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레시피

by 유한성

허기가 져서 들끓는 솥에 마음을 한가득 부었지

속은 빈 적이 없는데 자꾸만 꼬르륵 소리가 나서

애먼 뱃가죽만 손으로 살살 문질렀는데

그 사이 다 되었다고 야단맞게 김 폴폴 나는

부엌으로 향해서 발을 내디뎌선 다가가선

그릇에 옮겨 담을 생각도 못하고 그저 그 자리에 서서

간도 덜 된 그걸 자꾸자꾸 양껏 입 안 가득 퍼먹었어

영영 죽을 때까지 채워지지 않을 허기짐인걸 알았는데

이렇게라도 따라 하면 이제는 보이지도 않는 그 누군가

뒤에서 꼭 끌어안아주는 것만 같아서

매거진의 이전글그들이 사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