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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포 Jan 13. 2023

내가 돌아가고 싶지 않게하는 것

나는, 노주현

가끔 친구들이랑 쓸데없는 대화를 하다 보면, ‘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갈거냐?’ 라는 떡밥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말하다 보면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고민없이 비트코인을 저점에 매수해버리러 간다는 친구도 있고, 고등학교 기억이 너무 즐거워서 돌아가고 싶다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내 대답은 항상 ‘나는 안간다..’ 였다. 내가 가진 과거의 기억들이 즐겁지 않아서가 아니다. 현실에 충실하고 싶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과거로 돌아가서 무언가 바꾸게 된다면 ‘지금’의 내가 완전히 변해버리기 때문에 돌아가기 싫은 것이다.

같은 이유로 후회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결국 그런 일들 하나하나가 삶을 이룬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려 하지 않으려 하지만 결국 후회하게 되는 일들은 많다. 시험을 한문제 차이로 망쳤을 때, 애프터 했던 친구와 잘 되지 않았을 때, 주식이 20%하락했을 때, 스스로 ‘이랬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도 그런 일들은 그냥 내 운명이 아니였나보다 하고 넘어가게 된다. 그래서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후회될 것 같은 일이 있다. 내 주변에 소중한 사람, 혹은 소중한 것을 떠나보낸 뒤엔 후회할 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때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다. 그게 내가 겪은 첫번째 이별이었다. 하지만 후회되지는 않았다. ‘더 잘해줄걸..’이라는 후회가 안들만큼 잘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지금 당장 부모님을 떠나보내게 된다면 후회가 많이 남을 것 같다. 그때는 분명히 과거로 돌아가고도 싶을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엄마 아빠한테 잘하고 표현도 하려고 하지만 성격이 그런걸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쉽지 않음을 느낀다.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누구나 맞아야 할 순간이 오기 때문에 그때 후회하지 않도록 더 현실에서 잘해야겠다고 느낀다. 나는 과거로 안돌아가고 그냥 살아도 괜찮은데, 엄마아빠는 과거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초등학교때는 중학생이 되고 싶었고, 고등학생때는 대학생이 되고 싶었고, 지금은 직장인이 되고 싶다. 그런데 그게 하나하나 채워질수록 엄마 아빠가 늙어가는게 보이니까, 맘이 안좋다. 쓰다보니까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현실의 나는 변해도 상관없으니 그냥 돌아가서 젊은 엄마 아빠랑 맛집이나 다니면서, 놀러다니고 싶다. 

소중한 사람들이 나를 떠나도, 내가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게끔 당장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느낀다. 후회할 일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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