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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은 Sep 02. 2022

쌍봉사 일기 7/14(목):플라톤, 더 나은 대화법

아기 고양이, 플라톤의 <국가>, 상승 대화법

1

아기 고양이


어제저녁을 먹고 공양간에서 나와 방으로 가는 길이었다. 스님께서 절 앞 연못의 잉어들에게 밥을 주고 계시길래 혹시나 싶어 화장실 앞 아기 고양이 아시냐 여쭤봤다. 스님도 그 고양이 안다 하시며 본인이 개 사료를 그릇에 놔둬서 먹인다고 하셨다. 오늘도 밥을 주셨다 하시며 아직 잘 살아있다 한다. 그 아기 고양이는 어미가 와서 버려두고 간 듯하다 하신다. 아마 절 앞에 죽어있던 아기 고양이도 같은 어미의 아이인가 보다. 

고양이를 처음 발견한 짐 더미(?)

그래도 살아있단 소식을 듣고 다시 고양이가 있던 장소로 가서 보니 이번에는 그 자리 그대로 있는 거다. 주변을 둘러보니 화장실 뒤에 고양이를 위해 박스도 하나 놓여 있었다. 스님께서 두신 개 사료는 위치가 너무 노출되어 있어 잘 먹지 않을 거 같아서 내가 직접 몇 개씩 옮겨 주니 엄청 잘 먹는다. 여전히 고양이는 경계심이 너무 많아서 내가 가까이 가면 숨어버려서 사료 갖다주고 물러나서 먹는 걸 봐야 한다. 어제저녁 이후로 계속 왔다 갔다 하며 사료나 물을 가까이 가져다주었다. 경계심이 너무 많아서 아직 제대로 가까이서 보진 못했다.

누군가 놓아둔 화장실 뒤의 상자, 내가 가까이 가면 저렇게 상자 아래로 숨어버린다




2

플라톤의 <국가> 속 결론


<국가>를 다 읽었다. 처음에 그 중요했던 질문인, 정의란 어떤 상황에서도 추구해야 하는 것인지, 만약 정의를 추구하는 길이 결과적으로 부정하다고 손가락질받는 결과를 얻더라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이 나왔다.


먼저 인간의 영혼을 세 부분으로 나눈다. 지식을 추구하는 지혜의 부분, 명예와 기개를 추구하는 부분, 이익과 쾌락을 추구하는 부분이 그 셋이다. 플라톤은 그중 첫 번째 부분이 의식과 자아를 지배할 때 정의로움을 추구한다고 주장한다. 국가의 관점으로 옮겼을 때 첫 번째 부분이 국가를 지배하는 체제가 철인이 지배하는 군주제이며 이런 체제가 가장 뛰어남을 인간의 경우에 빗댄다. 그리고서는 영혼의 세 번째 부분이 지배하는 국가가 불법적인 독재정임을 말하며, 독재정이 가지는 불행과 불안을 똑같이 인간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영혼의 세 번째 부분이 지배하는 인간이 부정을 추구하는 인간이며, 겉으로 편안한 삶을 산다 하더라도 속으로는 불안과 불행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다 한다. 그렇기에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와 관계없이 정의는 추구해야 함을 말한다.


플라톤은 위에서 말했듯 우리가 갖는 여러 욕구들을 세 분류로 나누고 이들에 우열관계를 두었다. 물론 그가 영혼의 첫 번째와 두 번째 부분에 대해서는 욕구라고 하진 않았는데, 이것들 역시 나는 본능적인 욕구라고 생각된다. 여러 부분에서 주장들이 납득이 가진 않는다...




3

수학의 매력


학문으로써 가장 이데아에 가까운 것으로 플라톤은 수학을 첫째로, 기하학을 둘째로 두었다. 심지어 셋째로는 그의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는 입체 기하학(?)을 두었다. 물론 이데아로 향하는 궁극적인 방법은 변증법을 통한 논리의 선답이라 하였다. 하지만 이런 논리의 선답은 충분한 지식과 지혜가 생긴 이후, 중년이 넘어갔을 때 해야 한다 했다. 그 전까진 위에서 말한 학문들을 공부하고 다른 사람들의 변증법을 옆에서 지켜보며, 국가를 위해 전사로 일하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 했다.


나도 몇 번 아내에게 수학이라는 학문이 가지는 매력을 얘기한 적이 있다. 다른 학문들과 달리 수학은 인간이라는 주체와 인간을 둘러싼 세상을 제거해도 현재 그대로 유효하며, 우주가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순수한 형태의 진실에 대한 학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수학에 사용되는 기호나 언어는 인간의 것이지만, 그 속에 있는 내용은 순수한 우주 그대로의 진실이다 생각한다. 철학자인 플라톤이 수학을 가장 중요한 학문으로 둔다는 사실이 재밌게 읽힌다.




4

잠과 벌레(?)


어젯밤도 전날 밤과 같이 잠에 잘 들 수 있었다. 자는 중간에 벌레 한 마리가 내 귀를 '부웅' 하면서 맴돌아 잠에서 깼는데, 아직도 그 벌레소리가 진짜로 들린 건지 꿈에서 들린 건지 모르겠다. 꿈이라기엔 그 감각이 너무나 생생했는데, 오늘 일어나서 방을 보았을 때 그렇게 큰 벌레를 찾지는 못했다.




5

일기에 대해


이렇게 일기를 여러 내용으로 쓰다 보면, 가끔 내용도 재밌고 새로우면서 문장도 잘 써지는 단락들이 있다. 하지만 대다수 단락들은 내용도 별달리 재밌지 않고 문장도 처참하게 쓰인다. 아무리 내 일기라지만 간혹 그런 단락들을 보면 스스로 부끄러워지고 이런 내용 쓸 바에 그냥 덮고 다음에 쓰자 싶기도 하다. 그래도 스스로 솔직한 일기를 쓰기로 마음먹은 만큼 매번 생각나고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내용이 있다면 최대한 솔직히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기 올리는 글들은 한 번 수정을 통해 문장을 열심히 다듬은 것이다.




6

오늘의 날씨

아침에 일어났는데 모처럼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처마 끝을 따라서 물이 쏟아지는 걸 보니 샤워장에 씻으러 가는 게 매우 귀찮게 느껴졌다. 여섯 시 반에 밥을 먹는데 일어난 시간이 여섯 시 조금 지나서였다. 만약 부지런 떨어서 지금 씻고 온다면 며칠 만에 아침 먹기 전에 씻는 것이기에 조금 노력을 했다. 씻고 아침을 먹으러 가려고 하니 비가 얼추 그쳐있었다. 스님께서 여기는 너무 가물어서 비가 와야 한다 말씀하셨는데, 조금 해소가 되었을까? 한낮인 지금은 비가 그치고 구름도 개어서 햇볕이 지나치게 좋다. 이런 맑은 하늘도 며칠만이라 기분이 좋고 책 읽는 마음이 즐겁다. 그래도 좀 더운 게 흠이다.




7

상승 대화법


사람의 심리와 생각의 흐름에 대해 고민하다가 새로운 대화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이름을 붙이자면 ‘상승 대화법'인데 생각한 배경을 먼저 쓰고 싶다. 두 사람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에 대해서 결론을 내려고 하는 상황에서는 주로 세 가지 어려움이 결론에 도달하는 것에 장애물이 된다.


첫 번째는 사람이 자신의 의견과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해지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람이 상대방의 말을 왜곡 없이 온전히 귀 기울여 듣기 어렵다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사람의 강한 의견이란 논리적 과정 이전에 자신이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 속에서 무의식 중에 생겨난 것이고, 논의란 언어와 논리를 이용하는 과정이기에 각 의견의 뿌리이자 핵심에 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각자가 가지는 의견을 대변하며 관철시키기 위한 일반적인 대화 방법으로는 첨예한 대립의 결론을 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대화 방법에 대한 글은 여백이 부족하여 (사실 글을 더 쓰기 손이 아파서) 다음에 쓰기 위해 비워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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