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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발랄영아 Feb 02. 2024

혼자 영화관에 가다.

그저 god

15년 전쯤 '슬럼독 밀리어네어' 책을 재밌게 읽어 영화가 개봉했을 때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 영상으로 어떻게 재현됐을까 기대에 부풀어간  관람관에는 오직 나 혼자였다. 텅 빈 관람관에서 그야말로 고독한 혼영, 단독대관 관람이었다.


넓은 관람관 안,  좁은 의자에  앉아, 홀로 큰 스크린을 마주하고 있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영화는 기대만큼 재미있었지만 어떤 생각을 할까, 누구랑 왔을까 상상하게 만드는  앞뒷사람, 웃긴 장면에서 함께 웃어줄 옆사람이 없다는 것은 즐겁지만은 않았다.


그 이후로 홀로 영화관을 찾지 않았다.

혼자 영화를 본다는 것은 홀로 즐거움을 느껴도 충분하다는 결심도 있어야 하기에 쉽지 않았다.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고, 혼자서도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결심을 했기에 영화관을 찾았다.


10분 전 관람관에 입장하니  아무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관객은 들어오지 않고, 이대로 또 고독한 혼영이 되는 것 같았다.  5분 뒤 한 소녀가 나와 같은 기대에 부푼 얼굴로 앞 앞자리에 앉았다.


'내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저 소녀는 영화를 제대로 즐기지 못할 것 같은데' ' 관람관에 둘 뿐인데 같이 보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소녀에게 실례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저기요 같이 보실래요?"하고 물었다. 밝은 미소와 함께 "네~저는 좋아요"하고 대답했다.


그 소녀의 옆옆 자리에 앉

"처음 보시는 거예요?"

"저도 이제야 보러 왔어요~"

"콘서트는 다녀오셨어요?"

"과자 좀 드세요~"

"우리 같이 노래 부르면서 봐요"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15년 만에 혼자 본 영화는

 god's MASTERPIECE the Movie.

가수 god의 콘서트 실황영화다.


과자를 나누어 먹고, '착장이 예쁘다, 멋있다, 누구의 팬이냐'소소한 이야기를 하고, 박수를 치고 노래를 따라 부르  영화를 봤다. 2시간은 금세 흘러갔고, 엔딩 크레디트가 끝날 때까지 스크린을 한참 바라봤다.


소녀가 관람관을 나오며 "같이 봐서 정말 좋았어요~"하고 말했다.

"저도요~"

포스터 앞에 서 사진도 찍고, 잘 가라며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god의 노래는 나에게 위로였고, 쉼이었다. 쌍둥이 돌이 지나고 홀로 갔던 god콘서트에서 나는 설움, 위로, 슬픔, 기쁨에 눈물 콧물을 다 쏟았다.


연말에 콘서트를 보러 가지 못한 아쉬운 마음은 같은 설렘을 가진 소녀와 함께 영화를 보며 다 사라진 것 같았다.


혼자 영화를 보러 간 나의 결심은, 누군가와 즐거움을 함께하고 싶다는 새로운 결심을 만들었고, 소중한 시간을 나누며 행복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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