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바다를 좋아하는, 버킷리스트

나는, 김민지

by 에이포

2013년도에 블로그에 작성한 버킷리스트가 있다. 그땐 뭐가 그렇게 하고 싶은 게 많았는지 50개나 작성했다. 펜팔 친구 사귀기, 네 잎 클로버 4개 찾기, 캐릭터 도시락 싸서 소풍하기 등을 써두었다. 그중 눈에 띄는 건 ‘한강에서 치킨 먹기’다. 지금은 언제든 가서 먹을 수 있는데, 당시 중학교 2학년에겐 큰 도전이었나보다.

한 6년 전 이후로 이 버킷리스트는 제자리다. 나머지를 채우고 싶거나 버킷리스트를 새로 만들고 마음이 없다. 그래서 그 이유에 대해 이 글을 작성하려고 했다. 하지만 답을 달지 못한 채 생각은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마음속 창고 어딘가에 비워진 버킷을 방치해두고 있었는데, 마감일이 어느덧 코앞에 다가왔다. 오늘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나와, 카페에서 열심히 수다를 떨고 다시 들어가는 길에 직장 동료분이 질문을 던지셨다.


“올해 가기 전에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정신이 바짝 섰다. ‘2022년’이라는 조건 때문에 버킷리스트는 마음 깊숙한 어느 곳에서 내 눈앞으로 다가왔다. 마치 오늘이 살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는 듯했다. 머리를 거치지 않고 대답이 불쑥 튀어나왔다.


“운전면허 따고 겨울이 가기 전에 해안가를 돌고 싶어요.”


내 입의 단독적인 행보에 머리는 복잡해졌던 실타래를 풀어나갈 기회를 얻었다. 왜 버킷리스트를 채우지 못했는지에 대한 답이 나왔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인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즉, 나랑 별로 안 친했다.


아이유의 ‘스물셋’과 ‘팔레트’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두 노래 사이엔 약 2년의 세월이 있는데, 그동안 25살의 아이유는 23살의 아이유보다 자신과 가까워졌다. ‘팔레트’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Hot Pink보다 진한 보라색을 더 좋아해 / 또 뭐더라 단추 있는 Pajamas, Lipstick / 좀 짓궂은 장난들 / I like it.”


스물셋에선 사랑이 하고 싶은지 돈을 많이 벌고 싶은지도 몰랐던 그는 스물 다섯이 되어 좋아하는 색깔, 물건, 행동을 명확하게 짚는다. 25살이 되기 1달 반 전의 나는, 점점 더 선명하게 나를 그려내려고 시도하고 있다.


나는 햇빛이 내리비치는 여름 바다보다 피부를 아리게 만드는 겨울 바다를 좋아한다. 귀를 찢는 락보다 멜로디만 조용히 흥얼거릴 수 있는 pop 노래를 좋아한다. 무엇보다 자연의 소리만으로 귀를 메우는 걸 제일 좋아한다. 같은 음식점을 여러 번 가는 것보다 항상 다른 맛집을 찾아 나서는 게 더 재밌다. 도전 삼아 새로운 걸 해보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아직 해보지 않았던 운전을 선택했나 보다. 그리고 좋아하는 겨울 바다를 떠올렸나 보다.


버킷리스트를 새로 작성해봐야겠다. 블로그에 작성해둔 버킷리스트의 일부는 나의 것이 아니었다. 인터넷에 ‘버킷리스트 추천’을 검색해 나온 결과를 그대로 베껴왔다. 이제는 내가 원하고 바라는 버킷리스트를 만들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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