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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발랄영아 Feb 09. 2024

생활기록부를 보다.

나에게도 양파상을

10대의 2월은 헤어짐이 아쉽고  설렘이 가득한 달이였다.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했던 1년을 마무리하며 눈물짓고,  새 학년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를 봄처럼 맞이한다.   

세 딸들이 봄방학을 했다. 딸들은 늦잠을 자는 달콤한 아침을 기다리고, 나는 한 학기의 마무리하며 가져오는 배움 성장보고서를 기다렸다. 예전에는 통지표, 생활기록부라고 불렀던 것이다.

한 학기 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궁금한 마음과 걱정되는 마음으로 배움 성장보고서를 보았다.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을 보니 아이의 모습을 정확히 표현해 놓은 문장도 있고, 학교에서는 '이런 모습이라고?' 하며 놀란 문장도 있었다.  

나의 학창 시절의 모습은 어땠었지 문득 궁금해졌다. 정부 24에서 생활기록부를 열람해 보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성격이 곱고 온순하여 나약한 듯하나 외유내강함. 책임감이 강하고, 솔선수범함. 2학년 때는 생각이 깊고 남을 먼저 생각함. 성실하고 부지런함. 3학년 때는 밝고 온순하며 급우들을 잘  배려함. 밝고 따뜻한 품성으로 주위를 밝게 함.

나를 나타내는 단어는 대부분 '온순'이었구나. 맞지. 선생님 눈에는 그런 모습이 많이 비쳤을 것이다. 친구들을 웃기기 좋아해서 한 때는 개그우먼이  되겠다고 했던 나,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고무줄 뛰기를 하고, 춤추고 노래하기를 즐겼던 나, 오래 달리기는 악과 깡으로 선두권을 늘 놓치지 않았던 나. 몇 줄의 문장 안에는 표현되지 않은 나 추억해 보았다.

상담시간에 자신을 표현하는 한 단어를 발표하는 시간에 나 자신을 '양파'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나 자신은 깔수록 새로운 모습이 있다고 설명했었다. 온순하고 조용한 모습으로만 여지 나 자신을 조금 싫어했. 밝고, 외유내강한 모습 모두 비치고 있었는데 말이다.

셋째가 담임선생님께서 따로 준비 비해주신 상장을 하나 받아왔다. 


양파 


평소에는 모범생 같지만 알면 알수록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어쩜 내 딸답다.

나에게도 양파상을 주고 더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싶다. 모든 모습이 나임을, 어떤 한 단어로 표현될 수 없음을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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