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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연필 May 21. 2023

에드워드 호퍼

고독


 적막하다. 처음 그의 그림을 본 느낌이었다.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회가 4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4개월간 서울 시립미술관(서소문 본관)에서 열린다. 4월 예매 티켓이 이미 매진된 것을 보니 사람들의 관심이 꽤 높다.


 올해 처음 알게 된 화가이다. 작가는 몰랐어도 그의 작품은 낯이 익는다. 그림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그의 화풍은 고흐나 피카소만큼이나 분명하다. 빛바랜 사진 같고 해 질 녘 풍경 같다. 그림을 보면 커피 한잔하고 싶고 술 한 잔과도 잘 어울리는 분위기다. 음악과 달리 그림을 보며 어떤 감정을 느낀 적은 드물다. 아니 없었다. 어려서는 봄보다는 가을이 좋았고. 벚꽃보다는 노란 은행잎이 좋았다. 노을을 보며 멍 때리기를 참 좋아했다. 호퍼의 그림을 보면 잊었던 그 시간이 생각난다. 그의 그림에 끌린다. 그림 속 쓸쓸한 사람들의 그 시간이 궁금하다.


 알고리즘을 타고 온 최진석 교수는 어제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외로움은 소극적, 피동적인 것이지만 고독은 적극적, 능동적인 것이다. SNS에서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것은 외로움의 발현에 가깝다.(사전적 의미를 떠나서 이해가 되는 말이었다.) 인간은 고독할 필요가 있다. 고독해야 결핍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고 온전히 세상을 볼 수 있다. 결핍은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이 창의적 사고의 시작이다. 스티브 잡스도 mp3와 휴대폰이 분리돼 있음에 불편함(결핍)을 느꼈고 그로 인해 탄생한 것이 아이폰이다. 질문은 온전히 자신의 결핍으로부터 나오지만 답변은 타인으로부터 가져올 수 있다.


 사실 구글에는 거의 모든 지식이 들어있다. 구글은 타인의 지식을 모아두고 언제든지 답변을 해준다. 우리는 구글에 적절한 키워드만 넣으면 된다. 요즘 화제가 되는 ChatGPT에서는 질문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답변의 질이 달라진다.


 세상과 사람에 관심은 많았지만 관심받고 싶지는 않았다. 주로 혼자였다. 함께 있으면 오히려 외로움은 커졌다. 지금은 혼자가 익숙하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산에 간다. 나는 지금 홀로 외로운가 고독한가? 그리고 호퍼의 그림 속 사람들은 무슨 질문들을 가지고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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