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이포 Jan 13. 2023

과외

나는, 최민석

돈을 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참 중요한 일이다. 사실 나에게도 그렇다. 돈이 있어야 뭘 할 수 있는게 지금 세상 아닌가? 대학생으로 살아가면서 돈 쓸 일이 뭐가 그렇게 많나 싶겠지만, 사람과 만나는 일, 밥을 먹는 일, 하다 못해 대중교통을 타는 일까지 모두 돈이 든다. 그래서 나는 일찍이 돈을 벌고 싶어했다. 남들보다 부족하게 살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부모님께서는 당신께서 해주실 수 있는 대부분의 학습 활동에 대한 지원, 여가 활동비를 지원해주셨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내가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없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줄곧 말해왔다. ‘대학교를 좋은 곳으로 가게 된다면, 나는 꼭 과외를 할거야!’ 이때는 단순히 가르치는 일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하고, 앞서 말한 꿈을 까맣게 잊은 채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과외를 할 기회가 생겨 바로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연인 관계에 있던 사람과 노는데에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이 그 이유였다. 또한 앞서 말한 꿈이 다시 새록새록 떠오르며 ‘가자 그레이트 티쳐’라고 속으로 외치며 일을 시작하였다.

대학교 2학년 때, 과외와 파트타임 학원 강사를 시작하게 되면서 나의 버킷 리스트를 이룬 기분이었다. 내가 직접 자료를 준비하고, 내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수업하고, 그를 따라오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어쩌면 나의 진로에 적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하였다. 하지만 딱 한달이었다. 내가 저들의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그것은 온전히 내 책임이라는 부담감과 매일 정해진 시간, 특히 주말, 평일 저녁에 나의 자유 시간을 포기하고 그곳까지 가서 수업을 해야 한다는 귀찮음이 어우러졌다. 그렇지만 그만두기엔 20대 초반 학생에게는 너무나 큰 돈이었다. 어느 순간 내 생활 수준은 용돈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올라가 있었고, 나 또한 그러한 생활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내가 당시에 누리던 것은 지금 생각해봐도, 사치가 아닌, 그저 통상적으로 남들이 가지는 것을 나 또한 가지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정도는 누리고 생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일을 그만 둘 경우, 내가 사랑하는 사람한테 무언가를 해주기는 커녕, 그 사람과 같이 노는 것 또한 힘들 것이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이를 악물고 버티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일을 계속 하던 중, 어느 순간부터 과외 문의가 미친듯이 들어왔다. 자신의 아이를 부탁한다는 학부모의 요청, 자신의 성적을 부탁한다는 학생의 요청, 계속해서 들어왔다. 거의 대부분을 수락하였다. 주 6일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주말에는 하루에 과외를 두 개씩 하며 보냈다. 처음의 목적이 뭐였는지를 까먹었다. 분명 사랑하는 사람과 편하게 놀기 위해서 였는데, 돈은 꾸준히 쌓였지만, 그것을 재미나게 쓸 시간이 없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부분을 정리하고 차라리 그냥 처음에 하였던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자는 생각을 하였다. 근데 계획대로 되었다면 이러한 글을 쓸 일은 없었을 것이다.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는 이전에 벌던 돈에 비해 턱없이 적었다. 그래서 과외를 몇개 정리하긴 하였으나, 몇 개를 남겨두고 스스로를 위로하기 시작하였다. ‘야 그래도 전보다는 덜 바쁘고 평일 저녁에는 놀기도, 쉬기도 할 수 있어.’라며 말이다.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미 초기 목적을 상실한 채 그저 돈만 보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10월, 과외의 목적이었던 그 사람과 헤어졌다. 진짜 과외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만큼의 돈이 필요하지도, 쓰지도 않을 일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과외를 하고 있다. 헤어지고 어느 날, 그 사람이 나한테 물어봤다.

‘나 때문에 과외 시작한 거였으면, 이제 그만 둬도 되는 거 아니야?’

정말 맞는 말이었지만, 나는 학생의 기말 고사 정도는 마무리 해줘야 도리 아니겠냐는 말로 얼버무렸다. 정말 맞는 말이었지만 말이다.

20대를 재수로 시작한 나는 대학 가서는 정말 재미나게 놀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까지의 20대를 돌아보면, 과외 아니면 헤어진 여자친구와의 추억밖에 없다. 헤어진 여자친구와 보낸 시간은 절대 후회되지 않지만, 과외는 이제와 돌아보면 매우 후회된다. 많은 돈이었지만, 그 돈을 의미 있게 다 사용한 것도 아니었으며, 그 돈으로 엄청나게 재미있는 삶을 산 것 같지도 않았다.

돈은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하다. 그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도 여전히 그러하다. 하지만 돈이 왜 중요한지, 정말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살아가는 데에 큰 문제가 없다면, 그 돈을 왜 버는지를 한 번 더 생각을 해보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지 않은 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