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걸려 도착한 곳은 프라하만큼 인기가 많은 체스키 크룸로프. 눈앞에 서있는 망토 다리부터 탄성이 나온다. 체스키성에서 바라본 볼타강과 마을은 제법 가을이다. 대부분 성들은 물을 채워둔 해자건만, 여긴 곰이다. 내 눈에 들어온 건 성 곳곳에 그려진 스크라피토. 조각과 벽돌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다 그림이다. 눈이 호강한다.
여기선 자유시간을 한 시간 반이나 준다. 엄마는 다리 아프다며 걷기를 포기한다. 걱정이 되면서도 차라리 낫겠다 싶다. 구시가지 광장에 엄마를 앉혀놓고, 혼자 골목 안 구경에 나선다. 호텔과 식당, 기념품 가게로 채워진 골목에서 에곤 실레 미술관을 발견한다. 이곳은 그의 외가이다. 풍경화 속에서 이 도시를 본 기억이 있다. 아쉽게도 미술관 문은 닫혀있다. 체코 전통빵인 굴뚝빵을 하나 사서 혼자 계신 엄마에게 달려간다. 달다고 하시더니 잘 드신다. 이곳에 오면 다들 인생사진 찍고 간다고 한다. 찍어줄 사람 없는 나는 엄마의 인생사진을 열심히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