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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주는 전통주, 막걸리는 아니다?

전통주 인정 기준을 둘러싼 원소주 이슈

아티스트 박재범이 새롭게 선보인 전통주 ‘원소주’, 드셔보신 적 있으신가요?


2022년 2월 25일 첫 출시 이후 팝업스토어 오픈런에 이어 3월 31일 온라인스토어 전량 매진, 9월 재출시 이후에도 풀리는 수량이 모두 팔릴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특이한 점이 있죠. 많은 한국인이 즐겨마시는 희석식 소주(참이슬, 처음처럼 등)은 온라인에서 살 수 없는데 원소주는 왜 가능한 것일까요?

출처: 원소주 공식 홈페이지

전통주란?


우리가 흔히 전통주라고 하면 안동소주 또는 화요와 같은 전통 증류식 소주, 막걸리 등이 연상됩니다. 하지만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이하 전통주법)은 명확한 전통주 인정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전통주 인정 기준 (아래 중 1개 이상 만족 시)
① 주류 부문 국가무형문화재와 시도무형문화재의 보유자가 면허를 받아 제조한 술  
② 식품산업진흥법에 따라 지정된 주류 부문 대한민국 식품명인이 만든 술 
③ 지역에서 생산한 농수산물을 주원료로 만든 술 

①, ②는 민속주, ③은 지역특산주에 해당합니다.

원소주는 전통주법 상 전통주로 인정받기 위해 ‘원스피리츠’라는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고 충북 청주에 양조장을 지었으며, 100% 강원도 원주쌀을 사용하였습니다. 이에 반해 원소주가 론칭되기 한참 전인 2005년에 출시한 화요의 경우에는 소주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쌀의 지역이 한정적이지 못한 점’, ‘누가 어디서 만드는지에 대한 기준이 부족한 점’ 등에서 기준을 만족하지 못합니다.

이와 유사하게, 장수막걸리는 전통주로 인정되지 못하지만, 느린마을 막걸리는 전통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2009년에 만들어진 이 기준은 오늘날에 와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통주에 대한 상식과는 어긋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전통주로 인정받으면 뭐가 좋아?


전통주법 상 전통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꽤나 까다로운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소주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신생 업체들은 전통주로 인정받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이점이 있길래 전통주로 인정받고싶어하는 것일까요?

판매하는 술이 전통주로 인정받으면 크게 세금과 판매루트 두 부분에서 이점이 있습니다. 먼저, 주세법 제8조 3항을 살펴보면 전통주는 주세법 제8조 1항이나 2항에서 정한 세율의 50%만 부과됩니다. 술에 붙는 세금이 줄어들면 다른 술보다 가격 경쟁력이 생기게 되겠죠?


⚖ 주세법 제8조(세율)
제8조(세율) ① 주류에 대한 세율은 다음과 같다.  
1. 주정: (생략)
2. 발효주류: (생략)
3. 증류주류: (생략)
4. 기타 주류 (생략)
② 2021년 3월 1일 이후 주류 제조장에서 반출하거나 수입신고하는 탁주와 맥주에 대한 세율은 다음의 계산식에 따라 매년 대통령령으로 하며, 100원 미만은 버린다.
<개정 2021. 12. 21.>
③ 전통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류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반출 수량 이하의 것에 대한 세율은 제1항이나 제2항에 따른 세율의 100분의 50으로 한다.


둘째로, 전통주로 인정을 받게 되면 예외적으로 통신판매가 가능합니다. 즉, 원소주처럼 온라인몰 또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으로 술을 구매할 수 있게 됩니다. 전통주를 제외한 모든 주류는 통신판매가 불가하여 주종과 관계없이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사야하는 것에 비해 접근성이 훨씬 좋고, 정찰제로 판매가 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다른사람보다 비싸게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제3조(주류 통신판매자)   ① 다음 각 호의 주류를 생산하는 주류제조자로서 관할 세무서장의 승인을 받은 자는 이 고시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주류를 통신판매 할 수 있다.

1. 「농업ㆍ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제3조에 따른 농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와 「수산업ㆍ어촌 발전 기본법」 제3조에 따른 어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주류제조장 소재지 관할 특별자치시ㆍ특별자치도 또는 시ㆍ군ㆍ구(자치구를 말한다. 이하 같다.) 및 그 인접 특별자치시 또는 시ㆍ군ㆍ구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하여 제조하는 주류로서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8조제1항에 따라 특별시장ㆍ광역시장ㆍ특별자치시장ㆍ도지사ㆍ특별자치도지사의 추천을 받아 제조하는 주류 [지역특산주]
2.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제17조에 따라 인정된 주류부문의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및 같은 법 제32조에 따라 인정된 주류부문의 시ㆍ도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하는 주류 [민속주]
3. 「식품산업진흥법」 제14조에 따라 지정된 주류부문의 대한민국식품명인이 제조하는 주류 [민속주]
(이하 생략)


이처럼 전통주에 세금과 통신판매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전통주 시장을 활성화하고 우리술의 전통이 이어지게끔 하기 위함입니다. 전통주가 보호받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전통주를 즐길 수 있게 된다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본 원소주와 화요, 느린마을 막걸리와 장수막걸리의 예시 뿐 아니라, 외국 술에 해당하는 진(Gin), 애플사이다 등도 지역에 양조장을 세우고, 지역 농산물로 술을 만들어 전통주로 인정받아 혜택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법의 허점을 그대로 두어도 되는 것일까요?

출처: 카카오톡 선물하기


원소주가 쏘아올린 작은공, 정부도 나선다

원소주의 발매 이후, 전통주의 인정 기준에 대해서 논란이 일자,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2년 7월 28일자 보도자료에 의하면, 농축산부 장관이 전통주법의 개정의사를 밝혔습니다. 개정의 방향성은 지역특산주와 전통주의 폭넓은 인정인데요, 한번 살펴볼까요?


(…)
개정 방향은 전통주에 포함되어 있는 지역특산주를 별도로 분리하되, 현재 지역특산주에서 제외되고 있는 맥주•브랜디 등을 지역특산주로 편입 육성하고, 법 규정상 전통주에서서 제외되고 있는 막걸리 등은 전통주에 포함하는 방안이다.
(…)


가장 논란이 되었던 막걸리가 이젠 전통주로 편입이 되고, 우리나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맥주와 브랜디 등도 지역특산주로 포괄적으로 인정하여 국내 양조 산업을 육성하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전통주와 지역특산주의 포괄적 인정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지만, 아마 대부분은 우리나에서 생산하는 폭넓은 주류를 맛볼 수 있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술의 전통과 역사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앞으로 우리술의 전통과 문화가 널리 알려지길 바라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SHERPA in Yonsei 

임도원(5기)

sherp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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