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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극평범 Jul 19. 2024

자기와 비슷한 사람에게 끌린다(1)

아, 이 사람 뭐지?

女 :  "OO씨는 어떤 연애를 선호해요?"

男 : "잔잔한, 은은한 행복이 느껴지는 연애가 좋아요"

 : "OO씨는요? 어떤 사람에게 호감이 생겨요?"

 : "음.. 저는, 저랑 비슷한 사람이랑 만나고 싶어요."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마음 속에는, 잔향(殘香)을 남겨두고 떠난 사람이 있는가

*사람은 특정 향기를 맡고서 어떤 추억을 떠올리고는 한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필자는 현재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인지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허면, 타인의 감정은 어떠하겠는가. 먼저 내게 고백하지 않는 한 절대 모른다.

 

 이 이야기는 어쩌면 지루한, 의미 없는 글일 수도 있다. 그저 나의 기록이자 먼 훗날의 회고를 위한 글일 뿐.


 나는 어머니의 사랑이 무엇인지 아니, 어머니란 존재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자랐다.

아버지와의 불화인지 단순히 어머니 본인의 변덕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내가 3살 무렵, 집을 나갔다.

(야반도주는 아니고 상호 합의의 이별이었더란다.)


어느 날, 할머니에게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는 네 어미를 만나고 온 날은 뒤도 안 돌아 보고 잘가라고 인사도 안하더라니까"

"엥? 그게 무슨 말이야"

"3살짜리가 지 어미를 못 본다는데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고 아무렇지도 않더라니까"

"아, 그랬어? 태어날 때부터 독립적인 성향이었던 건가..?"


 나는 줄곧 주변인들에게 들어온 말이 있다.

"너는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가끔은 곁을 내주지 않는 것 같다니까."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어느정도 사회에 물들어 갈 때즈음 그 사실을 받아 들일 수 있었다.

'아, 내가 사람들에게 일정 수준 선을 긋는구나'

그러나 이유는 몰랐다. 그저 너무 가깝게 지내면 피곤하고, 귀찮기 때문이라고 치부했었다.

하지만 구태여 이유를 찾아 보자면, 너무나 간단한 이유일 듯 하다.


'상처 받기가 싫기에, 내가 타인에게 준 정(情)만큼 나의 마음에 그만큼의 공백이 생기기에'

'그 공백을 다시 채우기까지 매우 쓰라린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내게도 변화가 찾아오더라

 항해사, 이것이 내 인생의 첫 직업이었다. 지겨운 바다를 벗어나 남들처럼 육지인(陸地人)으로서

살아가고자 항해사 생활을 그만두었다.  원래의 퇴사 예정일보다 일찍 그만두어 잠시 타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었다. (항해사로 근무시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다. 3년 승선 조건) 약 두간의 타지 생활을 마치고 귀향 마땅히 일이 없었던 나는 주말 알바를 시작했다. 간단한 알바였다. 사람들 구경도 겸, 너무 어렵지도 그렇다고 놀기만 하는 일도 아닌 제격의 알바라고 생각했었다. (특정인 우려로 상세설명은 생략)


 이야기의 서사는 이곳에서 시작하고 마무리된다.


 그 당시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가 있었다. 한살 연상으로 그녀는 타지에서 만난 사람이었다.

(이사하여 지낸 타지 생활이 두달, 이전부터 그 지역 왕래가 종종 있었다.)

알바를 시작했지만, 평일은 아직 일이 없었기에 매일이 숨막히는 나날이었다.

원래의 계획은 항해사를 그만 두고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난 부자가 되어야 해. 그럴려면 사업으로 성공해야지'

누구나 겪어본 그런 흔하디 흔한 청춘의 치기어린 포부였다.

하지만 배만 타 본 내게 있어서 사업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마땅한 아이템이 없었고, 재주가 없었고, 뚜렷한 목표와 계획이 없었다.

대신 머릿속의 생각(망상)은 어찌나 많은지, 항상 나의 그럴싸한 포부들만 여자친구에게

늘어놓기만 하는 날이 많았다. 그런 의미 없는 날이 반복되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냥 다시 내려와서 살면 안돼? 결혼하자 내가 돈 벌어올게. 그동안 사업 준비 계속하면 되잖아"

"아... 어..."

나는 한참을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는 내가 경제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아서 대답하지 못했다고 생각했었다.

"왜 대답을 못해? 너는 나랑 결혼 안 할거야? 나는 너랑 살면 되게 행복할 거 같은데"

"아.. 나도~ 그럴 거 같아(...)"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나는 당시의 여자친구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

변명이지만, 홀로 타지 생활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외로움을 탄다. 그 외로움에 나는 나 자신을 속였었다.

그때부터였다. (전)여자친구는 무엇인가 이상함을 감지하였는지 연락의 빈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

"뭐해? ... (30분 뒤) 너 왜 연락 안 봐? ... (1시간 뒤) 귀향하더니 변했어.. 너"

"(...) 아니야~ 그냥 생각할 게 많아서 그래. 미안해 잘할게"

"이번만 봐준다"

반복이었다. 이후는 뻔하지 않은가? 나는 그녀에게 지쳤고, 그녀는 이런 내게 실망했다.

그렇게 우리는 이별했다. 정확히는 내가 그녀에게 이별을 고했다.

"더 이상 누나에게 마음이 없어. 미안해. 잘지내."

"아니야, 우리 다시 잘할 수 있어. 잠깐 네가 나랑 떨어져 지내서 그런 거야. 다시 내려와"

"하.. 나 갈게"

이별 후 나는 그녀의 흔적을 모두 삭제했다. 말뜻 그대로 모두 말이다.

내 나름의 아픔을 상쇄하는 방식이다. 원래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자신을 속이는 행위이다.


서사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이별 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다. 그때의 계절을 지나 어느새 다음 계절을 맞이하고 있었다.

알바는 이전근무자와 2~3시간 정도 함께 근무를 했었다. 그녀는 나보다 한살 어린 대학생이었다.

그녀의 첫인상은 되게 오묘했다. 처음보는 유형이었기 때문이다. '되게 차갑다.. 친해지기는 어렵겠구나'

(당시에는 교제 중인 (전)여자친구가 있었기에 별 큰 관심은 없었다.)

공과 사의 명확한 구분을 선호하는 나에게 그녀의 첫인상은 반가운 사실이었다.

'아, 동료로서 제격이다. 서로 제 할일만 잘하면 아무 문제 없지'


...이어서 다음에


[제목의 '비슷한 사람'에서 '비슷하다'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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