미의 성장과 함께 법적 사각지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긱 워커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의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긱 워커의 지위에 찾아온 변화


 많은 국가들이 긱 워커를 독립계약자로 인정해왔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긱 워커가 늘어나고 권리 문제가 대두되며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하려는 시도가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 미국

 최근 긱 워커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나라는 단연 미국인데요. 미국에서 긱 워커는 독립계약자로 분류되어 왔지만, 작년(2021년) 마티 월시 미국 노동부 장관이 긱 워커가 직원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습니다.

 이어 올해(2022년) 10월 미국 노동부가 긱 워커가 플랫폼 업체의 직원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내놓으며 변화의 추세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이 법이 시행된다면 긱 워커는 노동법에 따라 보장되는 최저임금, 초과근무 수당, 사회보험과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반면, 법이 시행될 경우 지출이 늘어나게 되는 플랫폼 업체들은 긱 워커가 독립계약자로서 자유를 누리고 싶어한다는 주장을 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법이 통과될 시, 플랫폼 업체의 비용이 30%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옴에 따라 대표적인 차량 공유 플랫폼인 우버와 리프트의 주가가 급격히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전에도 미국의 여러 주에서 긱 워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려는 움직임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2019년 ‘AB-5법’을 통과시켰는데요. ABC 검증요건*을 근로자성 인정에 적용함에 따라 우버와 리프트 등의 운전기사가 근로자로서 갖는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 ABC 검증요건
다음 세가지 내용 중 사용자가 하나라도 증명하지 못한다면 노무제공자는 근로자로 인정받게 됩니다.
(A) 업무 수행과 관련해 사용자의 통제와 지시로부터 자유로운지
(B) 해당 사용자 업무의 통상적인 과정 밖에 있는지
(C) 독립적으로 이루어진 거래, 일 또는 사업과 관련되어 있는지


 그러나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된 업체들은 이에 대응해 주민 발의 법안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고, 엄청난 비용을 들여 발의안을 홍보하여 통과시켰습니다. 주민 발의안 제22호에 따라 우버와 리프트의 운전기사는 AB-5법을 적용 받지 않게 되었으며, 이전과 같이 독립계약자로 분류되었습니다. 업체들은 최저임금 120% 보장, 초과 노동 제한 등의 조치를 내세우기는 했으나 사실상 노동법상 권리 보장의 기회가 없어지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2021년 8월 주 법원이 주민 발의안 제22호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고 이에 대한 플랫폼 업체들이 반발이 반복되며 관련 논의는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캘리포니아주의 사례는 긱 워커의 법적 지위에 대한 첨예한 의견 대립을 잘 보여줍니다. 여전히 플랫폼 업체와의 의견차가 존재함에 따라 올해 미국 정부가 내놓은 법안의 귀추도 주목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스페인

 스페인은 유럽연합(EU) 최초로 음식배달 플랫폼 기업의 배달 라이더를 자영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추정하는 이른바 ‘라이더법’을 승인하여 2021년 8월부터 시행 중에 있습니다.



�� 영국

 영국 대법원은 우버 운전기사를 ‘노무제공자(Worker)’로 인정하였습니다. 노무제공자는 자영업자와 근로자 사이에 있는 지위인데요. 자영업자와는 다르게 노동법상 권리를 일부 갖지만, 근로자처럼 모든 권리를 누리지는 못합니다. 또한 플랫폼 종사자의 노무제공자 해당 여부는 사안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보호와 성장이라는 갈림길


�� 대한민국

 해외 각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긱 워커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행 국내법에는 ‘플랫폼 노동’을 직접 규정하는 법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개별 플랫폼 종사자가 일하는 형태 등에 따라 근로기준법 및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주장인데요.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에서 정의하는 개념은 추상적이기 때문에 근로자성 판단에는 대법원의 2006년 판례가 기준으로 사용됩니다. 해당 판례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따라 근로자성이 판단되고, 근로자로 볼 수 없는 노무제공자는 노동법상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 대법원이 제시한 근로자성 판단 기준 (고용노동부)

- 사측의 업무 내용 결정 및 지휘 · 감독 여부
- 취업규칙 등이 적용될 경우
- 지정된 근무시간 · 장소에 구속 받는지
- 독립해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할 수 있는지
- 보수의 노무 대가성과 기본급 · 고정급 유무
- 사측에 계속성 · 전속성이 있는지와 그 정도
-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및 사회보장법상 근로자 지위


 이처럼 근로자성을 인정받으려면 플랫폼 노동자 별로 판단이 필요하며, 그 기준 또한 단기간에 임시로 일하는 긱 워커가 만족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현행 노동법의 변화 및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긱 워커에 대한 노동법상 보호가 플랫폼 업계의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져 기업 생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하는데요. 산업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긱 이코노미는 우리 생활 전반에 자리잡았으며, 긱 워커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 혜택을 누리고 있는 지금, 우리는 긱 워커의 권리 보장과 기업 및 산업의 발전이라는 기로에 서있기도 합니다. 이 갈림길을 긱 워커와 플랫폼이 함께 성장하는 하나의 길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SHERPA in Yonsei 

이현지(5기)

sherp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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