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 정확하게는 양극성 장애, 쉽게 말해 조울증이다. 양극성 장애는 1형과 2형이 있는데 1형은 정도가 심한 조증, 2형은 정도가 심하지 않은 가벼운 경조증이 나타난다. 나는 2형에 해당되고 이 경조증이 우울증과 번갈아 나타난다. 경조증은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에너지가 생기기 때문에 이때는 힘들지 않다. 그 이후 찾아오는 우울증이 많이 힘들다. 올라갔다가 뚝 떨어지면서 구덩이는 더 깊게 파인다. 깊은 우울이 찾아온다. 나는 감정 기복이 매우 심하다.
내가 양극성 장애를 앓게 된 이유는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불안한 환경에 장기간 노출돼서 자라왔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이겨내기 위해, 살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으로 노력하며 애쓰는 과정에서 이 병을 안게 된 것 같다.
마치 식물이 자랄 때 해가 잘 비치지 않으면 해가 있는 쪽으로 뻗어서 삐뚤삐뚤 휘어져 자라듯이 그렇게 나는 마음이나 감정, 감각, 생각 등 여러 방면에서 매끈하지 못한 면들이 많이 생겨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힘든 마음을 전혀 돌보지 않고, 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결국 첫 직장에 출근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무너져 내렸다. 아픈 것이 치료되지 않은 채 누적되어 있다가 터졌다.
돈은 필요하니까 직업활동이나 경제활동을 해야 했기에 더욱 힘들었다. 아픈 채로 일을 할 수 없어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며 20대와 30대를 보냈다. 지금도 직업을 유지하기가 너무 버거워 꾸역꾸역 출근을 하고 집에 오면 우울증에 아파 누워있거나 핸드폰에만 빠져 있게 되었다.
매일 이런 생활을 하니 병세는 더욱 악화되는 것 같다. 현재 가장 힘든 것은 아픈 상태로 직업활동을 하는 것이다. 없는 에너지를 억지로 쥐어짜 내서 겨우 출근하고 직업활동하는 것이 너무나 버겁고 힘들다.
다행히 지금은 잠시 휴가여서 한숨 돌리고 있다. 어떻게 이 불행한 생활과 아픈 마음을 청산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오늘은 집에서 쉬면서 생각과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진다. 아래는 오늘 내가 깨달은 것이다.
1. 집에 음악을 틀어놓는 것이 좋다.
티브이나 유튜브 핸드폰에 빠져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걸 방지해 준다. 음악을 틀어놓고 다른 일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음악은 리듬감이 있고 비트가 강한 것이 좋다.
2. 기분이 처질 때는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거나 가볍게 조깅을 한다.
몸을 움직이고 햇볕을 좀 쫴야 한다. 나는 나무를 좋아하는데 공원 산책을 하고 나면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3. 글을 쓴다.
일기를 쓰거나 떠오르는 생각 등을 글로 쓴다.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고 즐거움도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쓰고 나면 뭔가 후련하다.
음악, 산책, 햇볕, 나무, 글쓰기, 책 읽기 등등. 찾아보면 나에게 힘을 주는 것들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나에게 힘을 준다. 이것이 나를 조금은 붙들어 준다. 여기서 힘을 얻으며 보충을 해야겠다. 이 괜찮은 기분이 얼마 동안 갈지 모르지만 조금은 버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