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독서실 53번.
좁은 공간이지만 내 마음을 따뜻하고 풍성하게 해 주는 나만의 공간이다.
나만의 자리, 공간이 갖고 싶었다.
애써서 앉을자리를 만들어야만 하는 식탁, 소파 한편이 아닌 정돈된 나의 자리 말이다.
침대 옆은 안마의자, 옷장 옆은 의류청정기, 거실 한편은 피아노. 작은 책상을 놓을 공간은 나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열람실 53번.
오롯이 나만의 공간.
책, 색색의 볼펜, 노트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대로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공간이다. 언제나 나의 책, 볼펜은 이리저리 옮겨졌고, 또 옮겨져야 했다.
차가운 아이스커피 한잔을 들고 53번 자리에 앉는다. 대단한 것을 하지 않아도 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 따뜻한 히터바람에 꾸벅 졸기도 하고, 한참 책을 읽기도 하고, 끼적거리며 공부를 한다.
오늘도 그 공간에서 나를 오롯이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