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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연필 May 22. 2023

케세라세라!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친구 따라 청담동 미용실에 왔다. 나도 커트를 할 때가 됐다. 할까? 하다가 만다. 단골 미용실을 7번 갈 수 있는 비용이다. 오늘은 이 형편없는 가격을 저항 없이 수용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사실 항상 부러웠다. 몇 해 전 한국에 들어오고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도 계속 떠도는 삶을 살 텐데 내 집이 생기면 조금의 안정감은 생길 듯해서다. 이왕이면 그 집이 서울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몇 년간 모은 돈에 빚까지 더해 주식을 샀다. 한 놈만 팼다. 확신이 있었다. ‘장기투자는 결국 승리한다 ‘는 믿음. ‘그래서 너희들은 평생 개미 신세를 못 면하는 것이다 ‘라며 손절매하는 사람들을 비웃었다. 그리고 얼마 전 내 주식은 거래정지가 됐다. 그림 속 사람처럼 힘겹게 한 계단을 도약했는데 욕심에 발을 헛디뎌 나락으로 떨어졌다. 망하는 데는 이골이 생겼다. 웬만해서는 쓰러지지 않는다. 주문을 외우면 된다. ‘새옹지마, 전화위복, 고진감래, 카르페디엠,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런, 케세라세라!’ 이번엔 충격이 커서 한 달째 주문 외우고 있다. 오늘도 주문을 위해 카페에 왔다. 옆에 앉은 남자가 책을 읽고 있다.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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