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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열린 Oct 29. 2023

나의 운칠기삼 실패기

이벤트 당첨이 매우 잘 되던 시기가 있었다.

남들이 보면 소소하기는 해도 내가 원하는 물건들을 달에 한 번씩 공짜로 얻을 수 있어서 꽁 소유의 기쁨을 실컷 누렸다. 그런 기쁨은 일종의 도파민 중독을 불러일으켰고, 나는 매일 밤 꾸준히 응모창 앞에 앉았다. 열과 성을 다해 장문의 응모글을 작성했다. 줄 글을 쓰다 보면 가끔 습작의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 여기저기 응모 넣으면 한 달에 한 번은 꼭 당첨됐다.


주위에서는 입을 모아 내 운이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나는 운이 좋은 편이 절대 아니란 것을.

내가 정말 간절히 원하던 상품에 응모면 항상 떨어졌다.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던데 내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었다. 낙담하면서 당첨 발표된 목록을 훑어보면 눈에 익은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어제도 당첨되고 그제도 당첨된 사람들이 오늘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운이 좋은 사람은 이벤트 댓글에 한 줄만 글을 써도 당첨됐다. 나는 항상 당첨을 바라며 글을 늘이고 늘이고 노력을 부었다. 열심히 글을 써도 뽑기 운에서 밀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가벼운 글로 선정된 사람을 보며 항상 생각한다. 나도 운이 좋아서 글 한 줄로 대충 당첨이 되고 싶다.

인생이 늘 그랬다. 나에게 거저먹는 쉬운 길은 없었다. 받아들여야지 생각하다가도 내려놓기 힘들었다.

가끔은 이벤트를 넣으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었다. 그냥 재미로 시작한 취미가 나를 잡아먹었다. 글을 억지로 쥐어짜니 이벤트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재미는 진작 사라져서 이벤트에 떨어지면 실망과 비관의 감정이 찾아온다.

지인은 당첨 상품을 보며 말한다. 역시 너는 운이 정~말 좋아.

아니야. 이건 운이 아니라 100% 내 노력이다.




지금은 신기하게도, 응모하는 모든 이벤트마다 꽝이란 결과가 나온다. 일등이었던 순간들이 환상처럼 느껴진다. 당첨에도 때가 있는 걸까. 한때는 등을 놓치고 참가상으로 커피를 얻게 되면 신경질이 났다. 이렇게 시간을 투자했는데 고작 커피라고? 이제는 그 작은 커피 한잔도 그리워졌다.

스스로 위로하기를, 그때의 당첨 운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서 작가님이라는 타이틀을 얻길 바란다.


작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작가라는 꿈을 꾸지도 않았다. 내가 쓰는 글은 카톡에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농담 따먹기와 업무용 메일 작성이 전부였다.

일자무식한 상태에서 첫 글을 쓰자니 노트북 앞에 앉은 내 모습이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


글을 쓰면서 순간순간 이 모든 게 헛꿈일 거란 좌절감을 느꼈다.

새벽마다 내가 믿는 신이 나의 꿈을 뜯어말린다는 생각이 들어 한없이 우울해졌다.

그래도 적고 또 적는다.

단편 소설 하나를 완성했을 땐 뿌듯함을 넘어 세상 사람들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모두들 내 글을 보세요!!! 이게 내 첫 습작품이자 첫 완성작입니다!!! 이렇게 글을 잘 썼다니 처음부터 이런 퀄리티가 나올 수 있나요? 저는 천재 아닐까요?

일주일 후에 다시 읽으니 못써도 너무 못썼다. 문체는 징그럽 내용도 역겹게 느껴졌다. 내 새끼와 혐오감, 서로 어울리면 안 되는 단어인데.

하지만 당연했다. 내가 셰익스피어도 아니고 제인 오스틴도 아닌데 무얼 믿고 첫 글에 기고만장했지. 내가 원하는 공모전에 손쉽게 붙을 줄 알았던 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앞으로 달려도 모자란데 계속 느낀 상실감은 너무 컸나 보다. 좌절에서 회피하기 위해 10개월은 글에서 멀어진 상태로 지냈다.

어느 순간, 내 인생에서 글쓰기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운이란 없다. 100% 노력만이 나를 다듬을 수 있다.

마음을 추스르고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로 목표를 조절하니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인내와 끈기가 나의 정답이었다.


공모전 등 한 사람의 소감을 보면 늘 운이 좋았다고 겸손히 말한다. 나는 운이 아닌 그들의 노력과 실력이 진짜였다는 것을 안다.


박완서 선생님은 마흔 살에 등단하셨다. 지름길이 내게는 가시밭길일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하자.

 된다고 일찍이 때려치우지 말자. 뛰지 말고 꾸준히 걸어올라 가자.

다시 다짐한다.

운칠기삼에 실패해도 운삼기칠로 도전하자고.






Photo by Barbara Krysztofiak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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