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반, 호텔 식당에서 마주치면 서로서로 아침 인사를 나눈다. 얼굴들이 하나둘 들어오고 새겨진다. 엄마와 나는 칠순 기념 여행 온 부부와 꽤 친해진 듯하다. 식사시간마다 4인용 테이블 합석이 준 효과다.
오전 8시, 오늘도 어김없이 이 시간 출발이다. 가이드가 버스에서 한마디 한다. 여기 있는 분들, 선택 관광 다 하실 거죠? 주어진 7개 중 두어 개는 내키지 않았지만, 엄마와 함께니까 다 해보기로 한다.
프라하성은 꽤 멋지다. 그 멋진 곳에서 난 어르신들의 사진사로 맹활약을 펼친다. 엄마 사진도 찍어드리고, 내 사진은 두어 장뿐. 사진 찍어 뭐 하게... 엄마, 남는 건 사진이니 웃어요. 엄마가 수줍은 듯 브이자를 그린다.
내게 프라하를 각인시킨 건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다. 책이나 영화에서 느껴지는 프라하는 서늘한 푸른빛이었다. 그런데 내 눈앞 펼쳐진 프라하엔 관광객들이 내뿜는 열기로 가득 차있었다. 정시에 울리는 천문시계 앞의 환호하는 사람들, 낭만적이지만 인파로 그득한 카를교와 바출라프 광장.. 어차피 프라하의 속살을 보긴 글렀고, 대신 주어진 20분의 자유시간 동안 엄마 손을 꼭 잡고 골목을 헤집고 다닌다. 맥주가 생각난다. 골목길 안 술집 안으로 쑤욱 들어가 고프지만, 현실은 31명의 동반자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선택관광 덕에 트램도 타고, 지하철도 탄다. 어딜 가든 늘 해보는 지하철 타기를 이렇게 프라하에서도 해본다. 가이드가 또 묻는다. 오늘 많이 걸어서 힘드시죠? 이제 겨우 11000보 걸었는데라고 말하려다 엄마를 보니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평소 내 걸음보다 속도를 반으로 줄였지만 그것조차 엄마는 힘들었을 거다.
낮 12시 반, 패키지의 최대 장점 중 하나인 한식으로 점심을 먹고, 쇼핑센터 들르기에서 가넷과 유산균, 그리고 장미오일을 구경한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산 덕에 아무것도 안 샀어도 괜찮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